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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결과는 유럽과 극우 포퓰리즘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 허완
  • 입력 2017.04.24 13:01
  • 수정 2017.04.24 13:03

예상하지 못했던 후보들이 급부상하고, 스캔들이 터져나오며 프랑스 대선은 내내 요동쳤다.

프랑스는 선거를 두 번 한다. 1차에서 1, 2위를 차지한 후보들이 5월 7일에 결선 투표를 거친다. 중도 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성향 마린 르펜의 대결이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후보는 프랑스를 새로운 정치적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게 되며, 프랑스와 EU의 관계를 급격히 바꿀 수도 있다. 또한 최근 프랑스에서 부상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높은 청년 실업률, 경기 침체, 국가 정체성, 이민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2015년에 파리에서 130명이 사망한 테러 이후 비상 사태에 들어갔으며, 그뒤로도 여러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의 대선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정치적 균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프랑스 대선 결과는 예측이 가능한 편이었다. 인기가 바닥을 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12월에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보수적인 공화당 경선 승리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실시되었다.

프랑수아 피용이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가족을 위장 취업시켜 세비를 받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지지도가 추락했다. 피용은 현재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피용이 무너지고 올랑드의 사회당 역시 고전하며, 중도파 무소속 후보 엠마뉘엘 마크롱이 부상하게 되었다. 은행가 출신인 마크롱은 현재 EU 강화와 경제 개혁 공약을 내세우며 1위를 달리고, 그의 유세에는 많은 관중이 모였다.

마크롱과 함께 급진 좌파 쟝-뤼크 멜랑숑이 최근 몇 달 동안 급부상했다. 자신을 미국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비교하는 멜랑숑은 425,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 90%의 세율을 적용하고, 일주일 근로 시간을 32시간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리고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있다. 르펜은 1차 투표에서 마크롱과 각축을 벌였다. 르펜은 이민을 급격히 줄이고, EU에서 탈퇴하고, 프랑스 사회에서의 이슬람의 존재에 반대하는 포퓰리스트 공약을 내세웠다.

이 후보들은 프랑스 정치의 분열을 보여주며 전통적으로 막강했던 당들이 지지 기반을 잃었음을 드러낸다. 피용이 패배한 지금, 프랑스는 최초로 기존 주요 정당 출신이 아닌 의 새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다.

유럽 극우 포푤리스트들의 가장 큰 시험대

이민 위기, 테러 공격, 끈질긴 반 EU 정서 속에서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부상했다.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당이긴 해도, 그들은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더 대담해졌다.

유럽 극우는 지금이 엘리트, 기득권 정치인들을 내쫓고 (그들이 정의하는 좁은 의미의) 대중들에게 힘을 돌려줄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유럽에선 주요 선거가 세 번 열린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이다.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이 모든 선거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극단적 반 이민, 반 이슬람 시각으로 정치적 논의를 끌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있는 곳은 프랑스 뿐이다. 네덜란드의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지난 달 네덜란드 선거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독일대안당은 집권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반면 르펜은 대선 2차 투표까지 진출했다. 설문 조사에 의하면 2차에서는 패배할 것으로 보이나, 르펜이 예상 외의 승리를 거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르펜의 지지도는 프랑스의 포퓰리스트 정서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아니라, 유럽의 극우 정당들에 대한 민심의 잣대이기도 하다.

러시아와의 관계

프랑스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모두 러시아에게 친근한 편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하는 후보는 마크롱 뿐이다. 마크롱은 러시아의 자금 지원을 받는 매체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 선거에 개입했으며, 피용이 수위를 차지했다는 부정확한 설문 조사 결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매체가 마크롱이 남성과 비밀 연애를 하고 있으며 ‘아주 부유한 게이 로비’의 지원을 받는다는 주장을 내서 마크롱은 부인해야 했다.

마크롱을 제외한 다른 모든 후보들은 러시아 친화적이다. 르펜은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내려진 제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모스크바에 가서 푸틴을 만나기도 했다. 멜랑숑은 반 EU 적이며 NATO 탈퇴도 공언했다. 러시아가 반길 정책이다.

한편 피용은 러시아 제재가 ‘무의미하다’고 했으며 레바논의 사업가와 푸틴의 만남을 주선한 대가로 사업가에게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도 있다.

EU의 운명

선거 캠페인 내내 르펜과 멜랑숑은 EU 탈퇴를 주장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은 르펜과 멜랑숑의 결선투표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때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현대 유럽의 기반을 이룬 국제 기관들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한다.

프랑스가 EU에서 탈퇴한다면 무역 블록 EU의 종말이 시작될 수 있다. 프랑스는EU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며, 이미 브렉시트로 상처 받은 EU에서 프랑스도 탈퇴하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르펜이 낙선한다면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유럽의 정치를 장악할 거라는 유럽 극우들의 주장에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르펜이 2차 투표에서 참패하지 않는 이상, 과거에는 변방에 있었던 정당들의 극단적 정책을 주류화하는데에는 이미 성공했다.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가 곧 수그러들 거라는 조짐은 없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프랑스에서 젊은 유권자들은 국민전선에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으며, 극우 정당들은 극단적 정책을 실제로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인 야당으로 인기를 누린다. 프랑스가 르펜을 뽑지 않는다면 EU는 치명적인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겠으나, 앞으로도 EU에 대한 반감을 품은 유권자들은 많을 것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4 Reasons Why France’s Presidential Election Is So Importan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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