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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는 다이어트 지식들, 음식에 선악은 없다

수많은 운동기구와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다이어트 보조제의 효과가 설명서에 나온 것과 같았다면 다이어트 산업은 이미 끝났어야 했다. 전부 그렇게 살을 빼서 더 이상 살 찐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다이어트 산업은 끝나기는커녕 매년 성장했다. 2014년 미국의 다이어트 산업은 자그마치 6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전세계 시장 규모는 거의 6,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무슨 말이냐면, 당신이 속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속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쥐로 실험을 했든 사람으로 실험을 했든 일단은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던 물건들이었으니까.

ⓒDuka82 via Getty Images

잠깐 다이어트 퀴즈 하나.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각각의 선택지 중에 뭐가 좋을까?

1. 현미밥과 설탕

2. 삼겹살과 닭가슴살

3. 코코넛오일과 휘핑크림

어쩌면 이 정도는 껌이지 하고 코웃음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카페인과 지방 연소의 관계, 항산화물질과 10대 슈퍼푸드, 비타민 결핍증 같은 어려운 문제에도 답할 수 있는 당신이니까. 아마 당신은 현미밥, 닭가슴살, 코코넛오일이 설탕, 삼겹살, 휘핑크림보다 좋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틀렸다.

애초에 질문 자체가 글러 먹었다. 좋은 음식 따위는 세상에 없다. 인간관계나 지난 추억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잘라서 볼 수 없는 것처럼, 음식도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없다. 성인병 예방이 아니라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좋다/나쁘다의 프레임 맞춰, 아니 대개는 별 생각조차 없이 쓸모 없는 지식을 쌓기만 할 뿐이다.

아는 게 힘인 시절은 이미 20세기에 끝났다. 적어도 다이어트 바닥에서는 아는 게 많다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이언스나 셀처럼 유명한 학술지에 다이어트, 운동, 식품과 관련된 논문을 싣는 연구자들은 과연 아는 게 없어서 그렇게 배가 나왔을까? 내장지방과 지방간 때문에 병원에 꼬박꼬박 들러야 하고, 때로는 온갖 성인병 때문에 생명의 위기를 넘겨야 하는 연구자 아저씨들은 확실히 당신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 다이어트가 지식과 관계가 없다는 건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준을 잡고 지식을 재배열하려는 시도 없이 무작정 쌓이는 지식 덕분에 성공한 건 당신이 아니라 다이어트 산업이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다이어트 산업이 블루오션인 건 이유가 있다. 과학과 진실의 이름으로 당신의 눈을 어지럽히는 사람들 때문이다.

과학은 객관성을 추구하지만 과학자는 그렇지 않고, 언론은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기자는 그렇지 않다. 과학을 빙자해서 물건을 팔고, 기사가 실린 페이지에 광고를 실어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어제는 커피가 나쁘다는 기사가, 오늘은 커피가 좋다는 기사가 뜬다. 커피에 있는 성분은 여러 가지지만 과학자는 그 중 한 가지만을 꼽아서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언론과 미디어는 그 결과를 크게 부풀려 인터넷 뉴스에 올린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미디어는 최대한 선정적인 제목을 뽑는다. 식품산업의 수익 모델, 기자들의 월급줄, 연예인의 사업 아이템, 연구자의 밥벌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게 다이어트다. 그러니 이제 다이어트는 더 이상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당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가는 창조경제가 다이어트 산업의 핵심이 된 지 오래다.

돈을 써서 살이 빠지기라도 했으면 차라리 윈윈일 테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동화 속에서나 일어난다. 수많은 운동기구와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다이어트 보조제의 효과가 설명서에 나온 것과 같았다면 다이어트 산업은 이미 끝났어야 했다. 전부 그렇게 살을 빼서 더 이상 살 찐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다이어트 산업은 끝나기는커녕 매년 성장했다. 2014년 미국의 다이어트 산업은 자그마치 6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전세계 시장 규모는 거의 6,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1) 무슨 말이냐면, 당신이 속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속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쥐로 실험을 했든 사람으로 실험을 했든 일단은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던 물건들이었으니까.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죽어간다. 죽어간다는 것은 삶을 덜어내는 과정이고, 따라서 삶은 본질적으로 더하기보다는 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살이 너무 많으면 보기 싫은 것처럼, 지식도 많으면 오히려 쓸모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운동을 '더' 하고, 건강에 좋은 걸 '더'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뭐가 맞고 뭐가 틀렸는지, 뭘 덜어내야 할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상 당신은 정보의 바다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처음에는 짜고 자극적인 정보가 입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당신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아무 이정표도 없는 정보의 바다에서 어디가 동쪽이고 서쪽인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걸러낼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관점 없이 쌓이는 지식은 냉장고의 음식과 똑같다. 먹지 않고 몇 주씩 내버려 두면 곰팡이가 피다 못해 썩어 문드러져 냉장고 전체를 좀먹게 된다. 그건 재료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보를 걸러낼 올바른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그 기준에 맞춰 당신이 가진 지식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맞지 않는 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다행히 다이어트에는 절대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다. 바로 물리에서 쓰이는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쉽게 말해, 다이어트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칙은 오로지 칼로리뿐이다. 이 법칙을 중심으로 지식을 재배치하지 않으면 다이어트는 100% 실패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예외도 없다. 이 단순한 원칙만 지킨다면 좋다고 찾아 먹을 음식도, 나쁘다고 멀리할 음식도 없다. 좋은 건 적은 칼로리, 나쁜 건 많은 칼로리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블루베리도 하루에 3,000kcal씩 먹으면 살이 찌고, 그렇게 살이 잘 찐다는 생크림 케이크도 하루에 500kcal만 먹으면 오히려 살은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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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kets and Markets, , 2009.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공포 다이어트]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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