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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학제개편안, 갈수록 꼬여간다

'15개월론'에 대한 맘까페 등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대입경쟁·취업경쟁이 25% 증가한다는 것이다. 2배 증가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또하나의 문제는 '늦된 아이'의 문제이다. 지금도 연말에 태어나는 아이는 상대적으로 발달이 늦어서 부모들이 입학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입학자의 연령폭이 12개월에서 15개월로 커지면, 자연히 '늦된 아이'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 이범
  • 입력 2017.04.23 07:10
  • 수정 2017.04.26 10:47
ⓒKBS

안철수 후보의 학제개편안에 대한 초기 비판의 핵심은 '학년이 겹친다'는 것이었다. 기존 학제는 초-중-고를 만6세 입학하여 만18세 졸업하는데, 안철수 학제개편안에 따르면 만5세 입학하여 만17세 졸업한다. 따라서 구제도 마지막 1학년과 신제도 첫 1학년이 겹친다. 이들은 나란히 초중고를 거쳐 결국 2배의 대입경쟁, 2배의 취업경쟁을 하게 된다. 2배의 대입경쟁은 혹시 일시적으로 대입정원을 2배로 만드는 긴급대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2배의 취업경쟁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학년이 겹치는 문제에 대한 안철수 후보측 답변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학제개편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 사회교육과 조영달 교수의 답변이다. 그가 3월8일 미래교육포럼이 주최한 '4차산업혁명 시대, 교육개혁 비전과 전략'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학년이 겹치는 문제는 '인구절벽'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인구절벽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령별 인구가 가장 급속히 감소한 시기는 2000년생(고2)에서 2005년생(초6) 사이로서 63만명에서 43만명으로 급감했고, 이후 연간 출생자수는 40만명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즉 연령별 인구의 절벽은 현재 영·유아가 아니라 중학생 전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따라서 학년이 겹치는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학년이 겹치는 문제에 대한 두 번째 답변은 4월19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직접 밝힌 것이다. 12개월이 아니라 15개월 단위로 입학시키면 된다는 이른바 '15개월론'이다. 이는 시행 첫해에 만6세와 함께 만5세의 1~3월생을 입학시키는 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15개월론'에 대한 맘까페 등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대입경쟁·취업경쟁이 25% 증가한다는 것이다. 2배 증가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또하나의 문제는 '늦된 아이'의 문제이다. 지금도 연말에 태어나는 아이는 상대적으로 발달이 늦어서 부모들이 입학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입학자의 연령폭이 12개월에서 15개월로 커지면, 자연히 '늦된 아이'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안철수 후보의 15개월론에 따르면 신제도 시행 이후 입학자는 아마도 다음과 같이 결정될 것이다.

1년차: 만6세 1~12월생 + 만5세 1~3월생 입학

2년차: 만6세 4~12월생 + 만5세 1~6월생 입학

3년차: 만6세 7~12월생 + 만5세 1~9월생 입학

4년차: 만6세10~12월생 + 만5세1~12월생 입학

5년차 이후: 만5세 1~12월생 입학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1년분을 앞당겨 배워야 하는' 것이다! 5년 전에 만6세가 배우던 내용을 5년 뒤에는 만5세가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나이 기준으로 8세가 배우던 내용을 7세가 배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1년 위 아이들과 함께 배워도 잘 따라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굳이 아동 발달단계에 대한 심오한 이론이나 유아·초등교육의 전문적 연구를 들이대지 않아도 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어릴 적에는 1년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안다.

'1년 앞당겨 배워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매년 조금씩 교육과정을 개편해서, 기존 유치원(누리과정) 마지막해 교육내용을 1년차~5년차에 걸쳐 20%씩 1학년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럴 경우 1학년 교육과정만이 아니라 2학년 이후 교육과정도 연쇄적으로 개편해야 되기 때문에, 결국 대혼란이 발생한다. 교육과정 개편을 연속 5회 해야 한다. 도저히 실행하기 어려운 계획이다.

'1년 앞당겨 배워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두 번째 방법은 만6세와 만5세를 혼성으로 편성하지 않고 분리반으로 편성하는 것이다. 즉 기존 만6세~18세 교육과정과 새로운 만5세~17세 교육과정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면 '1년분 앞당겨 배워야 하는' 문제는 해결된다. 그대신 2중 학제를 운영하는 과도기가 무려 만15년이나 지속되어야 한다.(표 참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표1] 만6세와 만5세를 분리하여 반편성하는 경우. 2중 학제를 만15년간 병행해야 한다.

결국 '15개월론'에 대한 나의 비판을 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2] 안철수 후보의 '15개월론'에 대한 비판

이쯤 되면 안철수 학제개편안에 대하여 근본적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면밀한 시뮬레이션과 아동 발달단계에 대한 고려를 찾아보기 어려운 방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교육의 주된 문제인 과열경쟁, 사교육, 주입식교육, 교사-학생의 낮은 자율성 등은 '학제가 6-3-3이라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지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허술한 안에 근거하여 안철수 후보가 '교육개혁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이번 대선 최고의 아이러니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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