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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엠비 좌파척결 안 해 나라가 비정상"

참모들이 남긴 ‘수첩’이 본격적인 재판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안종범 수첩’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겨누고 있다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민권 전 문체부 차관, 박준우 전 정무수석의 업무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떠올랐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재판에서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빼곡히 기록돼 있는 박준우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이 공개됐다.

이 수첩엔 박 전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으로 ‘좌파척결’을 지시한 정황이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2월19일 당 최고위원 만찬에서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 엠비(이명박 정부) 때 좌파척결에 있어 한 일이 없어 나라가 비정상이다. 누리스타 같은 우파 연예인 단체들이 출연 못 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수첩에 적혀 있다. 대통령 발언 다음날 김기춘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좌파 단체들에 대한 정부지원 상황을 전수조사하고 (시정)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이듬해 2월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뿌리 뽑아 끝까지, 불독보다 진돗개같이,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라고 말한 것으로 수첩에 기록돼 있다. 특검이 “대통령의 말을 적은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진돗개’ 발언 등은 국정과제 수행을 재촉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수첩에 등장한 정황을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 핵심이 ‘좌파 제거’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티에프가 조사한 좌파 단체 지원 현황도 보고받은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박 전 수석의 수첩엔 김 전 실장의 구체적인 지시도 기록됐다. 2013년 9월9일치 수첩엔 ‘천안함 영화(<천안함 프로젝트>) 메가박스 상영은 종북세력 지원의도, 제작자와 펀드 제공자 용서안돼’, ‘국립극단,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 <개구리> 상영 용서안돼’, ‘종북 친북 척결 나서야. 강한 적개심 갖고 대처’ 등의 메모가 등장한다. 이듬해 1월 보수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가 단 한군데 학교에서 채택되는 데 그치자 ‘전교조의 악랄한 공격으로 좌절, 애국건전세력 기반 약화 결과, 치밀하게 준비 안 하면 제2, 3의 교학사’라고도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박 전 수석은 “김 실장 주재 회의가 열릴 때마다 ‘나라가 좌편향됐다’는 언급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재판에서는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의 수첩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수첩에는 ‘김소영 비서관, 건전콘텐츠 BH(청와대) 구설 X, 발언 조심, 문체부 독자’라고 적혀 있다. 박 전 차관은 법정에서 “항간에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지시라는 구설수가 있는데 문체부 독자적으로 한 것으로 해야 한다고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아직 재판 증거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수첩에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김 전 실장의 지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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