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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은 ‘원더 우먼'을 금지해야 했는가?

ⓒWarner

“에후드 바락[주:이스라엘 군인 출신 정치인]이 여장을 하고 베이루트를 습격한 이래 레바논이 이스라엘 여성을 이렇게 두려워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원더 우먼’을 레바논이 공식적으로 금지하자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는 이렇게 평했다.

그러나 금지를 찬성하는 측은 ‘공포’보다는 이스라엘을 거부하고 레바논과 아직도 전쟁 중인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를 반대하려는 충동에 이끌린 것에 가깝다.

게다가 ‘원더 우먼’ 금지를 추진했던 레바논의 이스라엘 후원자 보이콧 캠페인 등의 이스라엘 제품 보이콧 운동가들은 이스라엘 군과 정부가 일으킨 전쟁과 정책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전쟁 범죄, 아파르트헤이트 범죄가 일어났다.

‘원더 우먼’의 주연배우 갤 가돗은 이스라엘인이며, 이스라엘 군에 복무하기도 했다(군 복무는 18세 이상의 이스라엘 남녀의 의무다). 2014년에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한 것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당시 2,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인은 72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군인이 아닌 사람은 6명뿐이었다.

개돗이 이스라엘 군대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 금지가 보이콧 캠페인과 레바논 법의 권한 안에 있는 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 이스라엘 단체들이 금지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 무엇인가, 레바논에서 그들의 목적에 잘 부합하는가이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금지

레바논에서 이번 금지 조치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찬성측은 이 이슈가 논란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알-아크바르의 부편집장 피에르 아비 사브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는 ‘의견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반면 이 금지가 ‘팔레스타인 해방’에 도움이 될 거라며 농담까지 하는 등, 금지를 문제 삼는 사람들도 많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사랑, 혹은 시오니즘 지지 때문에 이 금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물론 없다. 하지만 정부와 종교 당국이 과거에 검열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억압했던 것을 떠올리며, 정부가 광범위하게 금지 조치를 취하는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안타깝게도 이 캠페인은 레바논 대중의 대화나 합의가 아닌 승리만을 추구했던 것 같다. 레바논 정부가 6월 8일에 ‘원더 우먼’ 금지를 발표하자마자 캠페인 측에서는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패배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보이콧 캠페인이 정부와 손을 잡은 것에 반대하는 친 팔레스타인파도 많았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를 금지한 것에 대해 군부에 감사한다는 글을 읽고 놀랐다. 지금 시민 사회, 문화계는 검열 자유를 위한 거의 실존적 싸움을 벌이고 있고, 특히 ‘가위’[검열을 빗댄 말]는 거의 종교 기관의 손에 들어가 있는데 말이다.”라는 이 있었다.

보이콧 캠페인은 이런 것도 고려해야 했다. 특히 친이스라엘, 보이콧 반대 입장에서 나온 반대 의견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반대를 주장한 측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영화를 금지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을 던졌다. 영화 보이콧을 주장하고, 논리와 증거를 제시하며 개인과 극장들의 결정에 맡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자유의 균형

이 이슈는 개인적 선호와 감성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레바논에서의 논쟁은 의미가 크다. 중동 지역은 독재 정권이 획일적 의견을 강요하고, 종교 기관들이 자신의 권위, 종교적 가르침과 관습에 대한 도전을 경계하는 곳이다. 레바논은 나름의 한계는 있다 해도, 중동에서는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다른 시민들 및 정치인들과 의견을 달리 할 여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화 금지 캠페인은 이 맥락을 보다 잘 인지해야 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보이콧과 개인의 자유 수호 및 캠페인 참여 여부에 대한 자기 결정권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했다.

‘자유’에 대해 아비 사브는 이렇게 표현했다. “국가적 선택(알-카야르 알-와타니)이 탁피리[과격한 무슬림], 반자유적이 되었나? 대체 어떤 자유를 말하는 것인가?” 그는 사설 말미에 ‘여러분, 우리는 우리를 죽이는 자들[이스라엘]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즉 자유에 대한 논의는 이 맥락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싸움이 레바논의 여러 층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또한 정당과 종교인들의 입맛에 따라 영화, 연극, 책, 행사 등을 금지해온 당국의 전력을 볼 때 자유의 원칙에 따라 금지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와 똑같이 중요한 이스라엘 보이콧 원칙에 따라 금지를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둘 중 한쪽을 위해 다른 한쪽을 희생할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이스라엘 보이콧 캠페인은 올바른 수단을 사용해 싸워야 한다. 목적이 언제나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보이콧 캠페인 대 공식적 금지

레바논의 ‘원더 우먼’ 금지와 남아공의 영화 감독 존 트렌고브가 이번 주 텔 아비브에서 열리는 국제 LGBT 영화제 참석을 취소한 것을 비교해 보라.

“[BDS 캠페인의 결과] 내가 이제 알게 된 것을 생각할 때, 내가 참석을 철회해야 한다고 느꼈다.” 트렌고브의 말이다.

레바논에서 이 캠페인이 거둔 ‘승리’는 개인들이 자유롭게, 의도적으로 이 영화를 보이콧하기로 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혹은 극장 대변인이 “보이콧 캠페인의 결과로 내가 알게 된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원더 우먼’ 상영을 취소할 것이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성공적인 보이콧 캠페인은 논리적으로 호소하고, 대중을 분열시키기보다는 참여시키고, 블록버스터 영화의 상징적 보이콧이 정당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회의를 품은 사람들에게도 설득시켰을 것이다.

반면 상의하달식으로 강요한 금지는 ‘승리’를 가져올 수는 있어도, ‘친구를 잃고 사람들을 소원하게 만들’ 수 있다. 평소라면 이런 캠페인을 지지했겠지만, 공식 금지에는 반대했을 사람들 말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Should Lebanon Have Banned Wonder Woman?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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