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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데이트에 있어 비용 분담과 기대

미국인 1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자의 84%, 여자의 58%가 첫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부담해야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6개월차 이상 되면 남자의 75%, 여자의 83%가 데이트 비용을 나눠서 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미있는 게 데이트 비용 분담에 대해서 여자의 지지율이 남자보다 높다. 더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음에도 전체 남자의 76%가 여자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단 것이다.

  • 김영준
  • 입력 2017.06.01 14:05
  • 수정 2017.06.01 14:12
ⓒChesiireCat via Getty Images

남녀관계의 비용부담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바로 그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돈 하면 아주 추잡스럽게 여기는데 사실 인간관계에서 금전적 관계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어떤 만남이든지 만남을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에는 돈이 든다. 돈 안 드는 인간관계는 SNS를 통해서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를 할 때뿐이다. 하다못해 만나서 커피를 마셔도 돈이 들고 식사를 할 경우엔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친구 관계의 만남에서는 이 비용의 부담이 아주 심플하다. 인원수 대로 N빵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남녀간의 개인적 만남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자들의 비용부담률이 높아진다. 이게 사실 딱히 우리나라만의 얘긴 아니다.

Rosanna Hertz, David Frederick, Janet Lever(2013)이 미국인 1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자의 84%, 여자의 58%가 첫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부담해야 된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64%의 남자들은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44%는 여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한번도 부담하지 않으면 관계를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친구간의 만남에서는 N빵을 해도 아무런 불만이 없는 반면 왜 갑자기 남녀간의 데이트만 되면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걸까? 뭐 간단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친구 간의 만남에선 '기대'가 없는 반면 남녀간의 데이트에선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기대가 뭐겠는가? 가볍게 보자면 데이트 상대로부터 호감을 얻는 것이고 여기서 더 나아갈 경우 섹스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Charlene Muehlenhard, Debra Friedman, Celeste Thomas(1985)에 따르면 데이트 비용 지불 문제는 남자의 섹스에 대한 합의를 왜곡시키는 걸로 나온다. 데이트 강간에서 남자가 모든 데이트 비용을 지불했을 때가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나누어 부담했을 때보다 '강간이 정당하다'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게 나온 것이다.

저건 좀 오래된 연구라 그렇다 치자. 비교적 최근 연구인 Susan A. Basow, Alexandra Minieri(2010)에 따르면 남자들은 비싼 데이트를 할 수록 여자에게서 섹스를 기대한다고 한다.

이 연구들을 놓고 보자면 데이트 비용에서 남자와 여자의 부담률 차이는 남자가 기대하는 섹스 기대비용(?)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즉, 데이트 비용에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은 목표로 하는 '섹스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영향력 행사인 셈이다.

나는 이걸 '영향력 자산'이라 부르고 싶다.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투자(남녀관계라면 더 많은 데이트 비용 부담)를 통해 쌓는 영향력 자산이다. 이렇게 쌓이는 영향력 자산은 상대방이 나의 요구에 좀 더 쉽게 응하게 만드는 데에 쓰이는 것이다.

물론 내가 상대방에게 사용할 수 있는 영향력 자산이 많다고 상대방이 꼭 나의 요구에 무조건 응해야 하는 법은 없다. 거절할 수는 있으나 그것 또한 상대방에게 있어서 다른 부담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영향력 자산을 통한 요구를 계속 거절한다면 그 관계는 그걸로 파탄이 나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럼 다시 남녀간의 데이트 문제로 돌아와 보자. 첫 데이트에서부터 더치페이로 정확하게 5:5로 비용부담을 하자는 여자들의 속마음은 남자들이 이런 영향력 자산을 쌓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관계의 주도권을 남자쪽에 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남자들이 소위 말하는 '개념녀'라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일 확률이 높다. 아예 애초부터 얽힐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것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데이트 비용의 남성 부담에 대한 긍정비율이 남자(84%)와 여자(58%)가 서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데이트 초기엔 이렇게 남자들의 부담률이 높고 여자들도 이것을 상당부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게 장기관계로 발전하면 조금 달라지는 경향이 보인다.

먼저 언급한 Rosanna Hertz, David Frederick, Janet Lever(2013)의 연구에서 84%의 남자와 58%의 여자가 첫 데이트에서 남자가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내야 한다 생각한다 했었다. 그런데 이게 6개월차 이상되면 남자의 75%, 여자의 83%가 데이트 비용을 나눠서 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미있는 게 데이트 비용 분담에 대해서 여자의 지지율이 남자보다 높다. 더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음에도 전체 남자의 76%가 여자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단 것이다.

즉, 초기 관계에선 남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남녀 모두가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이것이 장기관계로 넘어가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비용분담을 당연하게 인식한단 게 저 연구의 내용이다.

이런 단기와 장기에 따른 데이트 비용 분담의 인식차, 특히 장기관계에서 비용분담을 여자쪽이 더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데이트 비용의 분담이란 것은 단기적 만남과 일정 이상의 관계를 지속하는 장기적 만남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자기 사람이 아니라면 돈 안 쓰겠단 게 여자들의 입장이란 얘기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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