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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복 기회는? 퇴진 김성근 보는 야구계 시선

“아마 올해 한화가 정말 독하게 야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

스프링캠프 당시 팬뿐만 아니라 타 구단의 관심도 한화에 쏠려 있었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던 한화는 올해가 김성근 감독과의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다. 각 구단 관계자들도 한화의 이런 사정에 주목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팀의 염원,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에 어찌됐건 총력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 총력전이 어떤 식으로 그라운드에서 구현될지도 관심이었다.

그런 전망의 중심에 있었던 김성근 감독이 22일부로 한화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자진사퇴냐, 경질이냐로 진실게임이 벌어질 기세지만 어쨌든 김 감독이 한화를 떠나는 것은 확정됐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구단과의 파워게임이 외부로 알려지며 구단 안팎으로 시끄러운 광경을 그룹이 더 이상 간과하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공과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김 감독이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지도자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역대 최다승 2위 감독이고,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야신’이라는 별칭과 함께 감독으로는 보기 드물게 두껍고 충성심 높은 팬베이스를 구축한 감독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런 김 감독이 KBO 리그 무대에서 다시 자신의 야구를 펼쳐 보일 수 있을까. 야구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는 분위기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올해 어느 정도 성적이 났다고 해도 한화와 김 감독과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운을 떼면서 “감독님으로서는 올해 성적으로 명예회복을 하시고 싶었을 것이다. 박종훈 단장과의 갈등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버틴 이유라고 본다. 하지만 그 기회는 이제 사라졌다. 고령이기도 하시고, 어쨌든 2년 반 동안 ‘구시대의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 김성근식 야구가 KBO 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리그가 144경기로 확장되면서 환경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스타일을 고집한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선수단 장악 능력도 예전만 못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뒷이야기다.

여기에 최근 KBO 리그 지형은 현장에서 프런트 쪽으로 힘이 옮겨가는 추세다. 2군 육성 등에 있어서는 프런트가 상당 부분 전권을 쥐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1군 감독의 권한을 중요시여기는 스타일이다. 사실상 그런 유형의 마지막 감독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성적이 좋으면 허니문 기간이 오래가겠지만,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갈등의 불씨는 곳곳에 도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갈 만한 팀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감독의 부임 이후 한화는 구단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팬이 많아졌고, 이는 관중 증가로 확인이 됐다. 김 감독의 지분이 크다는 것은 한화 구단도 인정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 관심’으로 바뀌었을 때 그룹이 받는 압박감은 예상보다 크다는 것도 같이 드러났다. 한 관계자는 “한화에 복귀하지 않으시고 그대로 1군 감독 경력이 끝났다면 역사적으로 추앙됐을 분”이라고 했다. 한화행이 김 감독에게 재기 불능의 치명타를 날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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