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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테러 이후 영국의 민심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영국의 미래는 누가 주도하게 될까.

영국의 EU 탈퇴 협상과 연일 계속되는 테러 공포 속에서 '테레사 메이 정권에 대한 시험대'가 될 총선이 8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집권 중인 보수당은 메이 총리를 필두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 영국을 이끌어줄 강력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으며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제레미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장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테러'와 지난 주말 '런던브리지 테러' 이후 집권당의 정책에 대한 회의적 여론에 힘입어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보수당이 20% 포인트까지 앞섰으나 지난 3일 BBC의 보도에 따르면 다양한 여론 조사에서 두 당의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는 추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 이번 총선이 중요성과 테러로 인한 흐름의 변화

이번 총선으로 향후 2년 동안 이어질 브렉시트 협상 주도권을 누가 쥐게 되느냐도 결정된다.

보수당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노동당은 "브렉시트에는 찬성하지만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혜택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총선 결과에 따라 '하드 브렉시트'냐 '소프트 브렉시트'냐가 결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근간에 발생한 테러의 위협이 반드시 메이 총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인디펜던트는 "총선에 임박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한 쪽에 유리하게 흐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총선을 목전에 두고 테러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일어났다는 사실은 대테러 노선이 성공적이었다는 (집권) 정부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특히 BBC에 따르면 보수당이 집권 후 경찰의 예산을 줄인 것과 관련한 비난이 일고 있으며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역시 집권 후 삭감된 경찰 예산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인디펜던트는 또한 제레미 코빈이 테러의 책임을 현 정부의 탓으로 돌리진 않으면서도 영국의 해외

참전이 국내 안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고 전했다.

◇ 흔들리는 정책

지난 4월18일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했을 때만 해도 보수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에 걸맞는 '강한 지도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각종 여론 조사 또한 보수당이 144석이나 압도했던 1983년 총선 때와 비교하며 메이 총리의 무난한 승리를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이른바 '치매세'로 불리는 '사회적 돌봄'(social care) 지원 축소 정책을 발표하면서부터 보수당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정책은 노인이 보유한 주택의 가치까지도 소득 기준에 포함, 누구든 '집을 가진 65세 노인들'은 요양비 '폭탄'을 안게 되는 구조여서 노년층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은 산 것.

이후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의 발표에 보수당 지지층의 표심은 또 한 번 흔들렸다. EU 탈퇴로 재정 악화가 예상되는데도 중산층뿐 아니라 부유층의 증세도 반대하는 보수당 정책이 경제 위기감을 부추겼던 것이다.

이처럼 계속되는 보수당의 정책적 혼선에 유권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고 이후 메이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코빈을 필두로 한 노동당을 상대로 보수당이 '압승'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노동당의 맹추격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For the Many, not the Few)를 선거 캠페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코빈 노동당 대표는 지지율 상승의 여세를 몰아 표심 확장에 나서고 있다.

코빈 대표는 6일 영국 중부 버밍엄에서 한 대규모 유세에서 "청년들에 투자하는 건 우리 모두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겠다.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외쳐 환호를 이끌어냈다.

청년층 표심 확보를 위해 콘서트 형식으로 열린 이날 유세에는 1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한손에는 맥주를, 다른 손에는 코빈을 지지하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든 가운데 가벼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코빈 후보는 철도·수도의 국유화 등 전통 좌파 노선을 고수하는 인물이다. 노조 운동가 출신으로 그리스와 스페인의 급진좌파인 시리자, 포데모스 지도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과거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이끌던 보수당을 향해 "끔찍할 정도의 불평등과 불공평한 복지 시스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거 절차·표심 향방은?

이번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려면 하원 전체 의석(650석) 중 과반, 즉 최소 326석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650석 가운데 330석이지만 의장·부의장·아일랜드 신페인당 등 표결에서 배제되는 의원들을 제외한 실질표결 의원을 기준으로 하면 총 17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이것이 12석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격차는 선거 막판까지 계속해서 좁혀지는 추세를 보여 왔다. 즉 보수당이 승리한다 해도 압도적인 우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 업체 오피니엄이 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43%의 지지율로 노동당(36%)에 7% 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조사였던 지난 3일 조사와 비교하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그대로인 반면 노동당의 지지율은 1% 포인트 하락했다.

5일 발표된 유고브 조사에서는 보수당이 총 305석을 확보, 다수당 지위를 얻지 못해 다른 정당과의 연정 구성이 불가피해지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헝 의회'가 구성되면 보수당이 유지해온 브렉시트 강경 기조가 대폭 바뀌게 될 수밖에 없다.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혼선이 다시 한 번 우려되는 상황.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다른 당과의 연정을 통해 내각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 경우 독자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같은 조사에서 노동당은 이틀전인 지난 3일 조사 때보다 7석이 늘어난 268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투표는 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한국시간 8일 오후 3시~9일 오전 6시)까지 계속된다. 오후 10시 투표소가 문을 닫는 즉시 개표가 시작되며 9일 새벽께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총리 선출 절차까지 끝나고 나면 오는 13일 신임 하원의장이 선출된다. 19일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주재로 의회 개원이 선언된다. 브렉시트 협상도 이 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선은 5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다음 선거는 2022년 6월에 실시된다.

스트라드클라이드대학의 존 커티스 정치학 교수는 보수당의 승리를 조심스레 예상하면서도 "(메이 총리가) 자신의 목표를 이뤄내는데 있어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떨칠 수 있는 상태로 귀환할지, 또는 상처투성이로 돌아올지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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