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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인터뷰] 박주민 의원은 대체복무제가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박주발의, 거지갑, 노숙갑..혹은 입법프린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몹시도 피곤해 보였다. 허프포스트와 만난 시각은 금요일(6월 2일) 오전 9시 30분. "혹시 어제 잠을 못 주무셨냐"고 물었으나 "그건 아니"란다. 그럼 왜 이토록 '피곤에 쩐' 모습인가. "입당한 뒤론 정말 쉰 날이 없다"는 박주민 의원은 "당연히 주말에도 못 쉰다"고 말한다. "작년에도 여름 휴가를 토요일-일요일로 1박 2일 다녀왔다"는데 올해도 물론 휴가를 가야 하지만 "다음 주(6월 7~8일)에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고, 그 후에도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등등 인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도저히 쉴 짬이 없단다.

"이제는 한계가 온 것 같다"는 박 의원에게 "최근 발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는 몇 번째로 발의한 법안이냐"고 물었다.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는 71번째? 아니면 72번째쯤 된다"고 한다. 하도 발의한 법안이 많아 헷갈릴 법도 할 테다. 분명 3달 전 JTBC '잡스'(3월 16일 방영)에 나와 55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는데, 그 몇 달 사이 20개 가까이 더 법안을 발의한 셈이니까.

박주민 의원실

박 의원이 71번째 혹은 72번째로 대표 발의한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일문일답은 아래와 같다. 일문일답이 이뤄진 그의 국회의원 사무실 책상은 서적과 자료 등으로 무척 어지러웠으나, 왠지 '몰입하는/열일하는 국회의원의 책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 대체복무제가 현시점에 대한민국에서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전 세계에서 ‘병역 거부로 인해 구속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나와요. 매년 700명 이상이 구속되고 있으니까. 그래서 1990년대부터 유엔에서는 한국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해 왔어요. 그런데 계속 안 됐고...2007~2008년에 도입하려고 했는데, 잘 안돼서…제가 이번에 발의했습니다.

총 드는 것 말고도 국방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사실 많아요. 4주간의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유의미한 활동을 하겠다’고 한다면, 이분들을 위해 길을 터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대체복무로 하게 될 일들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업무이기도 하고요. 저는 이게 뭐 그렇게 특별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그냥 군대 생활하는 거랑 뭐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총 드는 군사훈련만 안 할 뿐 나머지는 거의 유사한 강도로 설계하려고 합니다. 기간은 좀 더 길게(1.5배) 하고, 난이도는 군대 생활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물론, 합숙이 기본이죠.(편집자 주: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병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대체복무 요원이 대체복무 기관 등에서 사회복지 또는 공익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되, 집총을 수반한 업무인 국군, 경비교도대, 전투경찰대 등에 복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법안 내용을 직접 보려면 여기를 클릭)

시민 여러분께 이걸 꼭 좀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도 대체복무요원이 많거든요. ‘산업연구 요원’이라는 이름으로 30개월씩 중소기업에서 봉사하고. 그런데 대체복무요원과 산업연구 요원의 결정적 차이는 ‘4주간의 군사훈련’ 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그 군사훈련이 싫어서 2년 또는 1년 6개월 등등 징역형을 감수하는 것이거든요. 4주간의 군사훈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차라리 전과자가 되는 사람들을 보고 ‘(양심의) 진정성이 없다’고 말하면…그게 말이 되나요? 그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죠?

일단 국민적 공감대가 예전보다 높아졌어요. 설문조사를 해보면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 또 하나는 새 정부가 의지가 있어요. 통과 가능성? 예전보다는 높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비판 의견 4가지에 대한 반박

1. 고생하고 있는 장병들은 그럼 '양심이 없는 사람들'인가요?

제가 인터넷에 이 법안 관련한 글을 올리면, 많은 분이 의견을 주시는데 그 중 상당수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단어에 대한 비판이었어요. 그런데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 게..이 용어가 영어(conscientious objector)를 그냥 직역한 거예요. 우리나라에 원래 있었던 용어가 아니라.

