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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다" 홍준표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

ⓒ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선거 후보는 2일 밤 열린 마지막 텔레비전 대선후보 토론에서 4대강의 녹조와 관련해 “강의 유속 때문에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게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들어온 질소와 인을 포함한 축산폐수, 생활하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났을 때 녹조가 생기는 겁니다”라며 4대강사업과 녹조가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발언은 과학적으로 확립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부와 국제기구 등의 설명과 어긋난다.

홍 후보가 말한 ‘고온다습한 기후’는 녹조 발생의 필요조건 가운데 햇빛과 수온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보면 질소·인을 포함한 축산폐수·생활하수와 고온다습한 기후를 녹조의 원인으로 지목한 부분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유속을 배제한 것은 분명히 틀렸다.

환경부는 물환경정보시스템 조류정보방에서 “녹조는 풍부한 먹이원(영양염류), 따뜻한 온도, 많은 빛, 느린 유속 등 크게 4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라고 분명히 설명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의 의견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을 소개한 것이다. 환경부 설명이 미덥지 않다면 미 환경청(EPA)의 설명을 찾아봐도 좋다. 미 환경청도 누리집 웹사이트에서 빛, 수온, 영양물질, 물의 수직혼합, 수소이온 농도 등과 함께 물흐름(유속)을 남조류 형성과 지속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고, 유속 증가를 남조류 대량 발생을 막을 방안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4대강에서 해마다 여름만 되면 녹조사태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남조류다.

남조류가 여러가지 조류들 가운데 특히 유속에 민감하다는 국제기구의 설명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9년 펴낸 <물속의 독성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수질관리 안내서에는 “(시아노박테리아는) 다른 조류보다 성장 속도가 느려 대량 발생하려면 긴 체류시간이 필요하다. 체류시간이 짧은 물에서는 대량 발생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남조류를 말한다.

4대강사업에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국무총리 직속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말 최종보고서에서 “보를 만들고 수위를 높여 체류시간을 증가시킨 것이 수질악화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평가됨”이라고 밝힌 바 있다. 4대강사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은 녹조를 막기 위해 보 수위를 낮춰 유속을 증가시키는 4대강 댐-보-저수지 연계운영 방안을 추진중이다. 요컨대 4대강사업으로 강물 유속이 느려진 것이 녹조의 원인이냐 아니냐는 더이상 논쟁거리가 아닌 것이다.

홍 후보가 언급한 소양댐 사례는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소양댐에 물이 오래 갇혀 있는 데도 녹조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영양물질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은 조류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남조류 발생에 필요한 인 농도를 갖추지 못한 소양댐과 다른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남조류가 번성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양물질이 풍부한 4대강은 다르다.

실제 물환경정보시스템에서 수질 상세자료 검색을 해보면, 소양댐 앞의 지난해 연평균 총인 농도는 0.007㎎/L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해 경북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의 연평균 총인 농도는 0.027㎎/L와 0.034㎎/L으로 소양댐의 3.9배와 4.9배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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