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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거부 '안아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BERLIN, GERMANY - FEBRUARY 26:  A children's doctor injects a vaccine against measles, rubella, mumps and chicken pox to an infant on February 26, 2015 in Berlin, Germany. The city of Berlin is facing an outbreak of measles that in recent weeks has led to over 700 cases and one confirmed death of a little boy who had not been vaccinated. Vaccination in Germany is not compulsory by law though the vast majority of parents have their children vaccinated.  (Photo by Sean Gallup/Getty Images)
BERLIN, GERMANY - FEBRUARY 26: A children's doctor injects a vaccine against measles, rubella, mumps and chicken pox to an infant on February 26, 2015 in Berlin, Germany. The city of Berlin is facing an outbreak of measles that in recent weeks has led to over 700 cases and one confirmed death of a little boy who had not been vaccinated. Vaccination in Germany is not compulsory by law though the vast majority of parents have their children vaccinated. (Photo by Sean Gallup/Getty Images)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제가 나쁜 엄마입니다. 증거도 없는 글과 판단에 휩쓸려 아이를 아프게 한 제가 죄인이었습니다."

23개월 딸 아이를 둔 엄마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녀는 알고 지내던 한 친구가 자녀의 아토피를 '자연치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안아키'에 발을 들였다고 했다.

아이가 15개월 쯤 됐을 때 열이 심하게 나자 당황한 그녀는 안아키 카페에 문의를 올렸고, 카페 회원들은 자연치유를 추천하며 '김쐐기'를 알려줬다고 한다. 그녀는 "무식한 저는 화장실에 물을 틀어 놓고 아이를 눕혀 김쐐기를 진행했다"며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아이 열이 내렸고 안아키에 신뢰가 쌓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심할 새도 없이 아이는 며칠 후 '김쐐기'를 하던 중 심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더이상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런 그녀에게 의사는 '뇌수막염' 증상이 의심된다며 "왜 이제서야 병원에 왔냐"며 그녀를 탓했다.

이같은 일화를 털어 놓은 그녀는 "증거도 없는 글과 판단에 휩쓸려 아이를 아프게 한 제가 죄인이었다"며 "약을 먹이고 안정을 취하게 한 후 정신을 차리고 안아키 카페를 탈퇴했다"고 말했다.

이 엄마처럼 약 처방이 아닌, 자연적인 치유력으로 각종 질병을 이겨내자는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회원수가 6만명이 넘는 안아키 카페를 둘러싼 논란은 카페가 폐쇄 수순을 밟고 있음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안아키의 실체' '안아키 피해' 등의 글로 삽시간에 퍼지고 있다.

◇안아프게 아이 키우기?…예방접종 거부·자연치유 주장

안아키의 기본취지는 항생제 등의 약을 쓰지 않고 자연적인 치료로 면역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치료법이 난무하면서 부작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안아키족들은 우선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필수로 접종해야 하는 예방접종을 거부한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이유다. 한 회원은 카페에 아이가 입학한 초등학교로부터 안내장을 받았다며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글에는 '예방접종 미접종 내역이 확인됐다. 조치를 취한 후 회신서를 보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장 사진도 함께 있었다.

그녀는 안아키에 따라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같은 통지서를 받았다며 해결책을 구했고 카페 회원들은 "학교에 직접 전화해 소신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라. 계속 예방접종을 하라고 강요할 때에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또 다른 회원은 "영유아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가니 의사는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아이가 경기를 해도 무조건 맞혀야 한다고 하더라. 아이가 의식을 잃고 호흡이 곤란해질 수 있어도 맞혀야 한다는 이야기니, 얼마나 세뇌가 깊은지 알 수 있다"고 글을 남겼다.

안아키족들은 예방접종 거부 외에도 화상을 입었을 때 찬물 대신 온수로 씻어 낼 것, 아토피가 있어도 스킨과 로션 등을 사용하지 말 것, 설사와 복통 등 장질환에는 숯가루를 먹일 것, 소금물 혹은 재래간장을 섞은 물로 비강세척을 할 것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치유' 방법을 공유하고 있었다.

