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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들어봤다(사진)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좁은 골목을 들어서자 흰 색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은 여름철 실내 냉방으로 소모되는 전력을 줄이기 위해 지붕까지 흰 색이다. 흰 옷을 입으면 시원해지는 것처럼, 흰 색은 햇빛을 반사해 건물의 냉방 효과를 높인다. 흰 건물 안에 자리한 ‘십년후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방법을 연구하고, 시민들에게 보급하는 곳이다. 이날 십년후연구소에서는 직접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공기청정기 자작 워크숍’이 진행됐다.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던 시민 10여명이 모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자리한 ‘십년후연구소’에서 참가자들이 공기청정기를 제작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 대한 십년후연구소 조윤석(52) 소장의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인 공기청정기 제작 실습이 시작됐다. 제작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공기를 정화하는 필터와 공기 배출용 팬은 완제품을 사용했다. 팬과 필터를 이어줄 고정틀만 조립했다. 고정틀은 자작나무로 만든 판 6개를 목공풀과 이쑤시개로 조립해 만들었다. 고정틀 구멍에 팬을 끼워넣으니 딱 맞아떨어졌다. 고정틀 아랫면에는 원통형 필터 상단부의 홈과 맞물리도록 자작나무 조각을 붙여 홈을 만들었다. 고정틀을 필터 상단부에 올리자 홈이 맞물리며 단추가 잠기듯 서로 꽉 물렸다. ‘수제 공기청정기’는 시중에 파는 공기청정기와 달리 팬과 필터가 외부로 노출된다.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다보니 덮개가 없다. 제작비용도 6만5000원으로 저렴하다. 동일한 필터를 사용해 시중에 판매되는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16만원 안팎이다.

최호진 교육연수생이 지난달 30일 ‘십년후연구소’가 주최한 ‘공기청정기 자작 워크숍’에 참가해 직접 제작한 공기청정기.

직접 만든 공기청정기는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전원을 켜니 팬이 돌아갔다. 필터를 거친 공기가 ‘수제 공기청정기’ 내부로 빨려들어가 팬을 타고 밖으로 배출됐다. ‘수제 공기청정기’ 근처에 있던 미세먼지 농도 측정기는 1분도 안 돼 미세먼지 농도 ‘68㎍/㎥’에서 ‘42㎍/㎥’로 수치가 떨어졌다. 정화된 공기의 미세먼지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측정기를 팬 쪽으로 기울이니, 측정기가 나타낼 수 있는 최소 수치인 ‘1㎍/㎥’가 표시됐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송성희(48) 십년후연구소 대표는 “이 공기청정기로 1시간에 12평 정도의 공간을 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만든 제품이 성능까지 좋자 참가자들의 만족은 배가 됐다. 완성된 공기청정기를 들고 흐뭇해하던 조윤형(38)씨는 “직접 만드니 재밌고, 무엇보다 저렴해서 좋다”며 “아버지께서 외출 다녀오시면 미세먼지 때문에 폐에 무리가 오곤 한다. 공기청정기를 아버지 방에 놓아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 자녀를 위해 행사에 참여한 김영식(45)씨는 “공장 매연 뿜어내면서 공기청정기 만드는 것보다 이렇게 손수 만드는 게 환경에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성희 대표는 “미세먼지 문제는 인간인 우리 스스로가 만들었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바꾸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직접 제품을 만들어 쓰면 불필요한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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