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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많은 동물의 멸종 위기를 매우 과소평가하고 있다

  • 김도훈
  • 입력 2017.05.17 11:27
  • 수정 2017.05.17 11:28

말라바르 회색 코뿔새는 현재 ‘관심 필요종’(least concern)이지만 ‘위기 근접종’(near-threatened)에 해당한다.

IUCN의 레드리스트를 보면 지구라는 행성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종다양성 상실 위기를 알 수 있다. 2016년에 수만 종의 포유류, 조류, 곤충, 식물 등이 멸종 위기로 분류되었다. 그중 5천 종 이상은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으로, 장수거북, 남극흰긴수염고래, 오랑우탄 2종 등 상징적인 종들이 이에 속한다. 영원히 사라질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종들이다.

이 숫자가 엄청나게 느껴지지만, 최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IUCN의 종 상태 파악 방법의 정확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 이 수치마저 엄청난 과소평가일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IUCN이 이 종들이 잘 살 수 있는 서식지의 넓이를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해왔다고 결론내렸다. 그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전세계 생물들의 수가 과소평가되었을 수 있다. IUCN에서 멸종 위기로 분류한 종들은 우리 생각보다 멸종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고 한다.

보전 생물학 교수 돈 멜닉이 이끈 연구진은 인도 남서부 서 가츠 산맥의 조류 18종의 IUCN 레드리스트 분류를 살피고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생물학 보호 저널 6월호에 실린 이 논문에서, 이들은 IUCN이 이 조류 18종 중 17종의 서식지 넓이를 ‘엄청나게’ 과대평가했다고 밝혔다. IUCN이 종의 위협 수준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 중 하나가 서식지 넓이이다. 그러므로 새들의 서식지 넓이를 과대평가한 것은 IUCN의 판단을 부정확하게 만들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 연구의 분석에 따르면 IUCN은 18종 중 최소 10종을 더 높은 단계의 위험에 처한 것으로 분류해야 했다. 풀밭에 사는 닐기리 종다리는 현재 취약종(vulnerable)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멸종 위기종(endangered)이 맞다는 것이다. 부리가 큰 말라바르 회색 코뿔새는 현재 ‘관심 필요종’(least concern)이지만 ‘위기 근접종’(near-threatened)에 해당한다고 한다.

“종다리는 좁고 여기저기 흩어진 지역에 거주한다. 우리가 추정한 영역은 IUCN의 추정 영역의 10분의 1 내지 40분의 1이다. 코뿔새의 서식지는 넓고 서로 가깝지만, 우리의 추정치는 IUCN의 추정치의 5분의 1 정도다.” 멜닉이 허프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이다.

멜닉은 “우리가 추정한 실제 서식지에 비해 IUCN의 과대평가가 너무나 커서 지극히 놀랐다.”고 밝혔다.

“우리의 연구에서 드러난 서식지 넓이의 급감과 서식지 분열 증가는 이 새들이 상상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닐기리 딱새(Nilgiri flycatcher)는 ‘위기 근접종’(near-threatened)으로 분류됐지만 '취약종'(VU, Vulnerable)에 해당한다.

IUCN과 이번 연구진의 추정이 다른 이유는 다른 데이터를 썼기 때문이라고 멜닉은 설명한다.

IUCN은 여러 파트너 단체들이 제공하는 지도를 사용하여 종들의 서식지를 파악한다. 조류의 경우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이 파트너이다. 그러나 멜닉에 의하면 이런 지도들의 정보는 잘못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서식지 지도들의 대다수는 전문가 몇 명들의 의견에 따라 지도 위에 영역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적합치 않은 서식지가 들어가곤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서식지 지도를 쓰지 않고 코넬 대학교 조류학 연구소가 만든 웹사이트인 eBird에서 시민들이 작성한 과학 데이터를 사용했다. 같은 새를 두 번 세는 등의 표집 편향을 필터링한 다음 전문가 리뷰를 거쳤고, 각 종의 서식 영역 추정을 위해 개발한 통계 모델들로 분석했다.

“우리의 방법론은 종이 목격된 곳, 종이 살 수 있는 생태적, 지구물리학적 특성을 갖춘 곳만을 서식지로 한정한다. 그러므로 적합치 않은 곳을 제외할 수 있다.

IUCN이 조류뿐 아니라 모든 종의 위험을 판단할 때 이런 방법을 쓴다면 더 정확한(그리고 더 불편한) 보존 자료가 나올 것이라고 멜닉은 말한다. “우리가 썼던 방법이 더 넓게 적용된다면, 위협받는 종이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케랄라 웃음지빠귀는 '위기종'(EN, Endangered)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IUCN 레드리스트는 전세계 종들의 상태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모은 자료다. ‘생명의 바로미터’라고도 불리는 레드리스트는 수천 명의 과학자들과 단체들의 작업을 취합해 전세계 위기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

멜닉은 IUCN의 훌륭한 작업을 폄하하는 것도, 레드리스트의 기준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지 IUCN가 평가에 사용하는 ‘기본 데이터’에 도전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멜닉은 이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논문에 설명해 둔 우리의 방법은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다. [시민 과학] 데이터베이스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데이터를 얻고, 필터링하고, 생물종 분포 모델링을 위해 사용한 방법을 IUCN이나 다른 과학자들에게 기꺼이 알려줄 것이다.”

IUCN은 이들의 결론 중 일부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피드백을 받아서 기쁘며, 이 중 일부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레드리스트 담당자 크레이그 힐튼-테일러가 MongaBay.com에 밝혔다. IUCN은 이미 시민 과학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가 보전 관련 연구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멜닉 등이 사용한 방법론에는 ‘근본적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힐튼-테일러는 IUCN이 멸종 위기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두 기준인 ‘출몰 빈도’와 ‘점거 지역’의 차이를 이 연구가 오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최대 점거 지역을 파악한 다음 우리의 출몰 빈도와 비교했다. 출몰 빈도는 우리가 사용하는 점거 지역 한계보다 10배는 더 크다. 그들은 점거 지역 한계와 비교해야 했다. 그랬다면 대부분의 종들이 보다 위험한 단계로 분류되지 않으며, 우리가 제대로 분류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IUCN이 이번 연구에서 다룬 18개 종에 대해 ‘보다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the black and rufous 딱새는 '준위협'(NT, Near Threatened)에서 '취약'(VU, Vulnerable)으로 올려야 한다.

멜닉 측은 IUCN의 비판에 동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힐튼-테일러의 반응에 감사한다. 이렇게 주고받는 내용의 대부분은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이런 과정을 통해 전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멜닉은 자신들이 오해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IUCN 가이드라인의 정의에 의하면 우리의 지도가 IUCN의 출몰 빈도에 일치하지, 점거 지역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팀이 사용한 방법이 정확도가 더 뛰어나다는 “확신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멜닉은 IUCN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권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는 한정된 자금과 인력을 잘 활용하기 위해 위험도를 평가한다. 각 종의 위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우선 순위 선정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해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쓸 가치가 있다.”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데에 따르는 부정적 결과는 별로 없지만, 과소평가는 재앙을 낳을 수 있다. 우리는 IUCN의 방법론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허핑턴포스트US의 Scientists May Be ‘Vastly’ Underestimating The Extinction Risk Facing Some Speci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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