용어야 뭐 얼마든지 바꿀 수 있죠. '믿는 바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든지. '소신에 따른 병역거부자'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뭐 이렇게 하면 되겠죠. 그래서 저는 '소신에 따른 병역거부자'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라고 사용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어떤 분들은 '군대 가는 사람은 신념이 없어서 가는 거냐?'라고 하시는데.. 하지만 '신념'이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잖아요. 누구는 신념에 따라 군대를 가고, 다른 이는 또 다른 신념에 따라 군대를 안 갈 수 있는 거고.

2. 누구나 대체복무를 하려고 할 텐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휴전국에서 도입하기에는 부적절한 것 아닌가요?

저는 대만 사례를 이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대만도 중국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나라만큼이나 긴장도가 양국 간에 고조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대만은 2000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어요. 물론, 도입하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몰려 들어가면 병력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형평성은 어떻게 갖출 것이냐고. 그래서 대만이 그런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쿼터제'를 두었어요. '1년에 몇 명까지만 받겠다'라고.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쿼터를 못 채워요. 계속. '그냥 군대를 가고 말지 뭐하러 저렇게 긴 기간에 더 힘든 일을 하느냐' 이거예요.

대만도 하는 업무가 우리나라에서 지금 논의되는 것과 비슷했어요. 사회복지 업무라든지 재해 재난 관련 업무랄지. (편집자 주: 대만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2018년부터 모병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뚜껑을 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안 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되죠. '내가 고생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총을 들기 싫다'고 생각하는 분들 말고는. 얼마 전에 반대하시는 분들을 모아서 간담회를 했는데 어떤 한 분이 본인은 산업 요원인데, 기간이 30개월이라 그것도 쿼터가 안 찬다고 해요.

3. 대부분은 특정 종교(기독교에서 흔히 ‘이단’이라고 하는 여호와의 증인)를 믿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요? 왜 그런 사람들까지 국가가 배려해줘야 하나요?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인 것은 맞습니다. 종교계 내부에서 어떤 종교나 종파를 이단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분들이 특별하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국가는 종교적인 이유로 시민을 차별할 수 없고..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가해서도 안 돼요. 최근엔 불교나 가톨릭, 개신교.. 심지어는 종교가 없지만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에 총을 들 수 없다라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가운데) 종교가 없는 분들이 대략적으로 그동안 67명 정도 됩니다. 점차 늘어나고 있죠.

4. 대체복무요원들이 하는 일은 여성도 가능합니다. 그럼 이제 여성들의 국방의 의무도 같이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방의 의무'는 모든 국민이 지는 거예요. '병역의 의무'만 남자가 지는 거지. 우리나라는 마치 병역의 의무가 국방의 의무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그건 맞지 않아요. 국방이라는 개념은 더욱 더 다양하고 다채롭죠. 말 그대로 국가를 지키는 의무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여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려워요. 다만, '병역 의무를 통해서 젊은 남성들이 좀 손해 보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충을 해줄 것인가' 여러 방안이 논의될 필요성은 있죠. 그런데 '여자들도 전부 병역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 뭐...그게 그렇게 필요한 건가요?

만약 더 좋은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저는 여자까지 병역 의무를 지자고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모병제'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왜냐면 현대 군은 무기가 첨단화되면서 무기를 다루고, 익히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한데 오히려 반대로 군 병영 생활이 짧아지고 있어서 이게 상호 안 맞거든요. 차라리 모병제로 가서 전문적인 군인들이 양산되고, 그분들이 첨단 무기를 가동하는 체계로 가는 게 맞아요. 그런 방향과 역행되게 '모두 다 군대를 가게 만들자'?? 흠. 이건 오히려 올바른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주민의 1년

