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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황소상' 조각가, 뉴욕시의 '두려움 없는 소녀상' 설치는 권리 침해라고 주장하다

  • 김태성
  • 입력 2017.04.13 14:09
  • 수정 2017.04.13 14:15

월스트리트의 그 유명한 '황소상'에 맞설 계획으로 설치된 '두려움 없는 소녀상'에 대한 논란이 오가는 사이, 그 오래된 황소의 조각가는 "난 어떻고?"라는 의문을 했던 것 같다.

AP에 의하면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황소상 조각가 아투로 디 모디카는 뉴욕시가 자기 허락 없이 '두려움 없는 소녀상' 설치를 단행한 건 권리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변호사 노먼 시글은 디 모디카가 수요일 기자회견에서 그가 왜 그런 주장을 펴는지 설명할 거라고 말했다. 2018년 2월까지 '소녀상' 설치를 허락한 시 관리자들에게 그 과정을 해명할 서류를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려움 없는 소녀상'은 여성의 날 전날 월스트리트에 등장했다. 미국 기업 고위층과 이사회에 여성 수가 현저히 낮다는 점을 조명하기 위해 세운 조각이다. 일부에선 크리스틴 비스발이 디자인한 이 조각상을 여성의 권리를 부각하는 상징이라고 했지만, 또 일부에선 일종의 핑크워싱(눈가림 조치)이란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조각가 비스발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월스트리트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무대였다. 그런데 이 동상은 '우리도 여기 있소'라고 외친다."라며 "작고 연약한 여성이 강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허프포스트 에디터 에밀리 펙은 "이 작품이 자극하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 귀여운, 거의 완벽한 소녀는 매우 세련된 페미니스트 마케팅 도구밖에 안 된다. 우리에게 훈훈한 기분을 부여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데 오히려 안이하게 한다."

디 모디카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그는 소녀상을 기업이 만든 일종의 "광고 술책"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 조각상은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세계적인 광고 회사 맥캔이 함께 구상한 거다.

더가디언에 의하면 디 모티카는 3,000kg에 가까운 황소상을 1987년 주식폭락 사건 얼마 후 설치했다. 그런데 허가도 없이 밤에 몰래 설치했다. 당국은 조각상을 제거했지만, 뉴욕인들의 여론에 밀려 결국 다시 재설치했다.

비스발의 작품도 밤에 설치됐다. 다만 그녀의 조각상 설치는 허가 과정을 모두 밟았다. 뉴욕 시장인 빌 드 블라시오는 원래 4월 2일에 내리기로 했던 소녀상을 2018년까지 그 자리에 지키겠다며 여론에 귀 기울인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을 디 모디카는 항의하는 거다.

그의 변호사 시글은 워싱턴포스트에 "우리 모두 성평등을 지지한다. 하지만 다른 사안들도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드 블라시오는 "여성이 자리를 차지하는 걸 싫어하는 남자들이 있어서 '두려움 없는 소녀상'이 더 필요한 거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시글은 현재까지 더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 정식 소송이 제기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디 모디카의 수요일 기자회견 일정도 미정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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