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재인 정부, 부동산 공화국과 대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나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이지 않자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를 실탄으로 해서 꿈틀대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선거 시점에 보유세 강화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건 득표전략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데다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과 서거를 통해 각성한 강철 지지자들이 다수 포진한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한국사회의 대표적 적폐인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유세 강화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 이태경
  • 입력 2017.06.01 10:27
  • 수정 2017.06.01 10:29
ⓒ뉴스1

나는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한다. 참여정부가 8.31대책을 발표한 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버블 세븐의 아파트 가격이 2006년 가을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검단신도시 확장을 발표하자 미친 듯이 뛰어오르던 것을. 당시 아파트 가격 폭등은 버블세븐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전역을 휩쓸었다. '자고 일어나면 천만원씩 오른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곤 했다.

당시 시장은 유례를 찾기 힘든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로 인해 정권교체가 가시화되고 이로 인해 종부세로 대표되는 참여정부의 가수요억제 정책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컨센서스를 형성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신도시 확장을 발표하자 시장은 정부가 투기억제에 한계를 느끼고 공급확대로 확실히 선회했다고 해석했다. 당시 '내일이면 늦으리'를 외치며 막차를 타는 심정으로 부동산 매수에 나선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부동산 대책의 완결판이라 할 8.31종합대책으로 부동산 투기는 잦아들고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 확신했던 나도 2006년 가을 부동산 투기의 창궐을 목도하며 패닉에 빠졌었다. 모든 걸 불사를 것 같던 부동산 투기의 불길은 참여정부가 LTV와 DTI를 한층 강하게 적용해 과잉유동성의 부동산 시장 진입을 억제하면서 잦아들기 시작했다.

내가 참여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얻은 뼈저린 교훈은 '부동산 투기는 예방이 최선이며 이미 시작된 투기는 잡기가 지난하다는 것', '정부의 정책은 축차적으로 투입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전면적이고 총체적이어야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 '시장은 합리적 근거에 의해 투기를 하다 임계점을 넘으면 지기실현적 예언에 빠져 극도의 비합리성을 보인다는 것', '정책을 책임진 자에게 방심이나 낙관이나 우유부단은 죄악이라는 것' 등등이다.

내가 십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일을 말하는 건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나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이지 않자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를 실탄으로 해서 꿈틀대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주택공급량이나 실질구매력 등을 보면 지금이 참여정부 때보다 투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낮고,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는 범위가 서울 일원으로 국한된다는 점에서 소란을 피우기에는 이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늘 경험했듯 시장은 우리의 예상이나 통제를 벗어나 있다. 방관이나 어설픈 미봉책은 합리적 시장을 비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다. 시장이 비합리적으로 변하면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들고 나온 도심재생 사업도 투기의 재료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선거 시점에 보유세 강화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건 득표전략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데다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과 서거를 통해 각성한 강철 지지자들이 다수 포진한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한국사회의 대표적 적폐인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유세 강화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혹시 종부세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종부세 트라우마라는 것이 실체도 불분명한 것이거니와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지양한 '국토보유세+토지배당+지역화폐' 패키지가 종부세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 이재명의 대표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토지배당+지역화폐' 패키지는 토지를 보유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유세를 차등과세하고 과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가지고 모든 시민들에게 토지배당이라는 명목으로 배당을 주는 정책이다. 토지배당은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국토보유세+토지배당+지역화폐' 패키지는 투기억제와 조세정의를 확보케 하며, 시민들의 실질소득을 크게 향상시키고, 내수를 진작시킨다. 일석삼조의 선순환구조인 셈이다. 또한 이 패키지는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조금 상이하긴 하겠지만 이재명식으로 하면 95퍼센트 이상의 시민이 수혜를 입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나는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국토보유세+토지배당+지역화폐' 패키지의 수용을 진지하게 고민하길 간곡히 바란다.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경제는 곧 부동산이라 할 만큼 절대적이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 전개되면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환호하던 수많은 시민들의 열광이 분노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부동산 공화국과 정면 대결해야 한다. 그 시작은 '국토보유세+토지배당+지역화폐'패키지의 도입이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공화국 #종부세 #국토보유세 #토지배당 #지역화폐 #경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