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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항의'에 대해 알아야 할 '법률 문제'

비록 공무집행방해죄에는 해당될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협박죄가 성립될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의정활동을 잘하라는 뜻에서 내놓은 항의가 아니라 정치인 본인이나 주변인에 대한 협박성 내용이 들어있다면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 예컨대, '밤길 조심하라'거나 '애들 학교 잘 다니는지 두고 보자'는 등 정치인 본인이나 가족·주변인의 신체·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

  • 이정렬
  • 입력 2017.05.30 07:58
  • 수정 2017.05.30 08:15
ⓒnatasaadzic via Getty Images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40분에 TBS 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사이다같은 법률이야기'코너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이른바 '문자항의'와 관련된 법률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방송에서 했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관련 소식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이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문자세례가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를 '문자폭탄'이라고 명명하면서, "문자폭탄은 의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 "문자폭탄은 비판을 용납치 않는 반민주적 행태", "문자폭탄은 왕따, 테러행위"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 정치인들에게 일반인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된 유래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국회 탄핵소추의결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부 의원들이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탄핵소추안 의결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사명감에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소추안에 찬성할 것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자발적인 의사전달기법이다. 그 과정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었고, 이를 통해 승리감을 느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3. 이러한 '문자항의'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비난을 하고 있는데, 법적인 책임이 있나?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개인이 1회 내지 단발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해당 의원의 의정활동을 비판하는 경우다. 야당의원들은 다수의 문자메시지를 받음으로써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국회의원은 공무원이어서 형법상의 공무집행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36조 제1항에 의하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한 경우를 들고 있고, 제137조는 위계를 사용할 것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문자메시지의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4. 그러면, 협박성 문자메시지의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형법에 의하면 공무집행방해죄의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폭행·협박이나 위계를 사용했더라도 당해 의원이 공무를 방해받지 않았다면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된 것처럼 '진실과 다른 사실에 터잡은 질의' 내지는 '자신은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소한 실수를 문제삼는 행위'와 같이 '문자항의'의 대상이 된 행위 자체가 적법성이나 타당성을 결여한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에서 보호하려고 하는 '공무'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자메시지 발송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될 여지가 거의 없다.

5. 그러면, 협박성 문자메시지는 아예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인가?

비록 공무집행방해죄에는 해당될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협박죄가 성립될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의정활동을 잘하라는 뜻에서 내놓은 항의가 아니라 정치인 본인이나 주변인에 대한 협박성 내용이 들어있다면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 예컨대, '밤길 조심하라'거나 '애들 학교 잘 다니는지 두고 보자'는 등 정치인 본인이나 가족·주변인의 신체·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

6. 문자메시지에 욕설이 포함된 경우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명예훼손죄 등이 문제될 수 있지 않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이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경우 명예훼손죄, 모욕죄, 그리고 비방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 이른바 '공연성'이라는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명예훼손행위, 모욕행위, 비방행위를 하였을 것이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문자메시지의 경우에는 의원 개인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특정·다수인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죄 등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7. 그러면, 이러한 '문자항의'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어떤 것이 있나?

문자메시지에 협박성 내용이 있는 경우 협박죄가 성립될 수 있음을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그리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단톡방과 같이 다수인이 함께 있는 메시지방에 강제로 초대한 다음 그 곳에서 명예훼손, 모욕 또는 비방행위를 한 때에는 앞서 설명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라는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 모욕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성립될 수 있다.

8. 시민들의 이러한 '문자항의'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일부 야당의원들이 '문자항의'를 가리켜 '의회주의 부정행위'라든가, '민주주의를 훼손 내지 유린하는 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먼저 의회주의는 국가의 최종적인 정치적 결정이나 법률의 제정을 의회에서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행하는 정치방식 및 그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로써 의회를 구성하고 그 의회에서 국가의 의사결정을 하게 하자는 것으로서 국민주권주의의 한 표상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이 그 대표자인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문자항의'야말로 의회주의의 근거가 되는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이를 가리켜 의회주의의 부정이라든가,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국민주권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적인 언사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역사상 가장 반민주적이었다는 유신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즉, 유신헌법에 의하면, 국민은 대표자를 통하거나, 국민투표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취지였다. '문자항의'와 같은 국민의 정치참여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유신헌법 제1조 제2항의 취지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정당에서 가장 반민주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자항의'는 국민주권주의를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는 국민참여행위이자 직접민주주의의 일환으로서 장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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