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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기획수사 증거가 추가로 공개됐다

  • 허완
  • 입력 2017.04.17 08:04
  • 수정 2017.04.17 10:08

육군본부가 군내 동성애자 ‘색출’을 목적으로 기획수사를 벌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추가 증거가 공개됐다.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기 위해 적법한 과정을 거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육군 측의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은 왜곡으로 점철된 여론 선동으로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며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의 불법 수사 증거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수단이 동성 간 성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동성애자 군인을 무차별적으로 수사 대상에 올렸다는 증거는 크게 세 가지다. 동성애자로 유추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단초로 수사를 개시한 사례가 있었고, 게이 데이팅앱을 이용해 여러 건의 함정수사를 벌였으며, 수사 대상자를 회유해 다른 군인들에 대한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

군인권센터는 “D하사는 E중위의 핸드폰을 포렌식하여 얻은 정보에 군인과 연애를 했었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수사 대상자가 되었다”며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 없었음에도 동성과 연애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자에 대한 ‘식별’ 활동을 금지한 관련 규정(국방부 훈령 제1932호 제254조1항)에 위배되는 행위다.

또 군인권센터는 홍모 수사관이 G중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G중사에게 게이 데이팅앱에 접속해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H중위가 답장을 보내자 홍 수사관은 H중위에게 얼굴 사진을 보내도록 할 것을 지시한 뒤, 확보된 사진을 다른 수사관에게 전달했다.

이어 즉석만남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G중사에게 지시해 “성관계까지 유도하였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H중위는 이 제안을 거부했으나 얼굴 사진으로 신원이 식별된 뒤 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

육군 중앙수사단이 게이 데이팅앱을 통해 G중사에게 H중위와의 대화를 지시한 증거. (군인권센터 제공)

군인권센터는 중수단이 H중위 말고도 게이 데이팅앱을 활용해 무차별적으로 군내 동성애자 ‘색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추정 군인들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 소속 부대나 군인과의 성관계 여부 등을 알아내도록 G중사에게 지시했다는 것.

군인권센터는 “여러 피해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모두 휴대폰에 게이 데이팅앱을 설치해두고 있었다고 한다”며 “성관계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게이 데이팅앱에 수사대상자를 잠입시켜 신원을 확보하고 성관계를 유도하여 적발하려 한 것은 명백한 함정수사이며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중수단 홍모 수사관과 한 수사대상자 사이의 통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홍 수사관은 “걔는 성향이 뭐야”라는 등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다른 군인에 대한 탐문 수사를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협박, ‘아웃팅’, 피의사실 공표 등 불법행위도 이뤄졌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피해자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고, 외부기관에 진정을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기획수사의 발단이 된 현역 병사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경우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중수단이 동성애자라는 이유 만으로 이들의 신원을 식별해 ‘색출’에 나선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것.

군인권센터는 그럼에도 육군 측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간부 1명과 성관계를 맺는 영상을 SNS에 게시한 현역병 A씨에 대한 수사는 문제가 없다며 “문제는 육군 중수단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동성애자 군인을 식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 사건은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18명은 모두 다른 부대 소속이다. 지휘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A씨를 제외하고는) 영상을 게시한 사례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육군이 발표한 반박 자료에는 이와 같은 사건 경과가 모두 생략되어 있다”며 “(현재 수사 대상자가 된) 이들을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더 이상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이 수사를 지시했다는 정황을 추가 공개하기도 했다. 사건이 군검찰로 송치되지도 않았던 시점에 육군 법무실 고등검찰부(고검)가 기소 지침을 일선 부대에 하달했다는 것.

임 소장은 “이런 기획수사는 통상적으로 중수단장이 육군참모총장에게 가서 결재를 받도록 되어있다”며 “육군참모총장의 지시 없이는 이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임 소장은 “(육군 참모총장이)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 군대에서 동성애자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 소장은 “주말 사이에 육군에서 해군으로 수사가 옮겨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육군 중수단이 해군 중위 한 명을 포착해서 해군 중수단에 사건을 이첩해 중위 한 명이 대면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임 소장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중수단 수사관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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