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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모함 한반도 향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배포한 범인

4월은 가짜 뉴스가 한반도 정세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습니다. 가짜 뉴스는 4월 8일에 전 언론매체에 나왔습니다. "칼빈슨 항공모함이 호주로 가려던 항로를 바꿔 한반도 향하고 있다" 최초 해리 해리슨 미 태평양사령관이 한 말입니다. 4월 10일에 이 거짓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이어집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칼빈슨 호를 보내고 있다"며 이틀 전의 태평양사령관 말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4월 14일에 미 해군 공보자료에 칼빈슨 항모가 우리나라에서 4800km 떨어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을 지나는 사진이 실려 있는 겁니다. 여전히 호주를 향해 남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 김종대
  • 입력 2017.04.19 14:12
  • 수정 2017.04.19 14:44
ⓒ미 해군

4월은 가짜 뉴스가 한반도 정세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습니다. 가짜 뉴스는 4월 8일에 전 언론매체에 나왔습니다. "칼빈슨 항공모함이 호주로 가려던 항로를 바꿔 한반도 향하고 있다" 최초 해리 해리슨 미 태평양사령관이 한 말입니다. 4월 10일에 이 거짓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이어집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칼빈슨 호를 보내고 있다"며 이틀 전의 태평양사령관 말을 재확인했습니다. 이후 틸러슨 미 국무장관까지 가세하면서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웬걸. 4월 14일에 미 해군 공보자료에 칼빈슨 항모가 우리나라에서 4800km 떨어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을 지나는 사진이 실려 있는 겁니다. 여전히 호주를 향해 남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4월 16일에서야 미 해군이 "칼빈슨 항모가 한반도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고 실토하기에 이릅니다. 이 뉴스를 근거로 '4월 북폭설'이 확산되자 대선 정국이 요동을 쳤습니다.

국내 보수 언론은 에둘러 "항모의 한반도 해역 진입이 일주일가량 늦어졌다"고 했지만 "미 항모 3척이 한반도로 집결하는 중"이라던 뉴스는 주어 담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일본 요코스카에 정박 중인 로널드 레이건호는 아직도 수리 중이고, 미국의 키트샵에 대기 중인 니미츠호는 아직 출발할 조짐조차 없습니다. 항모 3척이 같은 해역에 집결한다는 이 상식 밖의 뉴스는 언제 실현될지 전망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항모가 한반도에 진입하려면 14~15일 걸립니다. 그런데 아직도 출발하지도 않은 항모가 무슨 수로 4월 말에 한반도에 진입합니까? 이런 상식도 모르고 아직도 일부 언론은 4월 말에 항모 3척이 온다는 정신 나간 보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정사실로 보도한 국내 보수 언론은 정정보도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의 전쟁계획에 의하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미 항모전단은 2개가 전개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3개의 항모전단이 한꺼번에 한반도 해역에 진입한다? 이거 왠지 뻥이지 말입니다. 더군다나 미국이 보유한 10개 항모 중 당장 작전투입이 가능한 것은 5개, 그리고 6개는 이미 수명이 30년이 넘은 고령입니다. 이미 전 세계 미 항모전력 운용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이렇게 많은 항모를 한반도에 보낸단 말일까요? 정말로 이상합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말이지만, "북한을 곧 손보겠다"던 트럼프의 충동적 행태는 기실 아무것도 준비 안 된 말뿐이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습니다. 아직도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가짜 뉴스부터 쏟아낸 미 대통령 때문에 우리는 적잖이 혼란을 겪었습니다. 하긴 가짜 뉴스를 품에 안고 집권한 대통령이니 뭐든 못하겠습니까? 이런 대통령에 대해 우리 사회 극성스러운 동맹론자들은 트럼프를 전략가로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좌충우돌하는 저 벌거벗은 임금님도 동맹주의자들 눈에는 천사로 비춰지는가 봅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말에 허풍이 많다는 걸 북한과 중국이 학습하게 되면 미국의 대북정책 주도권은 심각하게 잠식될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 핵 문제는 더 미궁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이 분이 무슨 말을 할지 잘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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