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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혹 세대'의 임박한 파국,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출생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 아닙니다. 두 번에 걸쳐 볼록 올라온 봉우리 구간이 있어요. 첫 번째 봉우리는 이른바 '에코세대'인데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여서 인구가 많습니다. 그런데 에코세대 직후에 두 번째 봉우리가 있습니다. 저는 이 영역을 '낙타혹 세대'라고 부르는데요, 대략 1990~2000년생 사이로서 대략 50대 세대의 자녀들입니다. 현재 고등학생에서 20대 정도의 나이지요.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친 일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력 과잉인 것입니다. 낙타혹 세대가 직장을 구하고 나아가 집을 구하고 결혼하고 출산율을 끌어올리도록 기회를 주지 못한다면, 한국사회는 단기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 이범
  • 입력 2017.04.18 10:22
  • 수정 2017.04.18 11:17
ⓒ뉴스1

[나홀로 사상운동] 11. '낙타혹 세대'의 임박한 파국,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한국사회에는 '장기파국'과 '단기파국'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장기파국'이란 저출산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침몰한다는 것이지요. 한국의 출산율은 2002년 이후 15년째 1.2명대 이하에 머물러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이렇게 되면 2030~40년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장 제도를 지탱하기 어려워집니다. 즉 우리가 기대하는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거죠. 이에 대해서는 나홀로 사상운동 5편 '청년이 최우선이다, 불쌍해서가 아니다'에서 정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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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단기파국'은 무엇일까요? 연도별 출생아 수 그래프를 보세요. 우리나라의 출생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 아닙니다. 두 번에 걸쳐 볼록 올라온 봉우리 구간이 있어요. 첫 번째 봉우리는 이른바 '에코세대'인데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여서 인구가 많습니다. 그런데 에코세대 직후에 두 번째 봉우리가 있습니다. 저는 이 영역을 '낙타혹 세대'라고 부르는데요, 대략 1990~2000년생 사이로서 대략 50대 세대의 자녀들입니다. 현재 고등학생에서 20대 정도의 나이지요.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친 일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력 과잉인 것입니다. 낙타혹 세대의 혹 부분만 계산해 보면 80만명 정도됩니다.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과잉인구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적체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낙타혹 세대가 직장을 구하고 나아가 집을 구하고 결혼하고 출산율을 끌어올리도록 기회를 주지 못한다면, 한국사회는 단기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파국을 막지 못하면 출산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고, 장기파국을 막을 기회도 영영 사라지겠지요. 지금 닥친 최악의 청년실업은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현상태를 방치하고 5~10년 정도 고용적체가 누적되면 진정한 '헬게이트'가 열릴 것입니다. 이들과 경제적 운명을 공유하는 이들의 부모, 즉 현재 50대 전후의 장년층도 함께 고난을 겪게 될 것임은 물론이고요. 결국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재생의 기회가 없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흔히 '청년들이 어려우니 도와줘야 하지 않나?'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분들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청년을 우선적으로 도와야 하는 이유는 청년들이 가장 불쌍하고 큰 어려움을 겪는 세대여서가 아닙니다. 어렵기로 치면 노인세대를 따라갈 세대가 없어요.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무려 49.5%로 OECD 평균의 4배가 넘는, 압도적 1등이거든요. 청년을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이들의 단기파국을 막지 못하면 나라에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애국 진보'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임박한 파국,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단기파국과 장기파국을 막기 위해 애국적 연대의식에 근거한 '양보 혁명'을 제안합니다.

첫 번째 양보혁명은 바로 '청년에 대한 양보'입니다. 특히 낙타혹세대가 원활하게 사회적으로 자리잡고 자녀를 낳아 기를 때까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대적인 사회적 양보가 이뤄져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지요. ①신성장 산업에서의 일자리 증가, ②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③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각각을 잠깐씩 살펴보겠습니다.

①신성장 산업.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영역, 예를 들어 4차산업혁명 섹터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겠지요. 그런데 이런 일자리는 얼마나 만들어질지 미리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4차산업혁명을 '일으키는'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어도, 4차산업혁명이 '적용되는'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자동주행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운용하는 쪽은 고용이 늘겠지만 자동주행기술이 보급됨으로써 자동차 운전사 고용은 줄어들 테지요. 따라서 4차산업혁명 섹터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결과 전체 한국경제의 고용사정이 호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②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부 재정으로 공무원, 공기업, 기타 정부재정이 투입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공무원 중에는 우선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소방직, 사회복지직, 그리고 경찰직(인구절벽으로 인해 의경제도가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5년 이내에 옵니다) 등이 늘어나야겠지요. 공무원 이외에는 공기업 근로자라든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사립 어린이집·유치원의 보육교사도 있겠구요. 얼마 전 문재인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처음에 '공무원 81만개'로 잘못 알려진)를 공약으로 발표했다가 적지않은 비판을 받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이것이 문재인 후보의 전체 공약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일자리를 시장에만 맡겨서는 낙타혹 세대의 '단기파국'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장기파국'을 막기는 영영 불가능해질 테니까요.

