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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때문에 에이즈 창궐' 홍준표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 허완
  • 입력 2017.04.26 14:08
ⓒ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5일 한국정치학회가 중앙일보·제이티비시(JTBC)와 공동주최한 4차 TV토론회에서 ‘동성애’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홍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겨냥해 “동성애에 반대하냐”고 여러 차례 물었고 이 과정에서 홍 후보는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가 1만4000명 이상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의 이러한 주장은 동성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다. 각종 통계와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설명만 봐도 ‘거짓’임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에이즈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로, 인체 내에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를 찾아내 면역세포 내에서 증식하며 면역세포를 파괴한다. HIV 감염인은 HIV가 몸 안에 들어와 있지만 일정한 면역 수치를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에이즈 환자는 HIV에 걸린 뒤 시간이 지나 면역체계가 파괴돼 면역세포 수가 일정 이하가 됐거나 특정한 질병 또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인 중 일부다.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는 HIV 감염인들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5년 HIV/AIDS 신고 현황’을 보면 2015년 말까지 누적 집계된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 수는 1만502명이다. 지금껏 신고된 감염인과 환자의 누적 숫자에서 사망자 수를 뺀 통계다.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에 따르자면 이 중에서 에이즈 환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에이즈 환자가 1만4000명이 넘었다”는 홍 후보의 발언은 수치도 틀렸거니와 에이즈에 대한 기본 상식도 결여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는 말도 ‘거짓’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공식 누리집에서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이 아니다”고 단정짓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AIDS가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이라는 오해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AIDS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성애 집단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동성간 성행태가 항문성교이기 때문입니다. 항문성교 시에는 항문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게 되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게 되므로 이성애자보다 HIV 감염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HIV 감염은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HIV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됩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는 “HIV는 정액과 자궁경부, 질 내에서 발견되며 성병에 의한 염증 소견이나 생식기 점막의 궤양, 그리고 성기에 상처가 있을 때 더욱 잘 전파될 뿐, 이성간 또는 동성간에 관계없이 항문성교, 질 성교, 구강성교 등의 성행위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6년 유엔에이즈(UNAIDS)가 낸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최근 발생된 HIV 감염자들을 행태 특성에 따라 구분을 해봤더니 성매수자/감염인 파트너 18%, 남성 동성애자 8%, 정맥주사용 마약사용자 7%, 성매매 종사자 4%, 나머지 64%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2015년 HIV/AIDS 신고 현황’ 통계연보를 봐도, 2015년 ‘성접촉’을 통해 감염됐다고 밝힌 652명 중에서 이성과의 성 접촉은 364명인데 반해, 동성간의 성접촉은 288명이었다.

동성애 집단에서 HIV 감염 유병률이 비동성애자들에 견줘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동성 커플이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갖는 경우에 HIV 감염인인 파트너로부터 전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감염인인 파트너와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갖는 경우 ‘똑같이’ HIV에 감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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