- 지난해 4월 당선되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신 지 1년 조금 넘었네요. 국회의원이 되어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다고 하셨는데, 지난 1년은 어땠나요?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발의도 열심히 하고 그랬는데..성과가..그렇게 많이 나진 않았어요. 그래도 이제는 여당이 되었고, 정부와의 협조 속에서 정책적인 개선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노력하면 성과가 남는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 현실정치를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정치적인 이해관계라는 게 있기 때문에, (상대 당 국회의원을) 합리적으로 설득한다고 해도 잘 통하지 않아요. 방에 찾아가서 '차 한 잔 주세요'하며 이야기하고. 목욕탕에서 만나면 붙잡고 이야기도 하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변호사 할 때는 법정에 제3의 심판자가 있잖아요. 양쪽 의견 들은 다음에 '그래 네가 더 합리적이다'라고 말해주는.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국회의원이면서도 '시민들이 힘을 실어주셔야 한다'라고 말을 많이 하게 돼요. 근데 시민들은 '우리가 뽑아놨으니까 당신이 대신 하면 되지 뭘 자꾸 우리한테 그래?'라고 하시기도 해요. 저는 개혁적인 이슈가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 안에서의 싸움과 밖에서의 싸움이 동시에 있어야 하고, 두 싸움 간의 연대와 전략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상호 간의 이해, 협조...이게 잘 안되는 부분이 좀 답답하더라고요.

이제는 바꾸려는 세력이 여당이 되었으니까, 개혁적인 주제가 있으면 함께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부/여당을 비판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뉴질랜드 같은 경우에도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때 과정이 그랬어요. 의회 내에서도 싸우지만, 바깥에서도 같이 싸웠거든요. 그런 게 없으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바꾸는 게 쉽지가 않아요. 작년에 탄핵 과정에서도, 시민들이 일어서니까 아예 정치 지형이 바뀌었잖아요.

- ‘박주발의’, ‘거지갑’, ‘노숙갑’ 중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 있다면.

글쎄, 모르겠어요. 발의를 열심히 한다는 박주발의도 마음에 들고,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의정활동 열심히 한다는 거지갑 별명도 좋고, 다 좋습니다.

- 군형법 92조의 6은 왜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법조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조항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가 많아요. 굉장히 불명확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서, 처벌 대상이 무엇인지 특정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 자체로 위헌성을 가지고 있죠.

*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대한민국 군인)부터 제3항(군무원 등등)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강제에 의한 성추행/강간 이런 것들은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다 따로 있어요. 그런데 이 조항 때문에 오히려 강제로 추행당하거나 강간당한 분들이 신고를 못 한다는 거예요. 왜냐면 강제성을, 신고하는 사람들이 입증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입증하기가 실제로 쉽지가 않아요. 이성 간의 강간도 그래서 많은 부분 문제가 제기되는데.. 신고는 했는데 강제성을 입증 못할 때..그럼 그 사람이 92조6에 의해서 처벌돼요. 합의에 의한 성관계도 처벌되니까. 이 조항의 존재 때문에 오히려 군대 내에서의 여러 가지 성적 문제에 대한 신고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조문 자체의 추상성/불명확성 때문에 자의적인 법 집행이 가능하다는 위헌성이 있고. 또 하나는 현실적으로 법을 운용할 때 92조1부터 5까지 규정된 강제적인 성행위(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미수범)에 대한 처벌조항을 작동시키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법 조문 자체가 2가지의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거죠. 세 번째는 인권적인 차원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거죠."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발의하는 법에 대해서 지금까지 많은 분이 지지해주셨는데, 군형법 92조6에 대한 폐지 의견이나 소신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많이 내주셨어요. 그런데 내용을 한번 차분하게 살펴보시면.. 기존에 생각하셨던 것들과 다른 면들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들을 보시게 될 겁니다. 대체복무제 도입 같은 경우 기간도 길고 난이도 높은 업무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 같은 경우는 우려하셨던 부분들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는 거고요.

군형법의 경우에도 이 조항이 갖고 있는 헌법적인 문제나 법 체계상의 문제들..인권을 침해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명백히 지적이 돼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의견을 냈다는 것을 좀..살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때 다수자들의 인권은 더 잘 보장될 수 있거든요.

영상/ 윤인경 비디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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