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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편견' 가득한 현대차 광고가 또 나왔다

  • 원성윤
  • 입력 2017.04.14 05:47
  • 수정 2017.04.14 05:50

‘뒤를 봐줍니다, 여자니까. 여자니까 봐줍니다. 인테리어도 봐줍니다.’

현대자동차 ‘뉴라이즈 쏘나타’의 새 광고가 ‘여성 운전자 비하’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12일 지난달 출시된 LF쏘나타 뉴라이즈의 옵션 패키지 광고 4편을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자동차의 기능을 구성할 수 있는 옵션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패밀리 케어’ ‘레이디 케어’ ‘스타일 케어’ ‘올시즌 케어’ 등 4종류다.

이 가운데 ‘레이디 케어’와 ‘패밀리 케어’ 두 편은 여성이 운전에 미숙하며, 자가용의 주된 운전자가 남성이라는 오래된 편견을 그대로 담았다.

30초 분량의 ‘레이디 케어’ 편은 한 젊은 여성의 운전 모습으로 시작한다. 여성이 차량에 내장된 후방 영상 디스플레이를 통해 뒤따라 오는 차량의 거리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면 한가운데에 핑크색 자막으로 ‘여자니까 봐줍니다’라고 적는다. 다음 장면은 옆 좌석의 버건디색 천연가죽 시트를 비추면서 ‘인테리어도 봐줍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 또한 핑크색이다. 이어지는 여성 내레이션은 “감각적이지만 운전 감각은 서툰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앞서가는 스타일의 뒤가 든든한 기술만 골라 레이디케어”라고 말한다. 영상은 “이것이 앞으로의 쏘나타를 만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광고는 ‘새로움’을 강조하며 여심 잡기에 주력한 모양새지만, 정작 여성 운전자를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낡은 편견을 답습하고 있다.

주행 중 ‘후방 디스플레이’는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 모두에게 유용한 기능임에도 마치 이 옵션이 여성에게 더 필요한 것처럼 그렸다. 가죽시트의 색과 디자인을 강조한 부분 또한 여성이라면 핑크·버건디 등 특정 색을 선호할 것이란 편견, 기능보다는 디자인을 중시할 것이란 판단이 담겼다. 여성이 아니더라도 선호할 수 있는 기능인데 ‘레이디 케어’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이다.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한 시각은 ‘패밀리 케어’ 편에서도 드러난다. 남성 운전자가 모델인 이 영상은 ‘아빠가 되면서 아내는 떠났다’는 자막을 내보낸 뒤 뒷좌석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여성을 그린다. 운전은 아빠가, 육아는 엄마가 한다는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패키지가 내세우고 있는 옵션들은 뒷좌석 열선, 공기청정 모드, 뒷좌석 도어커튼 등 좀 더 편한 뒷좌석을 위한 기능들을 묶은 것이다.

현대차가 광고에서 여성을 보조적 인물로 그리거나 성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논란이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내보낸 i30 광고는 질주하는 자동차의 바람에 여성의 치마가 뒤집어지고, 자동차가 튀긴 물벼락에 여성의 속옷이 비치는 장면을 담아 선정성과 난폭운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via GIPHY

배우 김혜수씨를 모델로 한 볼보의 ‘더 뉴 볼보 크로스컨트리’ 국내 광고는 김씨가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그렸다.

영상을 배경으로 김혜수의 목소리가 담긴 내레이션은 “세상은 말한다. 내일을 꿈꾸라고. 나는 말한다. 오늘을 꿈꾸겠다고. 내가 꿈꿔온 삶, 바로 지금”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열린 볼보 신차 공개행사에서 “광고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꿈꿔온 삶, 바로 지금’이라는 슬로건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쏘나타 뉴라이즈 ‘레이디 케어’ 광고는 현재 현대차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 ‘패밀리 케어’를 비롯한 다른 패키지 옵션 광고들은 그대로 서비스 되고 있다.

현대차 쪽은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해당 영상들은 신차에서 관심이 갈 만한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논란이 된 주행 중 후방주시 기능의 경우, 여성 운전자의 경우 빨리 쫓아오는 차량이 있으면 불안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해당 기능을 강조하다보니 의도와 달리 전달된 것 같다. 12일 오전에 공개한 뒤 고객들의 지적을 받았고 이날 오후 바로 삭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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