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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돈봉투 만찬'은 "감찰이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허완
  • 입력 2017.05.18 06:13
  • 수정 2017.05.18 06:15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부적절한 만찬’ 참석자들을 감찰하라고 지시했지만, 검찰 내부나 법조계에선 “감찰을 넘어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진행될 감찰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청와대가 제시한 감찰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등이 규명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70만~100만원씩 각각 봉투에 담아 상대에게 건넨 돈의 출처가 ‘특수활동비’일 거라는 데엔 검찰 내부에서 이견이 없다. 이 지검장은 총 200만원, 안 국장은 450만원 정도를 건넨 셈이다. 이 때문에 감찰팀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검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영란법은 뇌물죄와 달리 돈을 건넨 이유나 명목은 중요하지 않고, 공직자들 사이에 금품이 오가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일 음식점에서 이 지검장이 기준 액수를 넘는 식사비를 계산했다면 이 역시 김영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한겨레가 이 사건 보도를 위해 법무부 쪽에 확인을 요청했을 당시 처음엔 “그냥 격려 차원이었다”고 해명하다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냐’고 묻자 얼마 뒤 “돈을 돌려줬다”고 다시 해명을 내놓은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돈을 돌려줬다고 해도 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실제 돌려줬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나아가 검찰 내부에선 김영란법 위반보다 더 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안 국장이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대상이었던 만큼 주고받은 돈의 대가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안 국장이 특수본의 조사까지 받았는데 아무 문제 없이 수사가 끝났다. 자기를 봐준 것에 대한 대가면 뇌물로 볼 수 있다”며 “국민들은 안 국장이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는지 이런 걸 궁금해한다. 감찰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만찬에서 봉투로 오간 특수활동비가 사용 항목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다. ‘특수활동비’는 애초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사건수사·국정 활동에 비밀스럽게 쓸 수 있도록 배정된 돈이다. ‘목적 달성에 지장이 있는 경우’를 고려해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쓸 수 있는 현금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특수활동비의 용도와 거리가 한참 멀다. 당사자들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애초 목적과 달리 인사를 앞둔 시기에 검찰과 법무부 간부들의 ‘인맥 관리’ 등을 위해 사용된 셈이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지금은 감찰을 할 게 아니라, 범죄 수사로 전환해야 맞다. 그런데 청와대가 대놓고 수사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감찰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짚었다.

감찰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 검사는 “조사 대상의 직급이 워낙 높아 감찰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싶다.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 특검이나 별도의 ‘특임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사건이 터졌을 때 법무부나 대검이 먼저 감찰하겠다고 나섰어야 했다. 이번에도 어물쩍거리고 있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 ‘역시 검사들을 수사할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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