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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강남을 품을 수 있을까?

나는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노무현이 부동산 투기와 정면대결하면서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의 진앙 역할을 하던 강남을 특정해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라고 기염을 토하던 장면을.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과는 다른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모든 면에서 리드하시는 분들이 아니냐? 짜증나고 억울하신 면이 있더라도 대한민국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여러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같은 식의 발언 말이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하면 강남부자들의 마음도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

  • 이태경
  • 입력 2017.05.13 06:59
  • 수정 2017.05.13 12:59
ⓒ뉴스1

노무현은 승부사였다. 노무현은 늘 현실의 문제와 정면으로 대결했다. 그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노무현을 보면서 시민들은 열광했고, 마이너리티의 마이너리티이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노무현은 바뀌지 않았다. 노무현은 오늘이 마지막날인 것처럼 자신을 불태워 현실의 문제와 대결하는 스타일을 유지했다.

나는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노무현이 부동산 투기와 정면대결하면서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의 진앙 역할을 하던 강남을 특정해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라고 기염을 토하던 장면을. 당시 나는 노무현에게 환호했다. 노무현은 종부세로 강남과 정면 대결했다. 강남 부자들은(물론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시민들 모두가 부자는 당연히 아니다) 원치 않던 보유세 부담이 더해지는 데다 노무현의 발언으로 기분이 한결 언짢았을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노무현이 한 강남불패 발언은 정치적으로 패착이었다. 노무현을 응원하며 칼럼을 통해 강남과 대결했던 나도 지혜롭지 못했다. 하지만 후회는 먼저 오지 않는 법이고 경험 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 유시민이 적확하게 표현한 것처럼 "​노통은 울돌목같은 사람이었다. 만조 때는 잔잔하지만 물이 빠질 때나 물이 들 때에는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이번에 치러진 대선의 최대 이변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남 3구 전부를 석권(문재인, '강남3구'도 최초로 석권)한 것이다. 강남 3구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에게 패한 동은 손에 꼽는다. 물론 강남의 표심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세제 정책을 강하게 개혁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강남 3구의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이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럴 때 노무현과는 다른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모든 면에서 리드하시는 분들이 아니냐? 짜증나고 억울하신 면이 있더라도 대한민국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여러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같은 식의 발언 말이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하면 강남부자들의 마음도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 유시민의 말처럼 "고요한 바다"는 만물을 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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