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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 김태우
  • 입력 2017.05.10 08:26
  • 수정 2017.05.11 07: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했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트럼프 캠프에서 자문 역할을 했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최근 임명된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각) 트럼프에게 코미의 해임을 권고했다. 세션스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건에 대한 FBI의 수사에서 손을 뗀 바 있다.

부시 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으로 재직했던 코미는 지난 7월부터 트럼프 측근과 모스크바의 연관성을 수사해왔다.

대통령은 FBI 국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있다. FBI 국장은 보통 10년 임기를 채우곤 한다.

코미 국장은 지난 2013년 7월, 상원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결로 임명됐다. 그는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윌리엄 세션스를 뒤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해임된 FBI 국장이다.

민주당은 러시아의 대선개입설을 수사할 특검을 요청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아담 쉬프 의원은 코미의 해임이 FBI의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쉬프는 공식성명을 통해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 중인 FBI를 이끄는 사람을 해임하기로 한 대통령의 결정은 백악관이 수사에 버젓이 개입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심지어 이번 결정은 수사에서 빠져나온 법무장관의 건의로 이뤄진 일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상원 법사위원회 의장인 척 그래슬리 의원은 코미의 행동이 "FBI의 신뢰도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며, FBI의 수사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원 정보위원회 의장인 리차드 버 의원은 이번 해임의 "시기와 이유가 의문스럽다"며, "코미는 최고의 1급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해임 건은 위원회가 조사 중인 사건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라고 그래슬리의 의견에 반박했다.

하원 법사위원회의 존 코니어스 의원 역시 트럼프의 결정을 "화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부르며 코미 해임 건을 비난했다. 이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지난 1973년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검을 해임한 것에 대한 비유다.

코니어스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러시아가 우리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단독 수사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이는 우리나라를 헌정 위기에 처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늘 해임 결정은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한 냄새를 풍기며, 트럼프의 백악관이 러시아 내통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코미 국장에게 "당신은 FBI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통해 그를 해임했다.

대통령은 공식 성명을 통해 "FBI는 미국의 가장 존경받고 소중한 기관 중 하나이며, 오늘은 법 집행기관의 꽃과 같은 FBI의 새로운 시작을 장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코미는 TV를 통해 자신의 해임 소식을 접했다. 그는 당시 로스앤젤레스에서 FBI 직원들과 만나고 있었고, 뒤편의 TV에서는 그가 해고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소식이 그저 장난인 줄 알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코미가 "뉴스를 보고 웃었다"며, "당시에는 웃긴 장난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미 측 관계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그를 다른 사무실로 데려갔다.

코미는 지난 몇달간 '러시아 내통설'과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에 관련한 FBI 수사를 이끌어왔는데, 사건 처리 방식에 있어 논란에 휩싸였다.

로젠스타인은 트럼프에 서한을 통해 "거의 모두가 코미 국장이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흔하지 않은 사건들의 수사에서 실수했다는 점이다."고 전했다.

FBI가 지난 7월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에 대한 수사를 결론지을 당시, 코미 국장은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당시 클린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민주당과 전 법무부 직원들은 기자회견 중 범죄 수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클린턴의 이메일 사용을 비판한 코미를 비난했다.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로레타 린치는 FBI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을 며칠 앞둔 3달 뒤, 코미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다시 불을 붙였다. 10월 28일에는 의회 지도자들에게 FBI가 새로 발견된 클린턴의 이메일을 수사 중이라고 서한을 보냈고, 이 서한은 곧바로 언론에 유출됐다. 그렇게 클린턴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대선 이틀 전, 코미는 의회에 클린턴의 이메일에서 어떠한 범죄혐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지만, 이는 이미 클린턴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친 후였다. 클린턴 캠프는 코미가 10월 28일 보낸 서한을 대선 패배의 이유로 꼽았다.

코미가 서한을 보내기 전, 한 측근은 이 행동이 트럼프 당선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고, 코미는 결국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FBI의 중립성을 위태롭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당시, FBI는 '러시아-트럼프 캠프 내통설'을 조용히 수사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의해 알려지자 국회의원들은 코미에게 트럼프와 캠프 관계자들이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코미는 몇 달 동안이나 아무 답도 내놓지 않았다.

코미는 지난 1월 의회 청문회서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FBI 수사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앵거스 킹 상원의원은 "그런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며 코미를 비판했다.

코미가 트럼프 캠프를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지 두 달째인 지난 3월 20일이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코미는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 중인 고위급 의원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제프 세션스, 상원 정보위원회 의장인 리차드버와 하원 정보위원회 의장인 데빈 누네즈 등이다. 이들은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을 조사 중이었지만, 동시에 트럼프의 가까운 측근들이기도 했다.

코미는 예외였다. (누네즈는 세션스와 같이 수사에서 손을 뗐다.)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 중인 매리 맥코드 역시 이번 달 법무부를 떠난다. 맥코드의 이직 결정은 지난 4월 발표됐으며, 코미의 해임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무부의 감찰관은 지난 1월 코미의 언동에 대한 공개수사에 나섰다.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주, 코미는 의원들에게 FBI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그를 "약간 메스껍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결정에 의문을 갖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진실을 말하거나 "정보를 숨기는 것" 만이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이었다고 전했다. 코미는 마지막으로 정보를 은폐하는 것은 "파국을 초래했을 것"이라며 자신은 진실을 밝힌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세션스는 FBI 직원들에게 앤드류 맥케이브 부국장이 국장 권한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래는 트럼프가 코미에게 보낸 서한이다.

코미 국장에게,

법무 장관과 법무 부장관으로부터 당신의 해임을 권고하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 그들의 건의를 수용했고, 당신은 해임됐으며, 이는 즉각 효력이 발생된다.

당신이 세 차례에 걸쳐 내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만, 당신이 FBI를 효율적으로 이끌지 못할 거라는 법무 장관의 의견에 동의한다.

국민의 신뢰와 FBI의 법 집행 의무에 대한 신임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 지도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의 미래에 행운을 빈다.

도널드 J. 트럼프.

아래는 제프 세션스가 코미의 해임을 건의하는 서한이다.

아래는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 부장관이 코미의 해임을 권고하는 내용의 서한이다.

 

허프포스트US의 'Trump Fires FBI Director James Come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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