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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유통기한'은 왜 한국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걸까

  • By HuffPost Korea Partner Studio
  • 입력 2017.06.15 11:58
  • 수정 2018.02.02 09:29
ⓒ중경삼림/Rolling Thunder

역대 최저치의 혼인율, 10년 전보다 2.4세 높아진 초혼연령. 점점 ‘결혼은 선택'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결혼을 미루거나 동거 또는 비혼 등 다른 방식을 찾는 경향도 느는 추세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나이가 들수록 결혼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나 압박이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슈에 대해 허프포스트 파트너스튜디오 두 여성 에디터의 목소리를 담아 대화 형식으로 풀어봤다. 토크의 몰입을 돕기 위해 ‘욜로예찬자'와 ‘혼놀중독자' 두 닉네임으로 정리했다.

남성 33세, 여성 30세, ‘결혼적령기’는 아직도 유효할까

욜로예찬자(이하 ‘욜로’)_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이유리(변혜영 역)가 완전 사이다였지. "이렇게까지 결혼해야해? 내가 결혼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라고 했을 때 말야. 주변을 보면 결혼한 친구, 안 한 친구가 딱 반반인데 요즘은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해.

혼놀중독자(이하 ‘혼놀’)_취업이나 결혼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20대들이 경제적 이유 등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해. 취직도 어려운데, 또 결혼자금까지 모으며 고군분투하자니, 인생에서 결혼이 필수일까 의문이 드는 거지. ‘날 위한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해.

욜로_단 한 번뿐인 인생,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의미 있단 거지? 지금 현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여기거나 최대한 미루고 싶어지는 거지.

혼놀_지역별 청년 미혼 비율을 봐도 앞으로는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무의미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서울에 사는 30~34세 10명 중 5명, 25~29세 8~9명이 미혼이거든. 근데 그렇다고 결혼에 대한 압박까지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아. 결혼이 선택이라 여겨도 한편으론 이 나이 즈음이 ‘결혼 적령기다’, ‘혼기가 찼다’는 생각은 다들 한번씩 하니까.

욜로_그건 그래. '결혼적령기'라는 단어 자체가 무섭지 않아? 그 와중에 여성의 입장에서 '나이가 들수록 좋은 남자 만나기 힘들다'는 주변 말을 들을 때나 '여성의 '결혼 손익 분기점'이 33세'라는 기사를 볼 때면 약간 섬뜩해지기까지 해.

혼놀_맞아. “좋은 남자는 어린 여자들이 다 채간다”라거나 “한살이라도 예쁠 때 드레스 입어야지”와 같은 말들을 들을 때면 뜨악해. 남자 만나서 드레스 예쁘게 입고 결혼하려고, 나이가 들 때마다 초조해야 하나 싶어서.

결혼 안 한 여자 나이는 왜 꾸준히 관심거리가 되었을까

욜로_사실 결혼적령기에 닥쳐서만 그런 말들을 듣는 건 아니야. 여성이 나이로 공격받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25살 되면 한 번은 듣는 말 있잖아. ‘여자 나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우스갯소리라곤 하지만 하나도 안 웃겨. 10년 전 <삼순이>부터, <막돼먹은 영애씨>, <또 오해영> 등 30살 전후의 여자들은 '무례하게 대해도 되는 나이’의 노처녀로 그려져 왔잖아. 얼마 전엔 한 웹툰에서도 ‘나이는 이기지 못했다’며 서른 넘은 여자의 외모를 비하하고, 심지어 여자 나이를 우유의 ‘유통기한’으로 비유한 칼럼도 있었어. 이런 걸 보면 여전히 여자 나이와 관련한 편견은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아?

혼놀_응, 미디어에서도 스테레오 타입으로 여자와 나이를 연관 지어 부정적으로 이슈화해 온 게 사실이지. 게다가 싱글, 결혼, 출산의 과정을 지나는 여성들에게 때마다 ‘노처녀’, ‘워킹맘’, ‘경단녀’ 등의 딱지를 붙이고 부담을 주잖아. 논란을 일으켰던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가 대표적이야. 저출산 원인을 마치 여성만의 책임인 듯 돌리는 나라라니. 또 한 교수는 "누가 서른 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라며 마치 여성이 결혼을 통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존재인 것처럼 거듭 성차별 발언을 했어. 생각할수록 화딱지나!

욜로_화 나는 게 당연하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이 들수록 여성들 스스로도 불안감을 만들어.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면, 나도 ‘내 짝’을 만나고 싶다고 자연스럽게 바라게 되니까. 또 가끔 가족이나 친척이 “결혼 언제 해?”라고 묻는 것도 한몫해. 그럴 때 ‘앞으로도 나혼자 행복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결혼하면 바뀌는 라이프스타일, 짊어지게 될 책임을 떠올리면 불안할 수밖에 없어.

혼놀_남녀 모두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부담과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여성의 경우 결혼이나 임신 계획 여부가 취업할 때부터 허들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 한 기사에선 “‘취업만 된다면 출산을 하지 않겠다. 일만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자기소개서에 출산포기각서까지 쓸 수 있다”는 여성 취준생들의 절박한 심정까지 엿볼 수 있었어.

