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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북한에서 공연을 했던 록밴드가 이제 남한을 찾는다

  • 김수빈
  • 입력 2017.04.25 11:03
  • 수정 2017.04.25 11:13

지난 2015년 평양에서의 공연으로 세계 최초로 북한에서 공연한 록밴드가 된 슬로베니아의 라이바흐(Laibach)가 5월 한반도의 남녘을 방문한다. 당시 공연 준비 과정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리버레이션 데이(Liberation Day)'의 아시아 초연을 맞아 감독과 밴드가 전주국제영화제에 온다.

'리버레이션 데이'는 5월 1일 오후 7시 전주 돔에서 아시아 초연되며 라이바흐는 오후 9시에 같은 돔에서 평양에서 연주했던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는 최근 들어 가장 험악한 상황. 미국의 항모전단은 한반도 인근으로 향하고 있고 북한은 항모 따위 바다에 묻어버리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다시 한반도를 찾는 기분은 어떨까? 영화의 공동감독이자 라이바흐의 평양 공연을 추진했던 기획자이기도 한 모르텐 트라비크는 허프포스트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라이바흐는 정치적 촌극과 프로파간다를 두려워하긴 커녕 오히려 그것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우린 한반도 전체를 집처럼 편안히 느낀다. DMZ 양쪽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친구들과 동료들이 이 으름장 대결을 잘 견디고 있는 이상 우리가 더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공동감독 모르텐 트라비크

트라비크는 사상 최초의 평양 록밴드 공연을 준비하고 실시하던 시기를 두고 "내가 이제껏 배운 모든 것이 시험에 드는 시기"였다고 말한다:

"북한에서 열린 라이바흐의 공연은 실제로 우리가 그곳에 가기까지 준비 과정만 1년이 걸렸다. 유럽에서 거의 전부 기획을 하면서 평양에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모든 일을 챙겼고, 그러는 동안 언론 요청도 엄청나게 받아서 많은 인터뷰를 하고 세계의 다른 언론에 모두 응대하는 와중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략) 공연을 준비하면서 극도로 일에 집중해야 했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잘못될 수 있는 요소들이 (실제로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공동감독인 우기스 올테는 언론을 통해 접했던 북한과 자신이 경험한 북한의 큰 차이를 언급했다:

"내가 북한에 갔을 때 알고 있었던 것은 뉴스에서 보고 들은 것 뿐이었다. 장군이 대공포로 처형을 당했다거나, 지도자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다고 자라농장 지배인을 처형했다는 것 등이다. 거의 그리스 신화처럼 들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서양인들은 북한의 프로파간다만큼 강력한 프로파간다 속에 살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북한 사회는 매우 다른 사회이고,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 하지만 어떤 정보를 접할 때에도 에누리를 감안해서 들어야 한다. 서양 언론에서 표현하는 대로의 정보를 너무 믿으면 안된다."

평양에서의 라이바흐

라이바흐는 1980년 티토 시절 유고슬라비아에서 결성된 밴드로 복장부터 가사, 뮤직비디오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매우 도발적으로 파시즘의 이미지를 활용해왔다. 1987년에 퀸(Queen)의 One Vision을 커버한 'Geburt einer Nation'은 가사만 독일어로 개사하면서 원곡의 가사에 전체주의적 분위기를 덧씌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라이바흐의 '미묘함'이야말로 "라이바흐 외에 다른 어떤 밴드도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이유였다고 트라비크는 설명한다.

"로큰롤을 연주하는 어떤 밴드의 음악 스타일이 북한 사람들에게 친숙한 인상을 줄 수 있겠는가? 물론 이것이 내가 애초에 라이바흐를 선택한 이유였다. 라이바흐는 북한 사람들이 이제껏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매우 다른 음악을 만들지만, 그들의 시각적인 스타일이나 역사, 상징성, 또한 음악적 요소들도 보면 군대의 북 소리나 나팔 소리, 폭발적인 오케스트라 등 북한 사람들에게 친숙한 요소가 여럿 존재한다. 가사도 빼놓을 수 없다. ‘Life is Life’ ‘One Vision’ 등을 보면 노동당의 선전 문구를 인용하는 것만 같다. “우리 모두가 힘을 느낄 때, 모든 힘을 다 쓴다네.” “하나의 마음, 하나의 영혼, 하나의 길.”…꽤 비슷한 소리들이다."

라이바흐는 이번 5월 1일 공연으로 '최초로 한반도 양쪽에서 모두 공연을 한 밴드'가 된 다음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열리는 영화 페스티벌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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