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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에 등장한 음산한 조형물

과연 서울로 7017이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처럼 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던 와중에 최근 서울역 앞을 지나다가 10톤 분량은 되어 보이는 신발들이 서울로 7017과 서울역284 건물 앞을 걸쳐 음산하게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 끔찍한 조형물이 왜 서울로 7017과 서울역 광장을 점유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서울시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서울로 7017과 관련된 키워드로 열람 가능한 자료를 몇 개 살펴보니 이 조형물의 제목이 슈즈트리(Sheos Tree)임을 알 수 있었다.

  • 홍태림
  • 입력 2017.05.15 06:42
  • 수정 2017.05.15 18:04

사진: 홍태림

2013년 이후 폐쇄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4년에 서울시가 안전문제를 근거로 고가다리 폐쇄를 결정함과 동시에 서울로 7017이라는 공원 조성 사업의 장이 되었다. 600억 가까운 예산이 소요된 서울로 7017은 다가올 5월 20일에 개장하며, 여러 축제 및 문화 프로그램도 펼쳐질 예정이다. 그러나 개장을 앞둔 서울로 7017은 2만4000여 그루의 나무들이 심어진 645개의 거대한 화분들로 꽉 막힌 베란다라는 비판과 인접 지역의 부동산 문제로 많은 우려의 시선을 받는 상황이다. 과연 서울로 7017이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처럼 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던 와중에 최근 서울역 앞을 지나다가 10톤 분량은 되어 보이는 신발들이 서울로 7017과 서울역284 건물 앞을 걸쳐 음산하게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 끔찍한 조형물이 왜 서울로 7017과 서울역 광장을 점유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서울시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서울로 7017과 관련된 키워드로 열람 가능한 자료를 몇 개 살펴보니 이 조형물의 제목이 슈즈트리(Shoes Tree)임을 알 수 있었다. 울트라맨에 등장하는 괴수나 버려진 서낭당을 연상케 하는 이 신발 더미가 무려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서울시 공문을 살펴보니 슈즈트리는 서울로 7017 일대에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을 도모하고, 서울시 대표 축제로 육성하여 지역경제 활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플라워 페스티벌이라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약 1억 4천만 원 규모의 슈즈트리 사업은 지난 5월 2일 서울시와 ㈜스마일그룹의 수의계약(디자인 연출 38,830,000원)으로 결정되었다. ㈜스마일그룹이 어떤 업체인지 궁금해서 살펴보니 2005년에 설립되어 조경시설물설치공사, 조경식재공사/수목부산물처리, 조경설계/관상수 도매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디자인 연출을 맡은 스마일그룹 외에도 기초구조물 제작설치(53,680,000원), 오브제 제작설치(41,140,000원), 폐신발 채집(836,000원), 경관조명 제작설치(12,980,000원)등을 위해 다른 업체들도 수의계약으로 슈즈트리 사업에 관여했다.

사실 미술가가 손댄 조형물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환경과 조경'이라는 매체에 실린 〈황지해, 서울로 7017에 '신발길' 수놓는다〉라는 기사를 보고 슈즈트리 아이디어가 황지해라는 환경미술가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서울시가 제공한 슈즈트리의 3D 조감도를 보니 신발들 위에 화분도 듬성듬성 놓이고 야간용 조명도 배치되어 나름 조화로워 보이지만, 실제로 슈즈트리가 시공되는 현장은 조화보다는 맥락이 실종된 괴이함만이 감돌았다. 황지해 작가는 '환경과조경과'의 인터뷰에서 슈즈트리를 두고 "도시 안에 본질적 결핍은 신발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또 하나의 줄기가 되고 대중의 언어가 되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해의 슈즈트리는 뉴욕 연방 광장에 세워졌던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기울어진 호〉(1981-1989)처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공간과의 적대적인 상호관계 같은 것을 의도한 것도 아닌데 서울역이라는 공간과 불화하며 무작정 몸집을 키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각종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최근 언론에 공개된 슈즈트리를 보고 역사적인 흉물이 탄생할 거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로 7017은 관리와 운영 등 모두에 시민들이 참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조형물이 막무가내로 들어서는 것을 보니 시민참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전시되는 공공미술 작품을 시민이 투표하여 정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 '오늘'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시가 시민과의 소통과 참여를 정녕 중시한다면 관료주의의 폐해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슈즈트리가 들어설 자리에는 예술가와 시민의 소통과 참여가 있어야 했다.

작년 10월에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장은 엄청난 과밀도시인 서울이 랜드마크식 대형 조형물보다는 잘 비우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분히 공감되는 방향성이다. 그러므로 서울시와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장은 단 10일을 위해 약 1억 4천만 원의 세금이 투여된 슈즈트리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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