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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사망하다

  • 김도훈
  • 입력 2017.05.31 10:00
  • 수정 2017.05.31 10:01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일급 스파이였으나 미군의 침공으로 축출당한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83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끝냈다.

AP 통신은 노리에가가 29일 파나마시티의 병원에서 뇌종양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 역사의 한 장이 끝났다”며 그의 죽음을 알렸다.

노리에가는 미국 정부와 서로 배신과 ‘이중 플레이’를 하며 20세기 중남미사의 어두운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군 장교였던 그는 1950년대부터 중앙정보국의 중요 정보원이었다. 1968년 쿠데타로 집권한 오마르 토리호스 장군의 충복이었으며, 83년 군부 최고 실력자로 부상해 민간인 대통령들을 조종하며 89년까지 독재정치를 했다.

그는 중앙정보국에 쿠바 등 중남미 좌파 세력이나 마약 카르텔 정보를 넘기며 돈을 받고, 니카라과의 우파 콘트라반군에 대한 미국의 현금과 무기 지원 통로 역할을 했다. 그 이면에서는 공작에 이용될 파나마 여권을 쿠바에 파는가 하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과 동업하면서 코카인 밀매로 돈을 챙겼다.

노리에가는 시간이 갈수록 미국 쪽 말을 듣지 않고 민족주의적 슬로건을 내세웠다. 미국에서는 마약을 밀매하는 그를 처벌하라는 여론이 일었다. 노리에가가 1989년 대선 결과를 조작하며 미국에 전쟁을 선포하는 와중에 파나마 군의 발포로 미군 병사가 사망하자, 아버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해 12월 “참을 만큼 참았다”며 병력 2만7천명으로 파나마를 침공했다.

미군의 공격에 민간인만 적어도 수백명이 숨졌다. 노리에가는 바티칸대사관에 피신했다가 며칠 만에 항복했다. 노리에가는 미국으로 압송돼 마약 밀매 등의 죄로 복역하다가 2010년에는 프랑스로 보내져 마약 밀매 관련 돈세탁을 이유로 다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파나마로 추방돼 정적 살해 등에 대해 내려진 징역 60년형을 복역 중 올해 1월부터 수술을 이유로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미국은 파나마 침공 명분으로 마약범 노리에가의 체포와 민주정치 복구를 내세웠다. 그러나 노리에가의 이용 가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보호하려는 게 진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엔은 파나마 침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노리에가는 재판 과정에서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라는 올리버 노스 미군 중령의 요구를 거부해 미국한테 버림받았으며, 자신은 미국의 수중에서 놀아났다고 주장했다. 노스 중령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이란에 무기를 판 돈으로 몰래 콘트라반군을 지원하면서 니카라과 좌파 산디니스타 정권의 전복을 기도했다는 ‘이란-콘트라 게이트’의 주인공이다.

파나마 침공 1년 전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마이클 듀카키스는 중앙정보국 국장 출신인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가 노리에가와 친분이 깊다고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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