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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대선] 십대들이 직접 선거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영상)

  • 박수진
  • 입력 2017.04.26 11:27
  • 수정 2017.05.05 08:35

한국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는 만 19세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2017년 5월 9일을 기준으로 하면 1998년 5월 9일 출생자들까지(*중앙선관위 안내 기준) 이번 선거에 유권자로 참여할 수 있다.

한동안 추진된 '만18세 선거권'이 무산된 이유는 이렇다.

  • '학교와 교실이 정치화될 수 있다'
  • '만18세가 대부분 대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후보자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교총 2월 입장)

  • '19세 미만인 미성년자는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어느 정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왜곡될 수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잘 모르고, 독자적인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선거권을 주면 안 된다는 이 논리에 대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다" 말한다.

'청소년 선거권' 문제에 대해, 만16-18세 한국 청소년 5명은 사실은 이렇게 생각한다.

"십대나 이십대나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임예슬

Q: 선거권은 몇 살부터 주어지는 게 좋을까?

김경빈(만18세): 굳이 나이 제한이 있을 필요가 있나, 싶어요. 그래도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는데. 빨리 접할수록 좋을 것 같아요. 초등학생까지도.

권혁주(만16세): 모든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만18세도 어렵지만, 교육감선거 같은 건 특히 중학생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살면서 겪은 첫 정치 참여 경험?

임예슬(만18세): 전 사실 정치에 깊이 관심 가져본 적 없고, 작년 말에 대통령 하야 집회 때부터 그런 활동에 참여했어요. 처음엔 혼자 나가서 방황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요. 주위에 다들 혼자 왔길래 용기를 얻어서 그 다음번에도 참가하게 됐어요. 그땐 집회가 정치 활동이란 생각 못하고, '정치적인 게 아니라 의견을 내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김경빈: 집회 참여가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걸 어느 신문 같은 데서 읽은 적이 있었어요. 그 문장을 보고 내가 막연히 옳다, 아니다 생각한 거, 집회에 나간 게 모두 정치적 행동이었고 정치란 게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정치에 무관심해서 선거권을 안 주는 게 아니라 선거권이 없으니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거죠"

윤종화

Q: 만18세 이하의 청소년도 투표를 해도 될까?

조성민(만18세): 정치인을 뽑기 위해 갖춰야 할 자기만의 가치관, 세계관이 만 19세에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학생들도 학교에서 정치 개념을 학습하기 때문에 가능해요.

임예슬: 경험 많은 어른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십대나 이십대나 사실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십대도 충분히 사회 문제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성민: 청소년 중에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많지만, 성인들도 정치에 다 적극적으로 관심 갖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기준으로 따지면 청소년에게만 투표권을 주지 말 게 아니라 전국민에게 같은 기준을 해야죠.

김경빈(만18세):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 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 학생들 학습시간이 굉장히 길어요. 인문계 고교생은 하루 12시간, 중학생은 10시간, 초등생은 8시간 정도라는데 학습에 매달려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기니까 다른 생각할 시간이 없는 거죠. 딴짓을 해야 그런 생각도 하는데 내 고통이 크면 다른 게 안 보이니까. 그런데 거의 대다수 청소년이 그런 상태인 거 같아요. 아무리 성인들이 '정치가 너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말해도 당장 내가 낙오될 거 같은 불안감이 크잖아요. 그러니까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선거권을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건 뻔뻔하지 않나 싶어요.

임예슬: 지금 후보들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는데요. 선거권이 없으니까 당장 제 앞에 있는 개인적인 문제들에 더 관심 갖게 되는 거 같아요. 선거권이 있었다면 이것도 저한텐 중요한 문제가 됐을 거고 그랬으면 좀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을까요?

윤종화(만17세): 결정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거에 누가 나왔는지, 다들 어떤 사람들인지 무관심할 수 밖에 없죠.

김경빈: 경험은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건데, 촛불소녀에 열광했잖아요. 뜻있는 청소년들이라고 하면서. 그런데 그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굉장히 사명감 갖고 정치에 참여해야겠다! 결심해서 나간 게 아니잖아요. 모르는 사람들도 투표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면 그걸 청소년에게도 적용해야죠.

권혁주: 광화문광장에서 본 저와 비슷한 또래 학생들 보면 절대 미성숙하지 않고, 자기 주관 뚜렷하다고 생각해요. 투표권 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Q: 청소년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주위의 시선?

임예슬: 친구들이랑 책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길을 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이리 와보라고 하더니 리본을 손으로 잡아뜯은 적이 있어요. 또 학교에서 집회에 간다고 하면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너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가냐'고도 하고요. 부모님은 집회 가는 거 반대하진 않으시지만 '너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은 하시고요. 그런데 청소년으로서 제 의견을 보여주려면 그런 것들 밖에 없으니까 더 열심히 보여줘야지, 생각했어요.

