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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이도 알 수 있게 설명해주는 영국 기자의 영국 총선 민심 설명서

  • 박세회
  • 입력 2017.06.08 10:27
  • 수정 2017.06.08 11:13

편집자 주 : 잠시 후 우리 시간으로 오후 3시(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영국 총선이 시작된다. 근데 남의 나라 정치까지 이해하려니 머리가 여간 여간 복잡해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5살 아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얼마 전까지 20%P나 차이 나던 민심이 왜 제레미 코빈의 노동당 쪽으로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했는지 설명해 준 허프포스트 UK 기자의 글'The UK General Election 2017 Explained For Americans'을 한국 사정에 맞게 번역·편집했다.

이번 영국 총선은 영국을 이끌 사람, 총리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뽑는 선거다. 올해의 승리자는 영국이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하면서 브렉시트를 협상하고, 그 과정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온갖 구박을 받을 권리를 얻게 된다.

주요 후보는 테레사 메이와 제레미 코빈이다.

테레사 메이

테레사 메이는 영국판 도널드 트럼프라 할 수 있지만, 메이의 트윗은 재미가 없다.

메이는 강하고 안정적, 이란 말을 즐겨한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거라고 '잘못' 생각했던 데이비드 카메론이 사임한 후, 메이는 작년 7월부터 총리를 맡고 있다.

메이는 2010년에 집권한 보수당(토리, Tory)을 이끈다. 보수당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이란 이름으로 공익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역사적으로 토리들은 미국 공화당과 닮았으며, 국가 규제 최소화와 자유시장을 믿지만, 미국 공화당원들처럼 총을 쏴대는 대신 사냥개를 데리고 여우를 사냥한다.

그들은 빈곤층을 희생시킨 돈으로 부자들을 보살핀다는 비난을 받지만, 메이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뿐’(JAMs, the Just About Managing people)라고 내세웠다.

이번 선거는 메이 때문에 실시된다.

애초에 메이는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야당인 노동당이 설문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의석을 대거 늘릴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을 바꾸었다. 브렉시트 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곧 알게 되겠지만, 메이의 생각대로 일이 돌아가지는 않았다는 게 함정.

제레미 코빈

코빈은 영국판 버니 샌더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진속에서 거대한 호박 같은 채소인 매로우를 들고 있는 남자다.

그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하여, 라는 말을 즐겨한다.

2015년 9월에 제 1야당인 노동당 당수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노동당은 블루컬러 노동자들을 위한 당이었다.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자처하는 입장과 비슷하다.(물론 자처일 뿐이지만...)

2년 전에만 해도 코빈이 노동당 당수가 되리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코빈은 런던에서 비교적 잘 사는 곳인 이슬링턴 노스의 국회의원인 것으로 만족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코빈은 토리의 긴축 정책에 몹시 화가 났고, 당수 경쟁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가 승리하자 모두가 놀랐다.

그는 영국에서 큰 분열을 일으켰다. '코비니스타'(Corbynista)로 불리는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영국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요트를 살 수 없는 보통 사람을 대변할 유일한 사람이라며 예수처럼 떠받든다.

그의 반대자들은 그가 더러운 빨갱이라고 생각한다.

주요 이슈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다.

메이는 ‘강하고 안정적으로’라고 계속해서 말하고, 노동당에 투표하면 영국이 소련이 될 거라고 모두 믿게 될 때까지 코빈을 공격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전략은 먹혀들지 않았다. 선거 바로 전 주에 맨체스터와 런던에서 테러가 일어났고, 안보 이슈가 최우선으로 떠올랐다.

총리가 되기 전 메이는 내무 장관이었다. 영국 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때 메이는 영국 거리의 경찰 수를 2만 명 가까이 줄였다.

그래서 메이는 관심을 딴데로 돌리기 위해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서는 인권법을 ‘갈기갈기 찢어야’ 한다고 우겨보았다. 아이러닉하게도 이건 소련의 지도자들이 할 법한 말이었다.

누가 이길까?

메이가 총선 실시를 선언했을 때 여론 조사에서 메이는 월등히 앞서 있었고, 코비니스타들 외에는 누구나 메이가 훨씬 더 나은 총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승리를 자신했던 메이는 전국 방송에서 영화 속 악당처럼 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몇 주는 메이에게 아주 불리하게 돌아갔다.

당연히 영국에도 후보자 토론이 있고, 아직까지 (미국의 누구처럼) 버릇없는 애같은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경쟁은 상당히 뜨거운 편이다.

근데 중요한 건 메이가 아예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레미 코빈과 군소 후보 팀 패론, 폴 너톨, 녹색당의 캐롤라인 루카스는 전부 지난주 BBC 토론에 참여했다. 당시 팀은 이렇게 말했다.

팀 패론 : "테레사 메이는 어디 있나? 당신 집 창밖을 보라. 당신의 사회 복지 기금을 대기위해 당신 집 크기를 가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패론이 승리할 일은 없겠지만 웃기기는 했다.

메이는 영국 전역의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었다’고 변명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 모든 ‘만남’은 미리 기획된 행사였고, 메이가 이날 토론에 빠지고 참석한 행사엔 토리당을 상징하는 파란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은 테레사 메이의 알랑거리는 팬들만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을 보라.

대중 역시 이에 분노했다.

메이는 보통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바닷가로 가서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사실은 포르투갈에서 들어온 유대인 음식이지만 지금은 덮어두자).

대중은 이날의 다른 사진 때문에 또 다시 격분하고 말았다.

영국인이라면 이 사진에서 잘못된 점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생선이 없다. 콘월은 생선이 부족한 곳이 아니다.

- 칩스를 바라보는 표정은 마치 팩트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의 표정 같다.

- 대체 세상에 어떤 사람이 칩스와 함께 뜨거운 음료를 주문한단 말인가???!!!(편집자 주 : 치킨을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다고 생각해보라!)

심지어 무작위로 민가의 문을 두드리며 진짜 민심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아 무대 위에서 가사를 통째로 잊어버린 오디션 프로그램의 래퍼 같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유세하며 ‘진짜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집 문을 두드리는 건 #TheresaMay 의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PR 캠페인이 엉망진창이 된 결과, 코빈이 여론조사에서 부상하고 있다. 앞서지는 못했지만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1위와 2위는 "불과 11%P 차이"

정말이지 이제 아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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