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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모든 후보가 '동물복지'를 공약으로 내건 사상 최초의 선거다

  • 허완
  • 입력 2017.04.17 10:50
  • 수정 2017.04.17 10:55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도 동물 복지 공약을 마련한 상태다. 모든 유력 후보들이 동물 복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동물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후보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반려동물 공약 5개를 발표했다. 보육, 가계통신비, 미세먼지 등 생활정치와 관련해 발표한 여덟번째 정책이다. 민간 동물의료 관련사업 활성화, 반려견 놀이터 확대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지원,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길고양이 급식소와 중성화사업 확대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문 후보는 또 동물병원 진료비를 공개하고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예방접종 및 중성화 비용을 감면하는 문제를 대한수의사회와 협의해가겠다고 밝혔다. 기준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인 동물병원 진료비의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달 19일 일찌감치 동물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여러 후보 가운데 가장 세심하게 관련 공약을 준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진료비 표준 산출, 동물 의료보험과 공공 동물화장장 도입, 공원과 공공기관 옥상을 활용한 반려동물 놀이터 확충 등을 약속했다. 또한 동물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동물원 및 수족관법’과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는 민법 및 ‘동물보호법’ 등을 개정하고, 나아가 헌법에도 동물의 권리를 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19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유기견보호소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을 위한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심 후보와 마찬가지로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률을 개정하고, 반려동물 진료비 기준을 만들며, 동물 복지 인증 농가에 시설을 지원해 사육·운송·도축 등 전 단계에서 동물 복지가 실현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반려동물 학대·유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유기동물 줄이기 목표량을 정하겠다고 약속했다. 5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개 농장의 불법 운영을 근절해 개 식용 문화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준비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도 다채롭진 않지만 구체적인 동물 관련 공약을 마련했다. 현재 예방접종이나 기본진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반려동물 진료에 부가가치세가 붙는데, 이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념 성향을 떠나 모든 유력 후보들이 동물 복지 보장에 나선 것은 과거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특히 1인 가구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게 되면서, 동물 문제가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공약이 반려동물의 권리를 중심으로 구체화된 것도 특징이다. 2012년 대선에서 포경 금지, 곰 사육 폐지, 가축 생매장 금지,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등을 약속했던 문재인 후보는 이번에 반려동물 공약을 집중적으로 내놓았다. 다른 후보들도 ‘펫팸족’(pet family의 줄임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표심을 겨냥한 내용을 중심으로 동물권 관련 공약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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