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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에마뉘엘 마크롱에게는 험난한 앞길이 예고되어 있다

  • 허완
  • 입력 2017.05.08 11:29
  • 수정 2017.05.08 11:31
Emmanuel Macron and his wife Brigitte Macron salute voters after his speech as he celebrates his Presidential election victory At Le Louvre In Paris on May 7, 2017 in Paris, France. Emmanuel Macron won the French Presidential election over extreme right candidate Marine Le Pen. (Photo by Mehdi Taamallah) (Photo by Mehdi Taamallah/NurPhoto via Getty Images)
Emmanuel Macron and his wife Brigitte Macron salute voters after his speech as he celebrates his Presidential election victory At Le Louvre In Paris on May 7, 2017 in Paris, France. Emmanuel Macron won the French Presidential election over extreme right candidate Marine Le Pen. (Photo by Mehdi Taamallah) (Photo by Mehdi Taamallah/NurPhoto via Getty Images) ⓒNurPhoto via Getty Images

에마뉘엘 마크롱은 7일(현지시간) 결선 투표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마린 르펜을 상대로 승리해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최종 개표 결과, 마크롱은 66.06%를 득표해 '내가 프랑스인들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던 르펜(33.94%)을 뛰어 넘었다. 예상보다도 훨씬 압도적인 승리였다.

선거 몇 주 전부터의 여론 조사에서 마크롱은 꾸준히 르펜보다 20%p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르펜이 당선되면 금융 시장이 무너질 거라는 공포가 있었고, 르펜은 극단적인 정책들에 대한 반대를 잠재우지 못했다.

마크롱의 압승은 르펜의 포퓰리스트적 어필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르펜이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전선을 악마가 아닌 존재로 만들려 애썼음에도 집권하기엔 여전히 너무 분열적인 존재라는 걸 입증했다. 르펜이 당선됐다면 프랑스가 EU 탈퇴 국민 투표를 치렀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결과로 EU의 부담이 줄게 되었다.

그러나 마크롱의 큰 승리가 르펜과 국민전선의 종말은 결코 아니다. 르펜이 기록한 35% 가까운 득표율은 프랑스 극우로선 역대 최고이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결과다. 마크롱이 개혁과 경제 번영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르펜이 다음 선거에서 더 유리한 입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선거 후 르펜은 자신이 더 많은 지지를 얻으려면 국민전선에 대한 인식을 계속 바꿔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르펜은 승복 연설에서 국민전선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깊은 변신’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전선은 … 역사적 기회를 얻고 프랑스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깊은 변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예상 밖으로 급부상했다. 은행가 출신인 그는 작년에 경제산업부 장관직을 내놓고 ‘앙 마르슈!’(전진) 운동을 시작했다. 11명의 후보 중 현대 프랑스 최초로 기성 정당 출신이 아닌 대통령이 되었다. 39세인 그는 또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기도 하다.

선거 출마가 이번이 처음인 마크롱은 프랑스의 쇠약해져 가는 경제를 되살리고, 안보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고, 정치적 분열을 달래야 한다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그러나 그의 가장 급한 문제는 두 달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 준비일 것이다.

앙 마르슈!는 6월 선거에서 577석 중 최소 289석을 얻어야 다수당이 된다. 그렇지 못하면 대통령 권한 약화와 정부 교착의 가능성이 있다. 마크롱은 자신의 개혁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야당측을 총리로 임명하는 '동거정부'를 꾸려야 할 수도 있다.

마크롱은 의회 다수를 차지하겠다고 밝혔고, 앙 마르슈! 후보로 출마하고 싶다는 신청자는 14,000명이 넘는다. 혹은 앙 마르슈!는 다른 당과 손을 잡고 공약 실천 추진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

마크롱이 제안한 개혁들 중에는 정부 관료제 축소, EU 공동 재무장관직 신설, EU를 이끄는데 있어 독일과 함께 더 큰 역할을 맡는 것 등이 있다. 친 EU 성향 공직자들은 마크롱의 당선으로 난민 위기와 브렉시트의 충격으로 휘청이고 있는 EU가 활력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기존 정당 제도를 분열시키고 유권자들의 이념적 간극을 보여준 이번 대선 이후의 프랑스를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경기가 좋지 않으며, 최근 몇 년 간 정치 스캔들과 대형 테러를 겪어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무효표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르펜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해도 마크롱을 찍고 싶지는 않았던 유권자들이 상당수 존재했다는 의미다. 과거 선거들에 비해 투표율도 낮았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전역에 걸쳐 전통적 좌파들이 몰락하고 있으며, 프랑스 집권 여당 사회당 역시 이번에 굴욕적 패배를 당했다. 마크롱은 정치적 스펙트럼 양 극단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사회당과 기존 정치인들의 빈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제 프랑스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편 르펜은 야당이라는 익숙한 위치로 다시 돌아갔다. 마크롱이 실패할 때마다 자신의 극우 공약이 프랑스 정치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진짜 대안이라고 우길 것으로 보인다.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은 권력을 잡지 못하는 것이 유리하다. 통치라는 현실에 묶일 필요없이 정치적 지형을 우측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전선은 수십 년 동안 국수주의, EU, 이민 등의 정치적 이슈에 대한 극우 내러티브를 주장해 왔다. 프랑스 대선은 유권자 대다수들은 지금도 이런 이슈들에 대해 국민전선의 시각을 거부하지만, 이러한 논쟁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증거다. 정부가 최근 수십 년 전부터 유럽이 겪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르펜과 같은 포퓰리스트들은 계속해서 지지를 받을 것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France’s New President Has Tough Road Ahead Despite Landslide Wi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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