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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날 용감하다고 하지 마세요

  • 김태성
  • 입력 2017.04.25 10:33
  • 수정 2017.04.25 10:45

필자 리사 콕스는 카피라이터, 연설가, 저자다.

우리는 이번 앤잭데이(Anzac Day ~현충일)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용맹을 기억할 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나도 이런 소리를 가끔 듣는다. 내가 짐(gym)에서 운동하는 걸 용감하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의 목숨을 구하지도 않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지도 않았다. '용기'라는 단어와 아무 상관이 없는 상황이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그냥 운동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왜 나에게만 이런 '무공 훈장'이 주어지는 걸까?

내 휠체어가 그 이유인 듯싶다. 그런데 휠체어를 사용하는 건 내 입장에선 그냥 일상이다. "별로 특별하지" 않다. 물론 거추장스럽지만, 짐이나 가계, 내 아파트 등 어디서나 활용하는 이동수단일 뿐이다.

그런 칭찬을 들으면 우쭐하지는 않더라도 감사하는 게 옳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난 안 그렇다. 아니, 오히려 모욕을 당한 느낌이다.

날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좋은 의도에서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안다. 격려의 말을 보내는 사람들의 심중이 진정한 연민과 걱정으로 가득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장애인 차별에 대한 강의를 할 생각도 물론 없다.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다. 난 연민도 걱정도 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짐이란 환경에서는! 내가 전장이나 어린이 암 센터에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짐에서 운동한 지가 몇십 년은 된다. 그런데 내가 휠체어를 사용하기 전엔 그 누구도 나를 가리켜 용감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장애를 가졌다고 자동으로 용감한 건 아니다. 장애를 느낄 뿐이다.

여러 가지의 장애를 20대 초반부터 앓게 된 나는 이 진리를 잘 안다. 내 휠체어 말고도 인공다리, 흉터, 절단 흔적이 나의 신체적 장애를 증명한다. 물론 눈에 안 보이는 피로, 만성 통증, 그리고 뇌 손상으로 인한 시력 저하도 내 장애의 일부다.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것 자체는 용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내가 공공장소에 나타날 때마다(비꼬아도 괜찮음) 용감하다고 칭찬했다. 용감한 행동을 했다면 전혀 문제가 안 될 일이지만, 짐에 운동하러 가는 걸 용기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난 내 삶에 대한 많은 것에 감사하지만, 장애인이란 존재를 칭찬하는 말엔 감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용감하게 평가하는 걸 나는 왜 그렇게 짜증을 내며 모욕적으로 여길까? 간단하게 말해서, 장애인인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낮은지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의 아주 작은, 사소한 일도 칭찬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 거다.

그런데 이런 시각은 사회 전체에 만연하다. 장애인 인권 운동자 스텔라 영은 다음과 같이 이 현상을 설명했다.

"단지 아침에 일어나고 자기 이름을 기억했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칭찬받는, 장애인에 대한 기대가 그토록 낮은 세상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게 내 바람이다. 장애인이 진정한 성취를 했을 때 그걸 인정하는 사회에 살고 싶다."

물론 이 세상엔 용감한 장애인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용감한 이유는 용감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지 휠체어를 탔거나 자폐증세를 가졌거나 팔이 한 개 없거나 등의 이유 때문은 아니다.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공동체도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도 장애라는 우산 아래 존재하는 동일 단체로 고려되는 경향이 짙다.

내가 정말로 무안하게 느끼는 건 참전용사를 짐에서 만나는 거다. 그들은 실제로 용감했고 또 그 용맹을 증명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참전용사가 근처에 있을 때 누가 날 보고 용감하다고 하면(좋은 뜻인 줄 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자동으로 용감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앤잭데이를 기념하며 누가 정말로 용감했었고 지금도 용감한지를 혹시 잊을까 봐 이 글은 쓴다.

아래 슬라이드는 옆으로 밀면 된다.

 

*허프포스트AU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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