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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를 두려워하지 말자

국가부채는 개인의 빚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계는 벌어들인 소득을 쪼개 소비한다. 소득보다 더 많이 소비하면 빚이 생긴다. 빚은 벌어서 갚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국가는 구성원들이 합의해 돈을 쓰기로 한 뒤 쓰기로 한 만큼을 걷는다. 다시 말해 국가부채는 국가가 어차피 써야 할 돈을 조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또 다른 조달 방식은 세금이다. 둘 다 국가가 낭비를 해서 진 부담이 아니다. 쓰기로 한 돈을 조달하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따라서 부채가 늘어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뉴스1

국가부채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공포에 시달린다. 언론은 '1인당 빚이 얼마'라면서 공포마케팅 일색이다. 그런데 정말 국가부채는 그렇게 나쁜 것일까? 나랏빚도 개인 빚처럼 '벌지도 못하면서 낭비하다 생긴 부담'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사실 국가부채는 개인의 빚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계는 벌어들인 소득을 쪼개 소비한다. 소득보다 더 많이 소비하면 빚이 생긴다. 빚은 벌어서 갚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국가는 구성원들이 합의해 돈을 쓰기로 한 뒤 쓰기로 한 만큼을 걷는다. 다시 말해 국가부채는 국가가 어차피 써야 할 돈을 조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또 다른 조달 방식은 세금이다. 둘 다 국가가 낭비를 해서 진 부담이 아니다. 쓰기로 한 돈을 조달하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따라서 부채가 늘어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빚을 얻어 어디에 어떻게 썼느냐에 있다. 중요한 문제에 투입하고, 문제가 해결되도록 제대로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투자성 지출이라면 문제가 훨씬 덜하다. 투자한 곳에서 나오는 성과로 빚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쓰고 없어지는 지출을 위해 빚을 연이어 얻으면 지속되기가 어렵다. 그런 지출이라면 세금을 더 거둬 하는 것이 정석이다. 즉 빚이 늘어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늘린 빚을 잘못 운용했다면 문제가 된다.

지금 한국에서 국가부채를 늘려서 어딘가에 투자한다면 어디가 가장 적절할까? 나는 그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집과 교육과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주거문제는 청년세대 좌절과 장년세대 빚더미의 원천이다. 그런데 국가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값싼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리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대표적 국채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가 채 되지 않는다. 보조금을 조금만 지급해도 반값 수준의 월세를 내줄 수 있다.

게다가 가계부채 문제도 줄일 수 있다. 빚내서 집을 산 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계가구가 많다. 이들의 가계부채를 해당 주택 구매 뒤 재임대 등의 적절한 조건을 달아 국가부채로 떠안아줄 수 있다면 무엇보다 더 소중한 경제활성화 정책이 될 수 있다.

교육, 특히 유아 및 초등 교육은 다른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과학기술은 미래 성장동력을 차곡차곡 쌓는다. 집도 아이들도 과학기술도, 모두가 당장의 사회문제이면서 동시에 집을, 사람을, 지식을 자산으로 확보하는 투자다. 빚내서 써도 큰 문제가 없다.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공약이 넘쳐난다. 예산 조달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진다. 후보들은 대체로 국가부채도 늘리지 않고 세금도 올리지 않으면서 그 모든 것을 해내겠다고 대답한다. 솔직하지 못한 처사다.

국가부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미래가 암울하다는 청년들의 절망을 두려워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노인자살률에서 공포를 느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자하기 위해서라면 국가부채는 충분히 늘려도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권고이기도 하다. 국민의 미래가 무너지는데 국가신용등급이 무슨 소용인가?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꿈이다.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를 터놓고 말하는 게 먼저다. 국민들이 그 일에 공감한다면, 거기 드는 돈을 조달하는 일에도 공감할 것이다. 정부지출 늘리는 경제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애써 '국가부채는 늘지 않는다'고 사족을 붙인 한 대선캠프의 경제학자가 딱해서 붙이는 나의 사족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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