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앙겔라 메르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머리를 가리지 않았다

  • 김도훈
  • 입력 2017.05.02 12:37
  • 수정 2017.05.02 12:38
Saudi Arabia's King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stands next to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during a reception ceremony in Jeddah, Saudi Arabia April 30, 2017. Bandar Algaloud/Courtesy of Saudi Royal Court/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PICTUR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FOR EDITORIAL USE ONLY.
Saudi Arabia's King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stands next to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during a reception ceremony in Jeddah, Saudi Arabia April 30, 2017. Bandar Algaloud/Courtesy of Saudi Royal Court/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PICTUR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FOR EDITORIAL USE ONLY. ⓒHandout . / Reuters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틀 동안 방문해 여성 인권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살만 국왕과 회담을 가졌다.

메르켈은 난민 위기, 브렉시트 이후 양국간 경제 관계에 대해 논했다. 사우디 국왕, 왕세자들, 현지 기업인 여성 등을 만났다.

메르켈의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은 7년만이며, 세계 주요 지도자 중 하나인 메르켈의 발언과 행동은 분석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메르켈은 2010년 이후 ‘여성의 역할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느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사우디 지도자들과 이야기하며 메르켈이 여성 인권 문제를 꺼냈다고 한다.

메르켈은 지다에서 회의를 가진 후 독일 언론인들에게 “나는 이 국가가 변화기에 있으며, 몇 해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이 가능해졌지만, 우리가 이해하는 평등을 성취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러 매체들은 메르켈이 회의 중 머리를 가리지 않았음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인디펜던트는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했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엄격한 복장 규정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메르켈이 머리카락을 가리기를 거부함으로써 ‘사우디 정권에 맞섰다’고 썼다. 미러는 메르켈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복장 규정을 무시했다고 썼다.

사우디 아라비아에는 종교 경찰이 시행하는 엄격한 복장 규정이 있다. 긴 가운인 아바야를 입고 공공장소에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사우디 여성들이 많다.

그러나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한 외국 정치인인 메르켈이 머리를 가리지 않았다고 해서 사우디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이슬람과 종교 자유 센터의 전략 책임자 아스마 우딘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복장 규정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한다. 미셸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테레사 메이 등도 과거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시 머리를 가리지 않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후견인 제도로 인해, 사우디 여성들은 해외 여행, 결혼, 의료 시술 등에 남성 후견인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운전도 금지되어 있다.

세계 경제 포럼은 2016년 글로벌 젠더 격차 보고서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144개국 중 141위에 올렸다. 여성의 경제 참여와 기회, 교육, 정치적 힘 등을 고려한 순위다.

그러나 사우디 여성들은 변화를 주장해 왔다. 사우디 여성들은 최근 남성들 없이 길을 걷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촬영했다. 후견인 제도에 대한 저항의 표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성 언론인 사브리아 S. 자화르는 메르켈이 머리를 가리지 않은 것은 자신이 보기에 전혀 파격적이지 않다고 허프포스트에 밝혔다. 사우디의 신세대 여성들은 이미 복장 규정에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우디 여성들, 해외에 거주하는 무슬림 여성들의 법칙은 머리를 가리는 것이었지만,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 사우디 신세대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보통 개조한 아바야를 많이 입는다.” 자화르가 허프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이다.

자화르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국가 원수는 물론이고 무슬림이 아닌 여성에게 머리를 가리라고 강요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메르켈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복장 규정에 맞서고 있는 게 아니다. 높은 위치의 여성이 사우디 아라비아에 와서 머리를 가리지 않을 때마다 그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선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서구 언론인들이 머리를 가리지 않았다며 법석을 떨 때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결국 그건 우리에게 문화적,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복이다. 우리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온다고 해서 전세계가 우리를 따를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한편 메르켈은 12월에 독일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곳에서는’ 무슬림들이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것을 금지하는데 찬성한다고 발언했다. 목요일에 독일 하원은 공무원, 판사, 군인이 일할 때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바바리아 주는 2월에 학교, 대학, 정부 직장, 투표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무슬림 걸의 아마니 알-카타트베 편집장은 ‘특권이 있는 공인’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머리를 가리지 않은 것은 조금도 혁명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자신의 복장을 선택한 메르켈이 정작 자기 나라에서는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 선택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게 아이러니다. 진짜 영웅은 메르켈 같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사회의 불공평한 정책에 맞서 변화 운동을 주도해 온 사우디 여성들, 그리고 자신의 종교를 실천할 권리를 막을 일상의 어려움을 법제화하려는 메르켈에게 두려움 없이 저항하는 여러 무슬림 여성들이다.” 알-카타트베의 말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Angela Merkel Chooses Not To Wear Headscarf In Saudi Arabi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앙겔라 메르켈 #사우디아라비아 #종교 #중동 #무슬림 #히잡 #헤드스카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