③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준인데 이를 단축하면 그만큼 일자리를 나누는 효과가 발생하여 고용이 늘어납니다. 정부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2011년 내놓은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단축〉에 의하면 현재 OECD 2위인 한국의 노동시간을 OECD 평균치로 낮추면 신규 일자리가 170만개 창출됩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2년 내놓은 〈실 노동시간 단축방안〉에 의하면 주당 12시간 이상의 초과노동만 막아도 신규 일자리가 69만개 창출됩니다.

문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2014년 한 연구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제한하면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3.6% 감소하고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4.4% 감소한다고 합니다. (변양규·우광호, 〈근로시간 단축과 영세사업장 인력부족 심화〉, 한국경제연구원) 물론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경영진의 배려,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 등을 통해 임금 감소폭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노동자 중 일부는 어느 정도의 임금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집단은 협상력이 강하고 양대 노총 가입률이 높은 소득 상위층일 겁니다.

이제 제가 청년에 대한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양보'라고 표현한 이유가 보다 명백해집니다. 공공부문 고용증대나 일자리 나누기 등은 모두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나가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려면 정부 재정을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 세금을 더 걷어야 하니 사회적 양해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노동자(특히 소득 상층 노동자)의 상호 양보가 있어야겠지요. 이러한 사회적 타협은 나라의 장래를 깊이 생각하는 애국적 연대의식이 고양되지 않으면 어려운 얘기입니다.

두 번째 양보는 비정규직에 대한 양보입니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22.4%로서 OECD에서 네 번째로 높은데요(2013년 기준 OECD 통계), 더욱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OECD 주요 회원국 16개국을 비교해보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1년 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평균 35%인데 한국은 11.1%이고, 비정규직에서 3년 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평균 53%인데 한국은 22.4%에 불과해서 조사대상 중 최하위입니다. (OECD, Strengthening Social Cohesion in Korea, 2013. 그림자료는 고려대 장하성 교수로부터 인용) 우리나라의 일자리가 유난히 불안정함을 보여주는 또다른 통계가 있습니다. OECD에서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거든요. 한 직장에 근무하는 기간이 평균 5.6년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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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자리 사정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 전략은 눈높이를 낮춰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이나 경력직 이직 등을 노리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전략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안고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에 채용되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재수, 삼수를 불사하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첫 번째 전략도 나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두 번째 전략으로 쏠리는 것은 청년들이 '배가 불러서'가 아니냐고 하지요. 하지만 정규직 전환율이 꼴찌인 나라에서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들였다가 '평생 비정규직에 갇혀있을지도 모르는' 공포심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청년층이 두 번째 전략으로 쏠리는 것은 배가 불러서가 아닌 것이지요. 기성세대도 만약 이런 양자택일을 요구받는다면 두 번째 전략으로 쏠릴 겁니다. 인지상정입니다.

결국 '비정규직에 대한 양보'는 '청년에 대한 양보'와 상당한 교집합을 가지게 됩니다. 단기파국을 막고 낙타혹세대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특히 단순한 임금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근원적인 불안정성의 제어가 필수적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직장에 언제까지 다니게 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결혼을 생각하겠습니까?

세 번째 양보는 자영업자에 대한 양보입니다. 한국은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27.4%로 OECD 36개국 가운데 4위입니다.(2013년 기준 OECD 통계. 1~3위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건물에 세 들어 사업장을 만들고 여러가지 사업을 영위합니다. 그런데 업종과 경기에 따른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지나친 임대료 상승이나 짧은 임대기간으로 인하여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국가적으로 제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이 1300조원 가량입니다. 그중 근로소득이 45% 정도 되는데,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소득(매입차액 및 임대소득)이 근로소득의 2/3에 육박하는 28%나 됩니다(2013년 기준). 이 비중을 낮추기 위해 양도소득세율을 높이는 한편 임대료와 임대기간에 관하여 강력한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가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의 효과는 내수경기 진작, 소득주도 성장, 자영업자 보호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여러 곳에서 대두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예방하고 상권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이 매우 강력한 임차인 보호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통해 유서 깊은 명소를 많이 보존하고 있지요. 일본의 경우 사실상 건물을 허물 때까지 임차권을 보장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 '조물주 위에 건물주'인 시대를 청산해야 합니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임대보장기간이 5년이고 연간 임대료 상승한도가 9%이며 그나마 일정규모 이상의 업장에는 적용이 안 됩니다. 이를 세입자에게 유리하도록 대폭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 번째 양보는 이미 광범위한 사회적 요구가 있으며 이를 받아들여 법제화하면 됩니다. '양보의 제도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 가지 양보를 주축으로 하는 '양보혁명'과 함께, 한 가지 제한이 필요합니다. 바로 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 유입에 대한 제한입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증가하여 현재는 무려 200만에 육박하는 실정입니다. (2016년 3월 기준 194만명) 참고로 그중 결혼이민자는 27만명 정도이고 유학생은 15만명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고용허가제 및 방문취업제(해외동포)로 국내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고, 그중 불법체류자가 20만명 정도 있습니다.

