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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어린이 장난감의 문제점

  • 김도훈
  • 입력 2017.05.17 07:45
  • 수정 2017.05.17 07:46

새 선물을 받은 아이의 얼굴에 떠오른 기쁜 표정을 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 선물이 아이가 물려받게 될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장난감 업계는 거대하다. 작년에 203억 6천만달러 규모였고, 상승세가 꺾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장난감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역시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플라스틱 업계지에 의하면 저렴하고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장난감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다른 플라스틱과 마찬가지의 위험을 끼치지만, 저렴한 장난감들은 비싼 장난감들에 비해 수명이 짧은 편이며, 재활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며칠, 몇 주 정도밖에 갖고 놀지 않을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이라면, 정말 꼭 사고 싶은가? 개봉하는 순간 폐기물 배출 경로(waste stream)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린피스 과학팀의 케빈 브리그덴이 허프에 말했다.

비싼 장난감들도 언젠가는 버려진다. 당장 매립되지는 않는다 해도,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를 갖고 있다. 2014년에 미국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3300만톤 정도였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의하면 2013년에 미국에서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9.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이슈는 너무나 넓은 영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이 문제를 정확한 수치로 추정하지 못할 정도이다.

플라스틱 장난감이 다른 플라스틱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십중팔구 매립된다는 사실이라고 북미 기업과 가계에 재활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브렌트 벨 부회장은 말한다.

“재활용하기 좋은 장난감은 정말 적다.” 벨이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플라스틱 장난감은 금속 등 다른 재질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특히 재활용이 어렵다. 재활용 가능한 부분들을 떼낼 수가 없어서 재활용 센터에서 받지 못한다고 벨은 설명한다.

문제는 환경만이 아니다. 플라스틱 장난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장난감을 부드럽게 만들 때 사용하는 흔한 물질인 프탈레이트는 선천적 기형, 암, 당뇨병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가 2014년에 보도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장난감을 입에 넣곤 하기 때문에 위험이 더 커진다.

환경 전문가들은 과거의 장난감들을 보라고 한다. 과거에는 내구성 있는 재료로 대를 물려 쓸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었다. 세계 2차 대전 전에는 튼튼한 장난감이 표준이었다. 그러나 금속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플라스틱이 도입되었고, 그 이후 업계를 장악했다.

나무, 면, 금속, 자연 고무 등으로 만든 장난감이 플라스틱 장난감의 대안으로 고려된다.

음료수 병과 같은 다른 플라스틱 제품들에 대한 환경 운동가들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장난감보다 오히려 처리하기 좋은 편이다.

플라스틱 병은 한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주요 음료 기업들은 100% 재활용 가능한 병을 쓴다. 소비자들이 반드시 재활용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가능성은 있다. 탄산 음료 제조사들은 재활용 가능한 병을 만들어서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장난감은 딱 한 가지 역할밖에 없으며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플라스틱 장난감이 소비되는 속도도 문제다. 아이들은 생일과 명절에 플라스틱 장난감을 받는다. 파티에서 선물 상자에 든 장난감, 시리얼 통에 든 장난감, 패스트 푸드 식당에서 주는 장난감을 받는다. 이런 싸구려 장난감들은 아이들의 관심을 잠깐 받았다가 버려지곤 한다. 아니면 질이 떨어지는 재료로 대충 만들어져, 몇 번 갖고 놀면 부서져서 쓰레기통 신세가 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싸고 잘 부서지는 장난감들 투성이다. 거의 다 쓰레기통으로 간다. 아이들의 교육과 놀이를 위해 이런 걸 사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아이들이 여생 동안 살아갈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장난감 기업 빅 퓨쳐 토이스의 CEO 스티브 로의 말이다.

로는 딸을 데리고 척 E 치즈 로스앤젤레스 점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 갔다가 플라스틱 장난감이 얼마나 해로운지 깨달았다고 한다. 행사가 끝나자 모든 아이들에게 7리터짜리 우유통 정도의 가방을 나눠주었는데, ‘작은 싸구려 장난감들’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딸은 집에 와서 언니와 함께 잠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곧 거의 다 망가졌다고 한다.

로와 아내 크리스틴은 지역 재활용 센터에서 이런 제품들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전부 버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은 깨닫게 되었다. 이 생일 파티에 왔던 다른 가족들을 생각해 보자, 척 E. 치즈에서 매일 생일 파티를 하는 모든 가족들을 생각해 보자. 그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다. 그 어마어마함을 우리는 깨닫기 시작했다. 장난감 업계가 얼마나 큰지, 장난감들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면 그 영향이 얼마나 클지.”

청정 연료 업계 제품 매니저인 로는 그때 아내와 함께 빅 퓨쳐 토이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빅 퓨쳐 토이스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벌목한 나무인 FSC 목재로 만든 자석 집짓기 세트를 판다.

금세 망가지는 조잡한 장난감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주요 장난감 회사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든다. 이는 구입 즉시 쓰레기가 되며, 온실 가스 배출 등의 문제를 낳는다.

예를 들어 레고는 장난감을 만들 때 석유를 정제하고 추출하기 때문에 환경 관련 우려를 사고 있다. 레고의 탄소 발자국 중 4분의 3이 여기서 나온다고 패스트 컴퍼니는 보도했다.

레고는 보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레고는 2030년까지 지금 사용하는 소재보다 환경 친화적인 대안을 찾아 도입할 계획이며 1억 5천만 달러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2013년에 하스브로는 포장재를 줄이고, PVC 사용을 중단하고, 재활용 소재 사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고 그린비즈는 보도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벨은 제조사들이 재활용 소재로 장난감을 만들길 바라며, 소비자들에게 낡은 장난감을 기증하라고 권한다.

환경 친화적인 장난감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많지는 않다. 욕소(Yoxo)는 재활용 나무 섬유로 장난감을 만들고, 소비자들이 사용한 후 다시 재활용할 수도 있다. 그린 토이스는 재활용 우유통, 요거트 컵 등 재활용 플라스틱을 쓴다.

그러나 대형 상점에서 환경친화적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속가능한 장난감 시장은 아직도 틈새 시장이다. 토이저러스에서 이런 것들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있다 해도 몇 종 안 될 것이다.” 로의 말이다.

지속가능한 장난감을 살 수 없다면, 로는 구입하는 양을 줄이는 걸 권한다.

“장난감 회사 CEO가 이런 말을 하다니 미친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장난감을 사는 대신에 경험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동물원이나 멋진 쇼에 다녀오는 것이다. 집안이 덜 너저분해지고 천연자원 남용을 막는 길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re’s A Huge Problem With Kids’ Toys That No One’s Talking Abou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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