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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인터뷰] 게이 트랜스 남성과 파트너가 첫 임신에 대해 이야기하다

  • 김도훈
  • 입력 2017.06.12 10:21
  • 수정 2017.06.12 11:10

검은 수염을 단정하게 가다듬은 트리스탄 리즈는 튀어나온 배를 문지르며 밝은 얼굴로 “사랑과 섹스는 생각보다 신체와 관련이 적다.”고 말하는 자신의 파트너 비프 채플로를 바라본다.

리즈는 맥주를 많이 마셔서 배가 나온 게 아니다. 그는 트랜스젠더이며, 첫 아이를 가졌다. 2016년에 유산을 경험했던 이 부부는 이번 임신이 너무나 기쁘다.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 구성원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리즈는 34세, 채플로는 31세다. 그들은 불안정하고 아이를 학대하던 가정에서 입양한 채플로의 조카 두 명을 키우고 있다.

임신을 발표한 뒤 이 부부는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리즈는 이게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아이를 낳은 트랜스젠더 남성들이 많지만,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포틀랜드에 사는 이 부부는 모든 젠더, 연에, 사회적 규범을 자랑스럽게 거부한다. 아름답다. 나는 최근 이들과 함께 임신, 젠더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신하고 싶다는 걸 어떻게 깨닫게 되었나?

트리스탄: 트랜스젠더 남성들은 늘 여성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걸 거부하곤 했다. 나는 20대 대부분을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나는 균형을 찾고 싶다, 내가 트랜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지점에 다다랐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과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입양을 했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우리 가족 구성원을 늘릴 수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은 알지만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나는 이 경험을 하고 싶었다. 남성인 동시에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남성인 동시에 만삭이라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트리스탄: 흥미로운 것은 남성의 몸은 여성의 몸처럼 철저히 주목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성들이 공공 장소에 있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여성의 몸을 보고, 판단하고, 심지어 언급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남성의 외모에는 관심이 없다.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맥주 배가 나온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잘 가리고 다녔지만, 이제 내 건강에 큰 문제가 있거나 아기가 들어있음이 분명해진 시점이 되었다.

당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트리스탄: 자신의 트랜스 자녀들이 결코 아기를 갖지 못할 거라고 걱정했던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성전환을 한다고 해서 그 문이 영영 닫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트랜스로 커밍아웃했을 때 내게 파트너나 가족이 생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트랜스들에게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깨는 건 정말 짜릿했다. 부정적인 발언도 들었지만…

비프: ...아직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말자. “맙소사, 이 이야기를 읽으니 정말 멋지다. 가족과 사랑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말한 이성애자 여성들이 많았다. 멋진 이야기를 해준 퀴어들도 많았다. 우리 메일함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메시지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부정적인 것도 있었다. [둘 다 웃는다]

트리스탄: 부정적인 메일들은 멍청하고 웃겼다. 악랄한 메일들도 있었다. 그건 보지 말 걸 그랬다. “아가씨, 우리 남자들을 훔쳐 가지마.”라고 쓴 어느 게이 남성이 있었다. 나는 “당신이 연애 못 하는 이유가 나는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불쾌한 말들도 있었다. 우리, 우리 가족, 우리 아기가 어떻게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선 거리를 둬야 했다.

비프: 이 이야기는 전세계에 퍼졌다. 그리스, 아르헨티나에서도 연락이 왔고…

트리스탄: 나이지리아, 우간다...

비프: 트랜스혐오, 동성애혐오가 만연한 나라들이 많다. 그런 반응들도 이해가 간다.

트리스탄: 아직도 동성애가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인 나라들이 있음을 기억하라. 국제적으로 이야기가 퍼지면, 그 나라의 게이와 트랜스들의 일상이 어떤지 조금은 느끼게 된다.

트리스탄, 당신이 자신의 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은 신선하며, 여러 트랜스들이 지금도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내러티브와는 다르다. 불쾌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가? 특히 임신도 한 지금은 어떤가?

트리스탄: 남성으로 사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트랜스 남성으로 사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아기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 트랜스 남성도 있을 수 있다. 아기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들도 많다. 나는 임신의 과학이 흥미롭다. 여성성에 묶인 것 같지는 않다. 임신은 내 몸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질 수 있는 놀라운 경험에 더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성전환 후 10년 동안 나는 특히 내가 게이라는 점에서 내 몸에 깊은 실망을 느꼈다. 트랜스가 아닌 게이 남성들로부터 외모와 행동 등을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압력을 많이 느꼈다. 노력을 많이 했다. 비프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봐, 나는 트랜스야, 나는 지금의 나에서 달라질 수 없어, 라는 시점이 다다랐다.