◇면연력 키운다며 수두걸린 아이와 함께 놀게 하는 수두파티도

이밖에도 수두에 걸린 자신의 자녀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 감염되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수두와 관련한 면역체계를 생성하는, 이른바 '수두파티'를 열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수두파티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분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저는 어제 (수두파티에) 다녀왔다. 편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했고, (아이들끼리) 뽀뽀뽀를 했으니 아마 분양이 잘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밖에도 카페에서는 "세균성(질환)이라고 하거든 재래간장을 입 안에 머금고 있게 하거나 간장 탄 물로 가글을 시켜라. 재래간장은 세균성에 더 없는 약"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방법들이 다수 있다. 논란이 되는 글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지만 각종 캡처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안아키와 관련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안아키카페에 대한 폐쇄 요청이 봇물처럼 일자 한의사로 알려진 카페 주인은 카페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신규 회원을 받지 않던 카페 주인은 "안아키에 대한 오해와 비난이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더 험난해짐에 따라 이제 여기서 카페를 닫으려 한다"는 글과 함께 비회원들의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아키 카페 회원들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천연주의 화장품을 모방하는 다른 카페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동학대·이기적" 안아키 반대 목소리

이처럼 안아키 카페가 폐쇄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관련한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아키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이같은 자연치유 방법이 아동방임과 학대에 해당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한 네티즌은 안아키에 올라왔던 아토피 관련 사진과 글을 캡처해 올리며 "약도 안 먹이고, 병원도 안 데려가고 아이들이 대체 무슨 죄냐"며 "아동학대도 이런 아동학대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 네티즌이 올린 사진에는 아토피 '자연치유'를 이유로 얼굴 전체가 진물과 딱지로 가득 찬 아이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찬반 논란이 뜨거운 것은 안아키 방법으로 키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단체생활을 하게 될 때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안아키 아이들 때문에 홍역과 수두 등 전염병의 감염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한 학부모 양모씨(40·여)는 "(안아키들의 주장처럼) 한 번 병에 걸리고 나면 면역체계가 생기는 것인지도 의문이고, 예방접종이 아무리 만능이 아니라지만 나와는 육아원칙이 맞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예방접종을 마치지 않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면 걱정이 될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안아키족들이) 이기적이라고도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41)도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진정 아이를 사랑하는 것인지 의아하다"며 "아이가 어릴 때 예방접종을 맞아야 탈 없이 클텐데, 이를 하지 않으면 (전염병의) 보균자일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일이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마쳤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니, 항상 불안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불안감은 초등학교 교사에게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34)는 안아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안아키로 성장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나같아도 격리조치를 원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예방접종 부작용 극히 드물어…공공이득 위해 필요

과연 안아키의 주장처럼 예방접종은 위험한 것일까. 2012년 출생한 어린이가 생후 3년까지 예방접종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전체기록에 따르면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예방접종 등 MMR 접종률은 97.7%다. 폴리오 예방접종인 IPV는 97.4%, 수두 예방접종인 Var은 97.3%에 달한다.

질본은 안아키족이 주장하는 예방접종의 부작용 등에 대해 '기우'라고 설명했다. 안아키족들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예방접종 가짓수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많지도 않고, 부작용 사례도 극히 적다는 것이다.

특히 부작용과 관련해 질본 관계자는 "매년 1200만건 이상의 예방접종이 이뤄지는데 이상반응과 관련한 신고는 지난해 300여건 미만, 2015년 271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상반응 신고도 대부분 미열 등 약한 반응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의 경우 예방접종 이상반응으로 영아 1명에 대한 사망신고가 접수됐으나 역학조사 결과,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본 관계자는 "다행히 우리나라는 과거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많이 받아 전염의 고리를 차단하기 때문에 일부 접종을 안한 아이들이 나름의 예방접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만약 접종을 안하는 아이들이 더 증가할 경우 방어선이 뚫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박수경 서울대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을 경우 본인은 물론 타인의 안전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이라며 "예방접종 백신 등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 확률은 굉장히 드물고, 오히려 감염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도 역시 "과거 영국과 미국 등에서 예방접종 거부 움직임이 있긴 했으나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면역체계를 키운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방접종의 가장 큰 특징은 '집단효과'로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을 하면 그 질병이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천연두"라고 밝혔다.

동국대 예방의학과 임현술 교수는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공공의 이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집단면역은 낮아지는데, 집단면역이 낮아지면 전염병이 유행하게 되고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며 "모든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자연요법에 기대는 것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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