Q: 단지 '미성년자'라서 받는 부당한 대우가 있나?

조성민: 처음 보는데 반말을 하거나 공격적으로 대한다든지. 동등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언권이 덜 주어지는 것.

김경빈: 청소년 보호나 관련 정책 만드는 사람들도 청소년 인권감수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가출 청소년 쉼터에서 (아주 당연하게) 핸드폰을 빼앗는데, 그러면 가족한테조차 직접 연락할 수가 없잖아요.

"김군이 저였다면,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권혁주

Q: 이번 19대 대통령 임기 중에 성인이 된다. 직접 뽑을 수는 없지만 청소년과 성인으로서 각자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곧 결정되는 셈이다. 자신의 인생 중 앞으로의 5년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

윤종화: 제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도 학벌 차별이 심할 것 같아서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 또 그때까지도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세상이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이 있어요.

김경빈: 전 인문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장기적으로 어떻게 먹고 살까? 생계가 가장 걱정이에요.

조성민: 국내 대학은 인문계 전망이 좋지 않아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인문계 지원이 줄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일이 앞으로도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또 대학 이후에 한국에서 취직을 할 때 군필 여부로 불이익 받거나, 취직해서도 기업 내에서 위계질서가 심하다는데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전 학생이지만 (기업에 다녀보지 않았어도) 한국에 군대식 문화가 많이 퍼져있다는 걸 평소에 느껴요. 지금은 일상에서 느낄뿐이지만, 나중에 취직해서 그게 생계와 관련된 문제가 되면 거기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권혁주: 전 지금 후보들의 노동 정책에 가장 관심이 많은데요. 전 교사 시험을 볼 계획이지만 혹시 취업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일자리에서 인권 보장받지 못하고,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세상이잖아요? 알바하는 친구들 보면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제대로 못 받거나 근로계약서를 못 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작년 김군 사건을 보고 김군이 저였다면, 하고 상상해봤어요. 이십대의 나이에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사고로 죽었다. 스크린도어 안에서 기차가 오는데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방에 컵라면이 있고, 그것도 제대로 못먹고 계속 일을 했을텐데. 그런 일이 앞으로는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을 지키는 '법'이 있으면 학생 한명한명이 매번 설득하고 싸울 필요가 없죠"

조성민

Q: 지금 가장 만들고 싶은 법?

김경빈: 탈가정 청소년들이 사각지대에 있잖아요. 경제적으로 일 할 수도 없고. 애초에 (보호자 외에) 아무 선택권이 없잖아요. 가정폭력을 당해도 집을 나올 수도 있다는 선택권이 없고, 그렇다고 보호를 제대로 해주는 기관도 부족하고. 임대주택 지원대상에 청소년을 포함시킨다거나 그런 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조성민: 지금 학생인권조례가 전국 4개 시도교육청에서 밖에 제정이 안 됐어요. '조례' 말고 인권'법'이 전국으로 만들어져서 모든 학생과 학교에 강제됐으면 좋겠어요. 두발 규제, 복장 규제, 이성교제 규제가 약화될 수 있게요. 조례만 있으면 제지를 가하는 교사에게 학생들이 이런 조례가 있고 이건 이래서 괜찮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교사 학생 사이의 권력이 공정하게 분배돼 있는 것도 아니고 말로는 한계가 있어서요. 법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할 필요가 없죠.

Q: 지금 가장 원하는 대통령?

권혁주: 공교육을 강화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어요. 그러면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을까 해서.

조성민: 청소년을 '미래의 자산', '보호 대상', '선도 대상', 탈선의 주범'으로 생각하지 말고 주체로 존중하는 사람, 청소년 포함해 약자들을 존중하는 사람.

김경빈: 시기상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인권을 말하는 사람. '나중에'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

윤종화: 교육 개혁을 말할 때 청소년을 1순위로 두는 사람.

임예슬: 계층 간의 평등에 신경 쓰는 사람.

"청소년이 유권자가 되면 '청소년 보호'가 아니라 '청소년의 삶'을 말하는 대통령이 나오겠죠"

김경빈

Q: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있다면, 지금의 정치인들은 어떤 점이 다를까?

김경빈: '교육 정책'이 아니라, '청소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권혁주: 학생들에게 선거 운동한다면 청소년에 대한 공약도 말할테고, 청소년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이고 좋아지지 않을까요?

*직접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 최소 연령은 만25세다. 정당 가입은 투표와 마찬가지로 만19세가 되어야 할 수 있다.

사진, 영상/ 이윤섭 비디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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