트랜스젠더 남성인 나는 10년 동안 호르몬을 복용한 다음 건강을 위해 자궁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당신은 12년 동안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다음 임신했다. 건강의 위험은 없는가?

트리스탄: 그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신 의학 정보에 의하면 10년 이상 오랫동안 호르몬을 복용해도 자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내 생각에 당신의 정보는 상관 자료나 일화적 자료에서 온 것 같다. 40, 50세 정도 되면 생식 호르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 장기 복용 때문에 젊은 나이에 문제가 생겼다면 나는 굉장히 놀랄 것 같다. 최신 자료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을 여러 해 동안 복용했어도, 복용을 중단하면 모든 게 예전 그대로 돌아간다. 사실은 우리에 대한 실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우리는 알아내려고 애쓰는 것들이 많다. 이게 의학적으로 안전한지 알아보려고 아기를 갖기 전에 여러 의사들에게 상담해 봤는데, 그들은 괜찮을 거라고 했다.

트리스탄, 시스 게이 남성과 사귀려 하는 트랜스 게이 남성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트리스탄: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최대한 빨리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라. 게이 남성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써라. 둘째, 트랜스라는 걸 문제가 아닌 장점으로 생각하라. 자신의 몸과 다른 몸에 호기심을 갖는 게이 남성들도 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관심이 있거나, 그냥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의 자신감을 좋아하고, 당신과 함께 할 의지가 있다. 비프와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친밀해지기 전까지 비프는 여성의 알몸을 본 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나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와 잘해볼 의지가 있었다. 셋째, 당신의 몸과 평화를 이루고 편안해지도록 하라. 그래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상대가 지뢰밭을 헤매는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있다. 비프가 가장 두려워했던 게 그것 같다. 뭔가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해서 내가 기겁하지는 않을까, 내게 상처를 주면 기분이 끔찍할 텐데, 라는 걱정을 했다. 성전환이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든, 어떻게든 편안해져서 상대가 좋은 경험을 하게 하고 당신을 계속 만나고 싶어하게 하라. 나는 9년 동안 멍청이들을 만나다 비프를 만났다. 트랜스 남성들은 게이 남성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스스로의 건강과 행복까지 헤쳐가며 정말 멍청한 일들도 하려 한다는 자료가 있다. 나도 그런 실수들을 했다. 특히 못된 사람들과 있을 때 그랬다. 상대가 나를 만나준다는 것만으로 고마웠기 때문이었다.

임신을 고려하는 트랜스젠더 남성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나?

트리스탄: 흠… 내 경험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또는 개인적인지 나는 모른다. 임신을 고려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는 지원 체계를 잘 갖춰두라고 말하고 싶다. 파트너, 혹은 파트너들이 있다면, 결심이 100% 확고한지 확실히 하라. 힘든 경험이기 때문이다. 아기를 낳아서 기르고 돌보는데 헌신할 수 있는지 확실히 하고, 늘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라. 본인의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의료진들을 교육시키려면 정말 화나고 스트레스 받으니, 당신 입장을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병원을 찾아라. 불쾌감을 느끼거나, 의료진이 당신의 젠더를 착각하거나 지지해주지 않으면 힘들다. 지원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한 지하 네트워크가 많이 있다. 비프, 파트너를 위한 조언이 있는가?

비프: 당신 파트너가 무엇을 겪고 있는지, 그저 임신만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데 대한 2차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리스탄에게 일어났던 일들 중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다. 트리스탄이 내게 이런 저런 걸 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더 편안해질 때까지 약속 장소에 같이 나가서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트랜스들을 틀에 가두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트리스탄: 사회적 압력이 있다. 퀴어들이 이성애자들처럼 행동했다면 모두들 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다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나는 거부한다. 조건적 승인은 승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트랜스젠더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나 때문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다. 퀴어라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가 세상에 주는 축복이다. 이걸 문 앞에 버려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나는 들어가지 않겠다.

허핑턴포스트US의 A Gay Trans Man And His Partner Open Up About Being Pregnant With Their First Chil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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