체류 외국인 숫자는 2007년 75만명에서 10년 남짓한 동안 거의 3배로 늘었습니다. 실로 엄청난 속도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 유입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노동력이 부족한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과잉인데 말이죠. 2016년 초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저출산으로 인해 조선족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발언해서 빈축을 산 적이 있습니다. 보수 기득권층은 임금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저임금으로 고용가능한 외국인노동자를 늘리자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정치적 진보주의자가 외국인노동자 유입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일입니다.

물론 외국인노동자의 인권 문제는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에 장기체류하면서 본국의 생활기반을 사실상 상실한 경우도 적지 않고, 특히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녀들은 이미 문화적으로 동화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이미 국내에 오랫동안 체류해온 사람들을 대할 때 유의할 문제입니다. 외국인을 추가로 '유입'하는 것을 얼마나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국내 외국인 인권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죠.

제가 외국인노동자 유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들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외국인노동자의 유입은 소득주도 성장을 저해합니다. 임금도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원리를 따르는데, 저임금을 감수하는 노동력이 외부로부터 공급되면 당연히 임금상승이 억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노동 전문가들이 외국인노동자 유입이 임금상승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만 실증 근거가 부족할 뿐입니다. 연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미등록 근로, 최저임금 이하, 불법체류 등이 적지 않아서 실태조사를 하려 하면 도망가거나 고용주가 숨기는 경우가 많아서 연구가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 중에 최저임금 이하인 경우가 무려 12%인데, 외국인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미등록 근로자로서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저임금으로 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등록된 경우라 할지라도 종종 최저임금 이하의 저임금을 감수하여 전체적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냅니다.

외국인노동자가 소득주도 성장을 저해한다고 보는 부차적 근거는, 이들은 받은 임금의 상당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입니다. 대략 버는 돈의 60% 이상을 송금한다고 알려져 있고 2013년 기준 총 송금액이 4조1천억원이 넘는데(정기선 외 〈2013년 체류외국인 실태조사〉, 법무부), 국내 근로소득 총액의 1%에 못 미치는 비율이긴 하지만 근로소득 중 일부가 내수경제와 상관없는 곳으로 유출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고기능 인력을 제외한 외국인노동자의 추가 유입을 막아야 할 시기입니다. 노동력 공급이 제한되어야 하층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오르고,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 낙타혹 세대는 좀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물론 영세 사업체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외국인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영세 사업자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최저임금 인상, 아동노동 제한,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동등대우, 주5일제 도입 등의 이슈에서 항상 있어왔던 것이지요. 전통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은 이러한 반문을 뚫고 관철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촉진시켜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유일하게 외국인노동자 유입을 허용해봄직한 영역이 농업인데, 이것도 충분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인종주의자와 뭐가 다르냐', '트럼프와 비슷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거듭 말하지만 현존하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노동자의 추가 '유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북한정부와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종북'이라고 낙인 찍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트럼프와 얼핏 유사해 보이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쇼비니즘이나 인종차별주의와 혼동해서는 곤란하겠지요.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각자도생의 문화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출산율이 세계 꼴찌 수준이 되어 나라의 정상적 지속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전통적 집단에 대한 연대의식과 소속감은 차츰 약해지고 있으며 노동계급의 연대는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유일하게 우리가 믿어볼 만한 강력한 연대의 단위는 '나라'입니다. 1920년대 스웨덴 사민주의자들이 '국민의 집'을 내세운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애국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나선 분들과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국을 주장한다고 국뽕이나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전체주의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나라의 운명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낙타혹 세대를 진심으로 배려한다면 우리는 '나라 살리는 양보 혁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청년에 대한 양보, 비정규직에 대한 양보, 자영업자에 대한 양보. 양보 혁명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개인들이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나라를 꿈꿉니다. 여기서 '애국 진보'의 연대의식이 싹틀 것입니다.

[나홀로 사상운동]

1. 계파인듯 계파아닌 계파같은 친노

2. 새정치 혁신위, '답정너'를 넘어라!

3. 일베 무시는 청년 무지

4. 복지, 486의 알리바이

5. 청년이 최우선이다, 불쌍해서가 아니다

6. 탈스펙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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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안철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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