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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아무리 외쳐도 한미FTA가 '폐기'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

  • 허완
  • 입력 2017.04.30 07:43
  • 수정 2017.04.30 07:44
U.S. President Donald Trump appears on stage at a rally in Harrisburg, Pennsylvania, U.S. April 29, 2017.   REUTERS/Carlo Allegri
U.S. President Donald Trump appears on stage at a rally in Harrisburg, Pennsylvania, U.S. April 29, 2017. REUTERS/Carlo Allegri ⓒCarlo Allegri /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우리 통상당국은 이제 한-미 에프티에이가 현재 체제로 유지되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당혹감 속에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그동안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을 여러 차례 꺼냈지만 ‘폐기’까지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은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폐기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그날로부터 180일 후에 폐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우태희 제2차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측 고위 당국자와 몇차례 만났지만 한-미 에프티에이 폐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미국 당국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그만큼 돌출적이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협정 폐기를 원한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협박성’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인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두고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전에 ‘폐기’ 엄포를 놓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스 상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의 철강·조선·자동차 산업 보호”를 주창한 바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 ‘폐기’ 위협을 고리로 삼아 한국산 철강·조선·자동차 제품 수입을 규제하는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나아가, 대다수 품목의 관세율이 거의 제로에 이른 한-미 에프티에이가 종료되면 양국 무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 양허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 관세율은 한국 4.0∼9.0%, 미국 1.5∼4.0%(일부 품목 8%)다. 즉, 미국이 더 불리해지기 때문에 협정 폐기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정부는 관측한다.

우리 통상당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쪽에 “한-미 에프티에이가 양국의 이익균형을 맞추고 있으며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설득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럼에도 이달 들어 미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에프티에이 개정을 잇따라 언급하면서 이제 “논리적 설득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쪽으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에 한-미 에프티에이를 두고 ‘재앙’이라고 한데 이어 이번에 ‘끔찍한’(horrible)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다시 강도높게 비난함에 따라, 개정 협상에 돌입하게 될 경우 그 시기도 애초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우리는 미국이 우선 나프타 재협상에 주력하고 이어 미-일 양자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나선 뒤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우리 통상당국은 내부적으로 재협상 대비에 들어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개정이 필요한 사항 등)주장할 것들이 있다”며 “미국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우리 쪽이 필요한 사항을 쟁점으로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양허 관세율 원상복귀는 거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무역기구는 협정 국가 사이에 관세율을 더 강화하거나 올리는 건 허용하지 않는 ‘일방주의’를 따른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인 이상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 이전 수준으로 관세율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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