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일본의 비혼·싱글 연구 전문가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인터뷰)

  • 박수진
  • 입력 2017.06.05 12:35
  • 수정 2017.06.05 12:48
Young girl is watching sunset over Tokyo in Odaiba.
Young girl is watching sunset over Tokyo in Odaiba. ⓒpraetorianphoto via Getty Images

"일본 망했다", "미안하다-"

"생애 미혼율, 남성이 23%, 여성이 14%로 급증해 사상 최고"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가 보도되면서, 인터넷에는 절망감과 죄책감을 표현하는 단어가 넘쳐났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마케팅 전문가 아라카와 히사 씨가 '초 솔로 사회 - 싱글 대국 일본의 충격'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그는 비혼이 자연스러운 추세에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생애 미혼율 급증"을 보도한 한 신문 기사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고립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혼한다고 해서 "고립될 위험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그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다. 오히려 "부인에게 의존하며 정년이 가까워지는 남성"의 경우가 가장 고립될 위험이 높은 그룹이라고 경고한다. 다가오는 '초 솔로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었다.

- '독신 남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며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들었다. 왜 '독신 남성' 그룹을 연구하기 시작했나?

= 주요 소비층은 여성들이다. 주부, 일하는 여성, 학생이 늘 소비층으로 주목받지만 통계를 보면 소비 성향은 여성이 높으나 지출 액수는 남성쪽이 높았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싱글 남성들이 그랬다.

일본에서 싱글 남성 인구는 싱글 여성보다 3백만명 더 많다. 평균 초혼 연령도 30세 이후로 넘어가며 '만혼화'도 진행되고 있다. 가장 소비 지출 액수가 높은 그룹이 인구도 많은 데다 싱글 생활 기간도 길어지는 것이다.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이 어서 마케팅 차원에서 '솔로 남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결혼하지 않는 남자들'이고 두 번째가 '초 솔로사회'다.

하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초기의 연구 의도와는 전혀 다른 면이 발견됐다.

지금까지는 '싱글' 인구들은 어느 정도 '세대'로 분류할 수 있었다. 고졸, 대졸 등의 개인차가 있지만 남녀 모두 20대 초반에 일하기 시작하며, 결혼도 대체로 20대일 때 했다. 30대 초반에 아이가 태어나 50세가 되면 아이가 독립했다. 모두 나이에 따라 같은 인생의 단계가 진행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세대론'이라는 게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혼, 만혼에 이혼까지 늘고 있다. '솔로'는 더이상 소수가 아니다. 나이와 라이프스타일이 반드시 연동되지는 않게 된 것이다. 예전의 세대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나이보다는 가족으로 살고 있는지, 싱글로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 1인 가구, 1인 소비자를 위한 상품들이 많아졌다. 마케팅 업계에서도 싱글들을 주요 소비자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 그렇게 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대 관심사는 가족이다. 사실 싱글 상품의 수요는 계속 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공급이 그 수요를 따라잡은 것이다. 편의점 매출이 슈퍼마켓을 따라잡은 것을 봐도 그렇다.

또다른 예는 여행이다. 지금은 1인용 여행 상품들도 등장했지만 얼마전까지는 최소 2인 이상이어야 했고, 시골의 온천 여관에 누군가 혼자 묵겠다고 하면 거절당하는 일도 많았다. 자살이라도 하러 온 걸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기업의 결정권자들인 과장, 부장들 중 싱글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다.

- 왜 예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결혼을 했을까?

=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과거의 여성들에게 결혼이야말로 진정한 취업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경제 기반 획득을 위한 수단이었다. 과장되게 말하면, 과거의 여성들에게 결혼은 사활이 걸린 문제여서 결혼하지 않는 것은 옵션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맞선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맞선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직장에서의 만남에 의한 연애 결혼도 일종의 '사회적 맞선 시스템'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예전에는 '신부가 될 만한' 여성을 채용했고, 남성은 어쨌든 회사에서 동반자를 찾는 풍조였다.

