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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는 추악한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그를 축출하면 테러리스트들이 시리아를 장악할 것이다.

  • 김수빈
  • 입력 2017.04.16 06:33
  • 수정 2017.04.16 06:39
Syria's President Bashar al-Assad speaks during an interview with AFP news agency in Damascus, Syria in this handout picture provided by SANA on April 13, 2017. SANA/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EDITORIAL USE ONL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IS IMAGE.
Syria's President Bashar al-Assad speaks during an interview with AFP news agency in Damascus, Syria in this handout picture provided by SANA on April 13, 2017. SANA/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EDITORIAL USE ONL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IS IMAGE. ⓒSana Sana /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군 기지에 크루즈 미사일을 쏟아부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찌 보면 트럼프 정권의 전략적 승리다. 크루즈 미사일 공격은 미국 대중이 선호하는 보복 방법이고, 미국내 정치 이슈에서 시선을 돌리는 효과도 있었다. 핵심 이슈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대할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 첫 사례이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와 있는 동안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고, 북한에도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트럼프에겐 유용한 결실들이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중동 내 미국 전략의 실제 변화를 의미한다면 미국은 위험해 질 수 있다. 전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드리워진다: 아사드와 반군 중 어느 쪽이 더 나쁜가? 잔혹한 두 편 중 하나를 고른다는 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무장 반군의 집권은 아사드의 추한 정권을 지속시키는 것보다 거의 모두에게 훨씬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반군을 보라. 반군은 다양한 라이벌들, 전쟁 중인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상당수는 급진적 지하디스트들이다. 가장 큰 집단 중 하나는 알 카에다 분파다. 슬프지만, 현실적으로 급진적 지하디스트들은 일반적으로 민주적이고 서구 친화적인 개혁주의자들보다 싸움을 더 잘한다. 세속주의 국수주의자인 아사드가 지하디스트들에게 밀린다면, 아사드 대신 급진적 지하드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시리아를 이끌 수 있을지 모를 온건한 세속적 정치인들은 분열되어 있고, 약하며 미국의 무력을 앞세우지 않고서는 집권할 수 없다. 수니파 지하디스트와 알라위 반군은 그들에게 계속 맞설 것이다.

지하디스트들이 아사드를 꺾는다 해서 내전이 끝날 거란 보장도 없다는 걸 생각해 보라. 지하디스트 분파들끼리 서로 싸우며 장기간에 걸쳐 서로를 쓸어내려 할 것이고,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잔혹한 내전을 계속할 것이다. 새로운 지하디스트 정권은 심지어 ISIS 제거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인들에게 잔혹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미국에겐 적대적일 것이다. 이러한 정권이 들어섬으로 인해 난민들이 대규모 몰려나오며 유럽 정치 안정을 흔들고 파시스트 성향의 세력들을 강화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아사드가 아닌 지하디스트들을 지원한다면 우리는 시리아 인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싸워야 할 것이다. 러시아, 이란, 중동 시아파의 지원을 받는 아사드를 쓰러뜨리기란 아주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시리아 인들의 생명과 시리아의 도시를 아끼는가? 아사드 치하의 가혹한 평화는 적어도 전쟁을 끝낼 수는 있다. 우리는 화학 공격의 비극적 피해자들, 아직도 진행 중인 여러 상황에 대해서 미사여구로 애통함을 표현하지만, 전쟁이 몇 년 더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시리아 인들은 미국의 지정학적 야망의 소모품에 불과한가?

동맹들의 지원을 받는 아사드는 이제 시리아 전국을 통제하기 직전이다. 전쟁이 길어지고 해결되지 않으면 누구에게 이득인가? 시리아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아사드를 증오하는 여러 시리아 인들은 사실 지하디스트들의 승리와 무정부 상태를 더욱 두려워 한다.

물론 시리아 인들은 시리아, 시리아 인들 때문에 고통 받는 게 아니다. 이것은 더 강력한 세력들의 대리 전쟁이다. 살육과 기아를 겪는 예멘도 시리아와 같은 예다. 예멘의 경우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미국, 아랍 에미리트가 관련되어 있다. 예멘 분쟁이 실제 세계 지정학에 갖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워싱턴에 앉은 전략가들은 예멘이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인 이유를 지어낸다.

아사드는 잊어라. 우리는 지금 시리아 인들의 시체 위에서 벌어지는 대리 전쟁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동에서 미국의 진짜 목표는 러시아와 이란이다. 미국이 화학 무기에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이 이란과 여러 해 동안 전쟁을 벌이며 이란에 화학 무기를 잔뜩 사용할 때는 미국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미국의 말은 러시아와 이란을 이기기 위한 전략적 군사 목표를 덮기 위함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집트와 미국의 전략적 관계를 이야기할 때는 민주주의나 인권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중동에서 이란과 러시아가 미국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적일까? ISIS를 제거하고 전세계 지하디스트 세력을 줄이는 것은 미국, 러시아, 이란, 중국의 공동의 목표다. 무슬림 반란군은 러시아와 중국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거의 20년 동안 비극적 군사 분쟁과 인류의 비극을 낳은 중동이 안정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절실한 바람이다. 석유와 가스가 전세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 역시 우리 모두 바라는 바다.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어느 정도는 미국이 조장한 기아, 파괴, 무정부 상태와의 싸움에 비하면 민주주의는 우선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아직도 세계를 초강대국들만의 제로섬 게임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미 국방부의 공식 세계 원칙은 ‘전방위 지배(Full-spectrum dominance)’다. 그래서 미국은 윈-윈 결과를 낳는 선택은 미국의 일방적 수비를 낮추는 것으로 보고 싫어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중국 국무장관과 기자회견을 가지며 ‘윈-윈’ 공식을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 미국 주류 매체가 비난하는 것을 보라. ‘윈-윈’이라는 말은 생경한, 혹은 중국식의 개념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트럼프 정권은 최근 비교적 합리적인 제안을 한 바 있다.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더 이상 아사드 정권 전복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오바마 역시 임기 말에 아사드에 대한 자세를 부드럽게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오늘날 중동의 지정학적 현실이다.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다. 미국 외에도 서로 충돌하는 세력이 9개 있다. 러시아, 터키, 이란, 쿠르드, 시리아 인들, 사우디 인들, 이스라엘 인들, 알 카에다, ISIS다. 소련 몰락 후 이어진 30년 동안의 혼란을 겪은 러시아가 다시 돌아왔다. 러시아는 수 세기 동안 중동에 개입해 왔고, 오래 전부터 정교 기독교인들을 보호했다. 러시아는 중동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에서 지배적 영향권을 갖는 것은 미국이 중동 다른 국가에서 지금도 누리고 있는 막대한 지배력에 비하면 전략적으로 미미하다.

이란은 40년 가까이 시리아와 긴밀한 사이였다.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영향은 아사드에 대한 전쟁을 통해 훨씬 커졌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란,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군벌의 시리아내 군사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은 무엇을 암시하는가? 미국이 시리아에서 착한 지하디스트, 나쁜 지하디스트라는 낡고 효력없는 게임을 다시 하고, 아사드 전복을 우선시하고, 대리전을 더 끌고 갈 것인가?

트럼프의 시리아 폭격은 지금까지로 보면 자신의 정권을 둘러싸고 점점 커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것 같다. 군사적으로는 당시의 전략적 목적에 부합했다 하더라도 미미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시리아 개입에 있어 큰 전략적 변화를 암시한 것이었다면 올 것은 재앙 뿐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에 게재된 글 Assad Is A Monster But If Trump Overthrows Him, Syria Will Likely Be Run By Terrorists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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