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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독대에서 야단맞은 이재용이 보인 반응

ⓒ뉴스1

"내가 왜 야단을 맞아야 하나."

사건의 발단은 2015년 7월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내가 왜 대통령에 야단을 맞아야 하나"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등에 대한 3회 공판에서 최 전 실장의 이 같은 진술이 담긴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이 부회장이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내가 왜 대통령에게 야단을 맞아야 하냐'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최 전 실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 부회장이 그렇게 당황하는 것은 처음 봤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15일에 이어 대통령과 2차 독대를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30분간의 면담 중 15분을 승마 지원에 할애했고, 삼성의 지원이 미비하다고 크게 질책했다. 독대에서 돌아온 이 부회장은 오후 4시 이후 서초사옥에서 최지성 전 실장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과 긴급회의를 가졌다. 상황은 이날 2차 독대 이후 급변했다.

박 전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크게 질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전 사장 조서에 따르면, 이날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올림픽에 나가려면) 좋은 말도 사고 전지훈련도 가야 하는데 삼성은 아무것도 안한다. 한화보다 못하다'며 독대한 30분 중 15분 동안 승마 이야기만 했다. 이 부회장은 회의에서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다'는 언론 기사가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황당한 심경을 밝혔다.

이후 박 전 사장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그로부터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하며 최씨의 딸인 정유라를 대통령이 친딸처럼 아낀다'는 말을 들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박 전 사장은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도 최씨가 관여됐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최순실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듣고 급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고 부탁을 거절하면 삼성이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까봐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이 최순실 모녀의 영향력을 미리 알았다면 7월 독대 때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 질책당하는 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전무와의 면담내용을 보고하자 7월31일 최 전 실장으로부터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리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승마 지원이 급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박 전 사장의 진술 내용이다. 이후 삼성은 8월26일 코어스포츠와 213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 9~10월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하고 이후 마필 구입비 등을 포함해 총 78억원을 보냈다.

◇독대 이후 박원오 만나 상황 파악…"미리 알았다면 대통령에 혼났겠나"

삼성 측 변호인단은 "승마계에서 정유라씨가 정윤회씨의 딸인 것 정도는 알려졌지만 최씨의 딸이란 건 몰랐다"며 "박 전 전무를 만난 7월말 이후 알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는 박 전 대통령과의 7월 독대 이전에 이 부회장이 최순실에 대해 인지했는지에 달려 있다. 최순실의 존재와 그의 영향력을 미리 알고 대통령에 경영권 승계에 관한 청탁을 했는지가 핵심이다.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의 2015년 7월25일 독대 이후 최순실 모녀에 대해 인지했고, 대통령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정유라를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경영권 승계에 대한 청탁은 없었으며 이에 대한 특검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추측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실제 특검은 이 부회장이 7월25일 이전에 최순실 모녀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일 1차공판에서 재판부가 특검 측에 "2015년 7월 이전에 삼성이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을 하라고 언급된 사실(증거자료)이 없다"며 증거 제출을 요청한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다른 기업은 기부고 삼성만 뇌물이냐" 공방… 정유라 지원, 최 실장이 결정

이후 지원사항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아닌 최 전 실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최 전 실장은 정유라 지원 방식과 규모 등에 대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의 박 전 대통령 면담 이후 정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내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해도 최 전 실장이 책임지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부연했다.

최 전 실장은 "진행 경과를 당연히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면도 있지만 내가 일부러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전 실장은 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내가 왜 고민이 없겠나"라며 "그때 내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총대를 메고 대신 처벌받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그렇게 생각했고 내가 지금 생각이나 진술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삼성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역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요구에 따라 마지못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할당된 금액을 수동적으로 냈을 뿐"이라며 "재단 지원과정에서도 최순실과 연락한적 있는지 이러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과 동일하게 출연과정이 이뤄졌는데 어떻게 다른 기업들과 법률 적용을 달리할 수 있느냐"며 "그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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