한국 여성이야말로 결혼 압박과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했다

혼놀_그러다 보니 흔히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우리 또래의 여성들은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받는 압박이 대단한 것 같아.

욜로_응,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그 나이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보고 있어. 한국 여성 중 65%가 나이 때문에 사회에서 부당한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해. 남자보다 15%나 높은 수치거든? 절반 이상의 여성이 나이 들수록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야. 10명 중 7명의 여성이 서른이라는 나이에 압박이나 부담감을 느낀다고 하니까.

혼놀_우리나라 여성만의 문제는 아냐. 글로벌 서베이에선 싱글 여성(45%)이 싱글 남성(28%)보다 결혼에 대한 압박을 더 느꼈고, 한국 여성(51%)과 일본 여성(59%)이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어. 또 한국 여성의 91.9%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하면서도, 2명 중 1명이 나이 드는 것을 걱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적절한 결혼 상대자를 찾는 점이라고 꼽았지.

*P&G 글로벌 서베이: 18세 이상 여자 4,280명, 남자 3,261명으로 일본(1,006명), 한국(1,010명), 중국(1,006명), 홍콩(301명), 대만(303명), 태국(302명), 말레이시아(309명), 미국(1,000명), 영국(1,000명), 호주(1,000명)가 참여했다.

결혼이 녹록지 않은 우리는 모두 82년생 김지영

혼놀_나 역시 한살 씩 먹을수록 점점 더 결혼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뒤집힐 것 같아 두려워. 게다가 흔한 한국의 직장생활을 떠올리면 결혼과 출산 뒤엔 여성이라서 잃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거든.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도 아내 지영씨는 출산 후를 걱정하며,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라고. 내 미래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졌어.

욜로_정말 남 얘기 같지 않아. 낳고 나면 ‘슈퍼맘’이 되어야만 하는 가혹한 환경인데 말이지.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이미도(김유주 역)가 임신했다는 사실만으로 오랫동안 준비하던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고 오열하는 게 드라마 얘기만은 아니야.

결혼 시장에 ‘남겨진 여성들’, 사회가 정해놓은 인생 타임라인에서 자유로워질 순 없을까

욜로_중국에는 25살이 넘은,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부르는 말이 있더라고. ‘골드미스'는 말이라도 예쁘지, ‘남겨진 여성'이란 뜻의 ‘셩뉘(剩女)’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결혼 안한 딸이 걱정된 부모들은 실제 존재하는 ‘결혼 시장'에 딸의 프로필을 올려놓고, 배우자를 찾아 주려 하는 거야. 그들을 '고집이 세다, 까다롭다, 예쁘지 않고 평범해서 결혼을 못 했다'면서 마치 여자에게 문제가 있는 듯 여기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거지.

혼놀_중국의 ‘결혼 시장’ 모습은 꽤나 자극적이었어. 한국은 ‘저 정도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런데 한국 여성 10명 중 7명은 자신의 위치, 현재 나이나 결혼 여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불편하거나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 더 놀라운 건 중국 여성(62%)보다 10%나 높은 수치라는 거야. 역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아.

욜로_결혼과 나이에 대한 압박이 아직도 여전하구나. 지금 대부분의 여성이 안고 가는 문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네. 아시아 여성들이 특히 더 심한 걸까? 나 혼자만 아직까지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마음을 놓고 있었나 봐. 이런 얘기를 나눌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혼놀_결혼이 선택이라고 말하는 지금에도 ‘결혼 유통기한'을 정해놓고, 여성의 경우 일종의 꼬리표처럼 인생 타임라인이 존재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아시아 여성 3명 중 1명은 결혼, 커리어, 교육, 육아 등에 정해진 인생 시간표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하는 걸 보면 말야.

욜로_내가 정하지도 않은 인생 타임라인에 구속받는 기분이야. 우리가 스스로 불안감을 없애는 것 밖엔 답이 없는 걸까?

혼놀/욜로_너무너무 답답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허프포스트코리아 파트너스튜디오가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나이 때문에 결혼에 제약을 받았거나 압박을 느낀 경험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의견과 사례를 제보 받습니다. ps@nativelab.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SK-ll와 함께 하는 네이티브애드 브랜디드 콘텐츠 시리즈에 반영됩니다. 소소한 댓글, 남성들의 목소리는 더욱 환영합니다 :)

SK-II는 여성이 자신만의 타임라인대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Change Destiny’ 캠페인의 일환으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한다. 지난해 공개한 영상 ‘Marriage Market Takeover’(메리지 마켓 테이크 오버)가 결혼 시장에 팔리듯 놓여진 중국 독신 여성을 향한 편견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담았다면, 이번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들이 사회가 규정해 놓은 타임라인을 거부하고 당당히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길 응원하는 것.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Marriage Market Takeover’영상은 아래에서 확인 할 수 있다.

* 이 콘텐츠는 SK-II의 지원으로 제작된 네이티브 애드 (Native A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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