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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을 구인광고로 내건 약국이 있다(인터뷰)

“새 정부가 개혁을 위해 과감한 행보를 내딛는 것을 보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최저임금 1만원'이었습니다.”

지난 3일, <망원동 좋아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함께 일하실 분을 찾습니다”라고 운을 딨 구인 광고가 올라 관심을 모았다.

글을 작성한 이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17년째 ‘비온 뒤 숲속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 장영옥(56)씨다.

장씨가 구인 광고에 ‘시급 1만원’을 내걸게 된 배경은 뭘까. 그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새 정부에 힘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또 ‘헬조선’ 탈출을 희망하던 청년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던 바람이 계기가 됐다.

장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가 촛불 혁명으로 세운 새 정부다. 정권을 잃은 쪽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할 텐데, (새 정부를 세운) 주체였던 시민이 새 정부에 튼튼한 배경이 되어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절망스러웠던 사회에 다시 빛이 들고, ‘헬조선’이라는 (한국 사회) 탈출을 꿈꾸는 청년들을 다시 꿈꾸게 하려면 우리가 지켜야 한다”면서 “평범한 시민으로서 (새 정부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는 게 뭘까. ‘나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시도) 해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시급 1만원’을 지급하면, 약국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마음의 부담이 컸다. 잠도 오지 않았다.

장씨는 “현실은 아주 어렵다. 임금 인상할 때, 시급 천원을 더 올리는 부분에 벌벌 떠는 게 저다. 시급이 만원이 되면, 직원들 급여가 150%가 인상된다”면서도 “최저임금 1만원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인) 것이고, 직원들의 저임금에 기대 제 수입을 보전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시간 일해도 밥 한 끼 값도 안 되는 이런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시급 1만원을 지급해 생기는 부족분은 더 열심히 일해서 보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그는 실정이 어려운 영세 사업자들에게 자칫 피해가 될까 깊이 우려했다. 약국 인력을 모집하는 온라인 누리집 대신, 지역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구인 공고를 게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장씨는 “현실적으로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할 수 없는 어려운 약국들이 많은데, 구직자 입장에서는 약국의 실정을 잘 모른다”면서 “시급 1만원을 내걸고 구인을 하게 되면, 다른 약국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약국 인력 모집을 하는 사이트에)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구인 공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자, 20여명의 지원자가 찾아왔다. 15여명이 면접을 치렀고, 약국은 13일에 함께 일할 새 식구를 맞는다.

이 약국의 본격적인 ‘시급 1만원’ 실험은 9월부터 시작된다. 여름철 비수기에 접어드는 약국 살림은 넉넉하지 않다. 약국을 방문하는 고객이나 환자가 줄고, 매출도 반 이하로 줄어 현상유지가 어렵다고 한다. 장씨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결정되면 일을 배우는 수습기간 3개월을 거친 뒤, 9월부터 시급 1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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