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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공연장을 습격한 프로 떼창러들에게

  • 박세회
  • 입력 2017.04.17 11:00
  • 수정 2017.04.17 12:01

어제(16일) 콜드플레이의 공연장을 프로 떼창러들이 습격했다.

중앙일보에선 오늘(17일) 어제 콜드플레이의 공연에 대해 "제 인생 최악의 콘서트를 겪었습니다", "목쉬어라 부르는 사람들 때문에 콘서트가 엉망이었다"는 네티즌의 의견을 기사로 실었을 정도다.

떼창...이건 정말 논란의 여지가 많은 유희다. 누군가에겐 빼앗길 수 없는 콘서트의 즐거움이지만, 감상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에겐 그저 크리스 마틴의 청아한 목소리를 가로막는 음성 쓰레기 더미일 뿐이니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 역시 아직 프로가 되지 못한 아마 떼창러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에서는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부르지만,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나 미처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한 밴드의 공연에서는 떼창러들을 분노의 눈길로 바라본다.

다만 프로 떼창러들의 노력에 대해서라면 잘 알고 있다. 진정한 프로라면 공연이 있기 오래전부터 해당 투어(보통 같은 투어에선 어딜 가나 비슷한 노래를 부른다)의 세트 리스트를 검색해 나만의 가상 세트 리스트를 만들고 몇 달 전부터 순서대로 차곡차곡 아이팟에 담아 놓고는 종일 듣는다.

그렇게 한두 달쯤 듣다 보면, 영어? 일본어? 그딴 거 몰라도 다 따라 부를 수 있다. 발음도 좋다. 뜻을 몰라서 그렇지.

그렇게 떼창러들은 하루의 공연을 위해 스무 곡이 넘는 노래를 외운다. 왜? 나의 작은 마음이 크리스 마틴의 귀에 가 닿기를 바라니까.

심지어 프로 중의 프로는 해당 밴드가 그동안 커버했던 다른 밴드의 노래까지 외워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무작정 '떼창 좀 하지 마'라고 말하면 억울하다. 잠실 주경기장은 세종문화회관이 아니고, 콜드플레이는 카에타누 벨로주가 아니다.

다만, 최근에 공연장에 가보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메탈리카 공연에선 기타 솔로까지 입으로 따라 부르고 있으니, 이건 뭐랄까 그냥 떼창이 아니라 뮤지션을 향해 '너 우리가 이만큼 사랑하는 거 알지? 다음번에 우리나라에 꼭 다시 와야 해!'라며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달까?

하여튼 그래서 마치 평양냉면을 눈앞에 둔 면스플레이너가 면스플레인을 참아야 하듯이 공연장에 간 떼창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몇 가지 부탁이 있다.

1. 떼창은 코러스가 제격

코러스는 사실상 떼창을 하라고 만든 부분이다. 코러스에서 떼창을 한다? 오케이. 그런데, '버스'(절, Verse)는 조금 다르다. 비교적 조용한 노래 '옐로우'가 시작되자마자 '룩 앳 더 스타스 룩 하 데 샨 포 유'라고 큰 소리로 외쳐 버리면, 그건 그냥 옆 사람에게 '나 이 노래 안다'고 티 내는 자랑밖에 안된다.

2. 2절은 앞부분만 살짝

근데 솔직히 팬심을 자랑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는 누구나 다 아는 1절을 부르기보다는 2절 앞부분을 살짝 따라 부르거나 브리지에서 기타 치는 시늉을 해라. 기타 운지까지 정확하게 따라 하지는 말고.

3. 노 바이브레이션

떼창에 바이브레이션은 금지다. 감정 너무 넣지 말자.

4. 가성 금지

안 올라가면 그냥 마음속으로 부르자. 돌고래 소리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화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5. 애국 떼창 금지

'우리가 떼창을 열심히 해야 한국에 또 올 거야'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지 말자. 오히려 무서워 할 수도 있다. 뮤지션에게도 츤츤하고 데레데레한 접근이 필요하다. 게다가 투어 일정은 돈이 정하지 당신의 떼창이 정하는 게 아니다.

아래와 같은 떼창이 모두가 신나는 떼창이다.

Viva! R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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