어떤 직장들은 거의 가족 같은 공동체였다.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해 회사의 기숙사에 들어가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낮 시간도 밤 시간도 함께 지낸다. '큰 가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한 공동체 안에서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핵가족을 만들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회사의 분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성은 "결혼을 해서 먹일 가족이 생겼으며, 회사에 평생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회사 측도 남성 직원들에게 "부양가족 때문에 제대로 월급을 지불할 것이며, 나이와 함께 월급도 올릴 것"이라고 동의한다. 행복에 관한 계약 관계 같은 것이다. 이런 남성들과 결혼하는 여성들은 회사에서 보증 문서를 받은 것과 같았다. 하지만 버블이 붕괴한 후 이런 똑같은 식의 인생 설계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여성들은 남성에 의지하는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이것만이 비혼이 늘어난 요소인 건 아니다. 하지만 주요 영향 중 하나다.

관련 기사: 일본에서 '회사인간'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 당신은 책에서 솔로라고 더 고립돼 살아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 물리적으로 혼자 있어서 외로운 상태와 혼자만 당하고 있다, 남겨졌다는 심리적인 고립 상태는 서로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기혼자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진짜 고독은 마음이 고립될 때 일어난다. 마음이 고립한다는 것은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낄 때다. 비록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도, 가족이 있다 해도,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낀 순간 인간은 마음의 고립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혼자 방 안에 있어도 주위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고 실감한다면 그건 고독도, 고립도 아니다.

- 반대로 결혼을 하고도 '고립'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경우인가?

= 결혼이 '유일한 의존'이 되어 버리는 사람이 마음으로 고립감을 안기 쉽다. 특히 중년이 되어 부인에만 의존해 버리는 남편들이 그런 경우다. 아내와 이혼하거나 사별하는 경우 유일한 소속이 사라지며, 자신도 사라지는 심리적 고립을 경험한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그런 이들이다.

그런 아저씨들에게 "친구가 있는가?"라고 물으면 대개 직장 사람들이다. 수십년 동안 직장 밖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해온 탓이다. 회사에 있으면 여전히 친구 관계가 계속되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아무도 연락 오지 않는다. 여성들은 그런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그런 경향이 적다. 일이라면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배우자가 됐든, 직장이 됐든, 무엇이 됐든 무언가 유일한 하나에 종속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개인으로서 네트워크를 충분히 가져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것이야말로 '솔로로 살아가는 힘'이다. 역설적이게도 솔로로 살아가는 힘은 누군가와 연결할 수 있는 힘이다.

- '솔로의 장점'은 뭘까?

= 솔로는 단순한 상태다. 솔로가 좋다든가 나쁘다든가, 솔로로서 누리는 혜택이라든가, 솔로는 이렇게 즐거운 것이라든가 하는 말은 결혼이 이러저러해서 좋다고 설명하는 것과 똑같다.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서로 분리하는 것이야말로 해롭다. 결혼한 사람들이 자신들만 아이를 키워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싱글들이 자신들은 아이 양육과는 전혀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싱글들도 있을뿐더러, 양육은 사회 전체가 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여러가지 형태로 다음 세대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거나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회의 개인화는 점점 진행될 것이다. 한때 안전한 커뮤니티였던 지역, 직장, 가족들은 불행히도 옅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확충하며 개개인이 새로운 관계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이 요구된다. 그것은 가족 간의 유대처럼 강력한 것일 필요는 없다. 지연이나 혈연이 아닌 공감하는 사고방식이나 공통의 목적, 공통의 행동으로 네트워크가 생길 수 있다. 그러한 '확대 가족 관계성'이 미래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라카와 히사

solo

홍보 전문가로 독신 생활에 대한 연구를 책 '초 솔로 사회-싱글 대국 일본의 충격''결혼하지 않는 남자들'로 펴냈다.

*허프포스트 일본판의 「結婚しない人が増えたのは自然なこと」荒川和久さんが指摘する「ソロ社会」とは를 발췌, 번역했습니다. 질문과 답변의 일부 표현은 가독성을 위해 편집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허프 인터뷰 #결혼 #가족 #세대 #싱글 #솔로 #독신 #초 솔로 사회 #1인 가구 #비혼 #일본 #마케팅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