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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권리를 빼앗으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

레졸루트가 그린피스를 상대로 제기한 것과 같은 소송을 '전략적 봉쇄 소송(Strategic Lawsuits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이하 SLAPP소송)'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동원하는 아주 위험한 무기죠. 이 무기는 꽤나 효과적입니다. 소송에 큰돈을 쓸 수 있는 기업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SLAPP소송은 애초에 겁을 주려는 목적으로 고안됐기 때문에, 일반 개인이나 과학자, 비영리 단체들이 이 소송을 통해 정당한 결론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상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발언할 권리를 가지고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우리의 입을 틀어막는 건 억압적인 정부만이 아닙니다. 세상엔 막대한 소송 비용을 들여서라도 우리의 입을 막으려는 의심쩍은 기업들이 존재합니다.

레졸루트 포레스트 프로덕트(Resolute Forest Products: 이하 레졸루트)도 그런 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지금 그린피스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이런 소송이 그린피스의 핵심 정체성을 공격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린피스는 지구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리고 지구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1971년, 처음 우리가 당시 핵실험이 진행 중이었던 알래스카 암치카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갔을 때, 이 첫 번째 시위가 핵실험을 당장 멈추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전 세계적으로 핵실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끌어냈습니다.

말은 곧 힘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발언하는 건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건설하는 도구이자,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지금 미국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이뤄 온 성취를 무너뜨리려는 지도자가 존재합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미 환경보호청을 약화시키고, 과학자들을 검열하며, 깨끗한 물과 공기를 위해 만들어진 여러 법적 조치들을 취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그 누구도 인종과 종교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손상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전 세계의 언론이 트럼프 정부의 윤리적 파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소셜미디어가 이런 현실에 분노한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메가폰 역할을 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발언이 하룻밤 자고 나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전 세계에 퍼지기도 합니다.

우버 택시의 창업자는 수백만 명의 요구에 의해 결국 트럼프 정부의 자문 역할을 그만두기로 결정했고, 무슬림 입국 금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날이 커졌습니다. 우리는 세계 여성 공동 행진에서, 또 세계 곳곳의 공항에서 이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말'에 내재된 힘 때문입니다. 돈이나 권력의 힘이 아니죠.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하고 그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말"들이 사람들을 조직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게 만듭니다.

그런데 지금 그린피스는 말할 권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레졸루트사가 소송을 통해 우리의 입을 틀어막으려 하기 때문이죠. 이 회사는 그린피스 캐나다지부를 상대로 7백만 캐나다 달러(한화로 약 57억 4천만 원)짜리 소송을 걸었고, 그린피스 미국지부와 국제본부를 상대로 3억 캐나다 달러(한화로 약 2,463억 원)짜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레졸루트는 어떤 회사이고, 왜 우리의 입을 막으려 하는 걸까요?

레졸루트는 캐나다 북방 침엽수림에서 작업하는 벌목 기업입니다. 이들의 톱날에 쓰러진 나무는 목재 펄프에서부터 책이나 신문, 잡지를 인쇄하는 종이, 휴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됩니다.

그린피스는 이 회사가 지속 불가능한 벌목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폭로했습니다. 캐나다 북방 침엽수림은 북미산 순록의 일종인 카리부(caribou)의 서식지입니다. 또한, 숲에 의존해 살아가는 토착민의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땅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결정할 권리는 이들에게 있지요.

그러나 레졸루트는 우리가 시행한 조사를 빌미 삼아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레졸루트는 그린피스뿐 아니라 스탠드어스(Stand.earth)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대신 이렇게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입 닥치고 있으라!'

레졸루트가 그린피스를 상대로 제기한 것과 같은 소송을 '전략적 봉쇄 소송(Strategic Lawsuits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이하 SLAPP소송)'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동원하는 아주 위험한 무기죠.

이 무기는 꽤나 효과적입니다. 소송에 큰돈을 쓸 수 있는 기업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SLAPP소송은 애초에 겁을 주려는 목적으로 고안됐기 때문에, 일반 개인이나 과학자, 비영리 단체들이 이 소송을 통해 정당한 결론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억 캐나다 달러 짜리 소송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이 소송이 '부패 및 조직범죄 처벌법'(이하 리코(RICO)법)에 근거해 제기됐다는 점입니다. 이 법은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을 다루기 위한 법입니다. 즉, 레졸루트가 자사의 환경 파괴를 비판하는 단체를 범죄 집단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미국 법원이 레졸루트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송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SLAPP소송은 피소자에게 시간적, 금전적으로 큰 부담을 안기기 때문입니다. 레졸루트로서는 잃을 것 없이, 그들에 반대하는 개인과 단체들에 겁을 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겁니다.

그린피스는 오랫동안 이런 싸움을 겪어 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왜 캐나다 북방 침엽수림을 보호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레졸루트의 사업 방식이 왜 바뀌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자료에 바탕해 계속해서 발언해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린피스의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린피스가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레졸루트의 소송과 같은 수법이 먹혀들고, 환경단체들이 겁을 먹어 입을 닫아버리게 된 세상을요.

이민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없는 세상, 인권을 위해 싸우는 '국제앰네스티'가 없는 세상, 인종차별 기업에 맞서는 '컬러 오브 체인지'가 없는 세상도요. 참전군인, 어린이, 장애인,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 성 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단체의 지원 없이 각자의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에 더 취약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악의적 소송의 표적이 되는 일이 빈번합니다.

트럼프 같은 이들이 제기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감당하지 못해 신문사들이 문을 닫는 날을 상상해 보세요. 소송의 비용과 결과가 두려워 이제 더는 우리의 생각을 말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말이죠.

너무 극단적인 상상인 것 같나요? 하지만 리코법이 이런 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면, 이러한 상상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자신의 손에 얼마나 강력한 수단을 쥐고 있는지 깨닫는 순간, 우리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린피스는 벌써 레졸루트의 소송을 모방한 두 건의 다른 소송을 맞닥뜨렸습니다. 한 건은 텍사스에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가 그린피스를 포함해 여러 환경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에서 기후변화와 선거를 다루는 언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입니다.

우리는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레졸루트는 캐나다 북방 침엽수림에서 그들이 저지르는 일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됩니다.

이 이야기를 널리 퍼뜨려 주세요. 그리고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주기를 요청합니다. 그래서, 세상이 결코 침묵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레졸루트가 똑똑히 알도록 만듭시다! ▶서명으로 동참하기

글: 몰리 도로젠스키 (Molly Dorozenski) / 그린피스 미국지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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