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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동성애자 대위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업데이트)

  • 원성윤
  • 입력 2017.04.15 06:46
  • 수정 2017.04.17 15:08
ⓒ군인권센터

*업데이트 | 2017년 4월 17일 오후 7시

4월 17일 오후 6시, 육군보통군사법원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사건 피해자인 A 대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군인권센터는 페이스북을 통해 "A대위는 4월 25일 전역을 앞두고 있었다"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 사실을 이미 인정하였고, 압수수색을 받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으며, 거주와 직업이 일정해 도주의 우려도 없는 피의자를 무리하게 구속한 것은 법관으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육군 중수단이 군대 내 동성애자들을 색출하듯 마구잡이식 수사를 벌였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15명의 현역 장교 및 부사관이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40~50여명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대위는 이 과정에서 가장 최초로 체포된 피해자였다.

*원래기사 | 2017년 4월 14일

육군이 동성애자 대위를 출장 중 체포하고 군사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14일 오후 육군 중앙수사단은 동성과 성관계해 군형법 92조의6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A대위에 대해 육군 보통군사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3일 오전 8시45분쯤 A 대위는 부대 지휘관이 승인한 서울 출장 중 체포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군 중앙수사단의 조처가 다음과 같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A 대위의 어머니는 탄원 호소문을 올리고 "저는 제 아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제가 많이 배우지 못해 잘 모르고, 갑자기 알게 된 사실에 혼란스럽긴 하지만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죄가 아니라는 거, 그게 부끄러운 일 아니라는 것쯤은 압니다"라고 결백을 호소했다.

** 육군 성소수자 군인 구속영장청구 기각 탄원서

[ A대위 어머니의 탄원 호소문 ]

지난 4월 13일 아침에 제 아들이 군인들에게 체포당했습니다.

점심 쯤 이었을까요. 일을 보러 나가던 중에 TV 뉴스 자막에 군대에서 동성애자들을 잡아내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봤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일도 다 벌어지고 별 걸 다하는구나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아들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아들은 서울에 출장을 와있었어요.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는데 목소리가 많이 떨렸습니다.

아들은 자기가 헌병들에게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아까 봤던 뉴스가 생각났어요. 그 땐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뉴스의 주인공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까요. 정신이 없어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네요. 변호사가 와있다고, 수사 받을 거라는 이야기 정도를 들었습니다.

저녁쯤에 변호사님께 연락을 받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문 기사도 자세히 봤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이란 분이 동성애자 군인들을 다 찾아내서 벌주라는 명령을 내리셨다더군요. 뉴스를 보면 세상이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은데 굳이 왜 이 시기에 이런 일을 벌일까 싶어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우리 아들처럼 잡혀가진 않았지만 수사를 받은 군인들이 많다는 사실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누굴 때린 것도 아니고,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거나 성폭행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오늘은 심지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합니다. 나쁜 짓을 한 높은 사람들이나 받는 줄 알았던 구속영장을 받았다니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납니다. 정작 나쁜 짓 한 사람들은 구속이 잘 되지도 않는데, 대체 우리 아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감옥에까지 가둬서 수사를 한단 말입니까?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저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문제가 문제다보니 친척들에게도 이야기를 못하겠고, 아들은 잡혀갔다는데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한참 속앓이를 했어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녀석이 혼자 자라 외로웠던 건 아닌지,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닌지 지나간 날들이 다 생각이 나고 마음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아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제가 많이 배우지 못해 잘 모르고, 갑자기 알게 된 사실에 혼란스럽긴 하지만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죄가 아니라는 거, 그게 부끄러운 일 아니라는 것쯤은 압니다. 아들은 언제나 우리 부부의 자랑이었어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남들처럼 많은 걸 해주진 못했지만 정말 멋지게 잘 자라주었어요. 군복무도 정말 착실하게 해왔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힘들어하는 와중에 상관들께서 여러모로 많이 위로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서도 잘 살았구나 싶은 생각에 자랑스럽고, 또 한편으론 혼자 마음고생 했을 아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디 말 할 곳도 마땅치 않았을텐데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시고 아들을 도와주시는 군인권센터가 정말 고맙습니다. 군인권센터 분들께서 하시는 피해자 지원 모금에 정말 많은 분들께서 도움을 주셨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무슨 말로 이 감사한 마음을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에요. 자랑스런 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 아들을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만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꼭 책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들 말고도 어딘가에서 같은 고초를 겪고 있을 우리 아들들에게 제 몇 마디 말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염치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 저희 아들 구속의 부당함을 호소 드립니다. 부디 저 뿐 아니라 상식 있는 모든 분들께서 이 어이없는 구속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판부에 보여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 수신자부담전화도 제대로 못 받고, 세 번째 전화가 걸려 올 때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리고 속 깊은 녀석이 엄마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요. 변호사님께 전해 들으니 엄마가 놀랐을까봐 걱정을 그렇게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꼭 전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들, 엄마 걱정 안 해도 돼.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많이 사랑해. 힘내 아들.

2017년 4월 14일,

A대위 어머니 드림

지난 13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육군 중수단이 군대 내 동성애자들을 색출하듯 마구잡이식 수사를 벌였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15명의 현역 장교 및 부사관이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40~50여명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대위는 이 과정에서 가장 최초로 체포된 피해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동성애자 병사의 평등한 취급, 식별 활동의 금지, 사생활 질문 금지, 입증 자료 제출 요구 금지 등을 규정한 국방부 훈령 1932호 7장(동성애자 병사의 복무)을 장 참모총장이 위반한 것"이라며 "성 정체성을 표적으로 한 반인권적 불법 수사를 중단하고 이를 지시한 장 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뉴스1

경향신문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 "장 참모총장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군 기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현역 군인의 동성 성관계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위반한 추행죄로 처벌한다. 앞으로도 엄정한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 군 기강 문란행위를 관련 법령에 의거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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