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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은 법치국가의 법원인가

보통 사단급 법원에서는 사단장이 관할관이라는 이상한 직책을 겸하고 있다. 이 직책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군사법원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즉, 법원 판결에 장군들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관할관은 특히 관할관 확인 때 형을 감경을 할 수 있는 비교할 데 없는 이상한 권한을 갖고 있다(군사법원법 제379조). 이런 것은 민간법원의 판사는 물론 대법원장도 갖고 있지 않은 권한이다. 사단장이 군사법원의 판결을 임의로 고쳐 깎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쓰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뉴스1

글 | 요력금강(현직 법조인/게이법조회)

많은 분들이 동성애자 대위에 대한 군사법원의 유죄 판결에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 판결을 내린 군사법원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어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군사법원 제도는 법치국가의 법원이라기에는 너무나 기괴한 제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체불명의 심판관

여타 민간 법원과 달리 군사재판은 1심의 경우 법대 가운데에 앉은 재판장 역할을 하는 사람을 "심판관"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양 옆의 군판사와 달리 심판관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군법무관이 아니라 그냥 계급이 높은 일반 장교이다. 보통 사단급 보통군사법원 같으면 부사단장, 연대장 등 대령들이 주로 맡는 자리다.

물론 통상적으로 심판관은 재판에 간섭하지 않고, 좌우에 앉은 군판사들이 재판을 진행한다. 하지만 어떤 심판관들은 형량을 정하는 것에 개입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심판관들의 계급이 높기 때문에 부득이 군판사들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즉, 법관이 아닌 자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군에서는 심판관 제도가 군사재판에서 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조력한다는 미명하에 존속시키고 있는데 사실 크게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그런 역할이라기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공정해야할 판결에 군의 관점을 반영시키게 되는 위험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2. 군판사들의 비전문성

과거에는 의무 복무를 하는 단기 군법무관들도 군판사 보직을 맡았었는데 현재는 영관급 이상으로 임명하고 있다. 이것은 윤일병 사건이 터지고 인권단체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인데 어째선지 미묘한 문제를 낳게 되었다.

기존 단기 군법무관들은 의무 복무 후 전역을 하게 되므로 군 내부의 지침과 거리를 두고, 군의 눈치를 덜 보고 판결을 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소령급 이상은 장기 군법무관들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군에 5년 이상의 장기복무를 약정하고 들어온 사람들이라 군의 영향에 훨씬 자유롭지 못하다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또한 소령급 군판사라고 하더라도 전혀 전문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현재 육군 군법무관은 순환보직으로 군판사 보직은 장기 군법무관 3년차 정도에 처음 맡게 된다. 그리고 딱 1년 정도 군판사로 근무를 하고 사단급 참모 등 다른 보직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후 전혀 판사와 관련 없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즉, 모든 군판사는 판사로서 초보이다. 전문성 있는 군판사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윤일병 사건 같은 큰 사건에서도 집행유예를 1년 미만으로 선고하는(집행유예는 1년 이상만 선고가 가능하다)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군판사는 1년 후엔 그냥 일반 군법무관으로 돌아간다. 다음 보직을 생각하는 군판사가 과연 군의 영향에서 자유롭게 판결할 수 있을까.

3. 법원 판결을 고치는 관할관

보통 사단급 법원에서는 사단장이 관할관이라는 이상한 직책을 겸하고 있다. 이 직책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군사법원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즉, 법원 판결에 장군들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관할관은 특히 관할관 확인 때 형을 감경을 할 수 있는 비교할 데 없는 이상한 권한을 갖고 있다(군사법원법 제379조). 이런 것은 민간법원의 판사는 물론 대법원장도 갖고 있지 않은 권한이다. 사단장이 군사법원의 판결을 임의로 고쳐 깎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쓰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나마 2017. 7. 7.부터 사단급 법원은 폐지가 되고 군단급으로 편제가 바뀌고, 관할관의 감경범위도 1/3 미만으로 변경된다. 개선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말은 바꾸어 말하면 그 전에는 법원 판결을 사단장이 제한 없이 감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건지 모르겠다.

또한 그 감경에 대해서 개정 조문에는 "피고인이 작전, 교육 및 훈련 등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에 한정하여 선고된 형의 3분의 1 미만의 범위에서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는 요상한 단서가 붙었다. 이전에 비해서 관할관의 권한을 축소한 것은 맞으나 "피고인이 작전, 교육 및 훈련 등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라는 단서가 어떻게 악용될지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교육을 위한 폭행.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다 성추행.

이런 제도적 문제점을 가진 군사법원이라는 기괴한 제도가 군의 특수성이라는 미명하에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특히 오늘의 판결을 보면서 군사법원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군사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자신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썼지만 끔찍하다. 저런 법원이 세상에 남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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