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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논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는 없을까?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영화 상영이 주목적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용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한국 영화 상영관을 장악하고 있는 3대 극장 체인(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이런 불편함이 실제로 가시화된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이나 공정거래법상 불공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간단한 산수 계산으로도 3개 극장 체인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기신
  • 입력 2017.06.12 12:32
  • 수정 2017.06.12 13:09
ⓒ넷플릭스

플랫폼은 콘텐츠가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다.

예컨대 전통적으로 드라마의 플랫폼은 TV, 영화의 플랫폼은 영화관, 게임의 플랫폼은 컴퓨터와 게임기였다. 오늘날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다매체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주요 플랫폼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영화는 영화관에서 우선 개봉한 후에야 케이블 TV나 온라인, 모바일 스트리밍을 통해 전파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될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영화 상영이 주목적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용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서구에서 주로 만들어져 온 TV용 영화와도 다르게,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는 방식을 택한 영상 콘텐츠인 셈이다.

한국 영화 상영관을 장악하고 있는 3대 극장 체인(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이런 불편함이 실제로 가시화된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이나 공정거래법상 불공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전국의 상영관은 2575개다. 그 중 CGV가 996관, 롯데시네마 793관, 메가박스 590관이다. 세 곳을 제외한 상영관은 196개. 만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 불가 판정을 내릴 경우 '옥자'를 볼 수 있는 전국의 영화관은 196곳뿐이다."

〈'옥자'와 넷플릭스는 피해자일까?〉 중앙일보, 2017. 6.11.

공정거래법 제4조(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자(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연간 매출액 또는 구매액이 40억원 미만인 사업자는 제외한다)는 제2조 제7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1. 1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2. 3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 다만, 이 경우에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10 미만인 자를 제외한다.

간단한 산수 계산으로도 3개 극장 체인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예시적인 규정으로 되어 있고, 일정한 거래분야인 '시장'을 규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다. 예컨대 3대 극장 체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영화 시장 전체를 두고 제작사와 배급사 극장까지 합한 시장 금액 규모로 시장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영화 시장에 대해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 적이 드물다.

어쨌든 영화 극장 시장이 독립된 시장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위 3대 극장 체인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3대 극장 체인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하면 안 되고, 또한 이른바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상 부당한 거래거절을 해서도 안 된다.

물론 '유통질서'는 시장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3대 극장 체인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히 일리는 있다. 이른바 '홀드백(영화가 상영관에 개봉된 후 스트리밍 등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시차)'은 영화 시장 플레이어들이 일정 수준 이상 각자 수익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특히 콘텐츠의 온라인 불법 유통이 만연한 한국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간단하게 살펴보아도 이 사안은 법적으로 문제될 여지가 있다. 시장경제에서 유통의 전통적인 질서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한 시장경쟁이다. 또한 지금까지 국내 콘텐츠 산업 진흥 등을 이유로 영화 업계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태도를 다르게 할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

시장 플레이어들의 보다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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