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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와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의 이면엔 일자리 감소라는 고용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이런 산업을 육성하면 할수록 일자리는 없어져 결국 심각한 고용문제를 야기할지 모른다. 작년 다보스 포럼에서도 향후 5년간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거라고 내다보았다. 대통령 후보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지금 세계적 추세라면, 정부가 앞장서지 않아도 자연스레 도래할 것이다. 대통령이 끌고 간다고 해서 빨리 오는 게 아니다. 정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그 빠른 도래를 위해 앞장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도래 뒤의 후과다. 대통령 후보들은 이 후과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 박찬운
  • 입력 2017.04.13 14:01
  • 수정 2017.04.13 18:00
ⓒBeeBright via Getty Images

이 글이 꽤 논란이 될 것 같다. 한쪽에선 뭣도 모르는 놈이 무책임하게 쓴 글이라고 비난할 테고, 다른 한쪽에선 그동안 품었던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고 환영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것이다.

요즘 대통령 후보자들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차기 정부의 중요정책과제로 공약하고 있다. 문재인은 집권하면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뒷밭침하겠다고 하고, 안철수는 자신이야 말로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하면서 민간주도의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한다. 언론에선 4차 산업혁명 성패가 새 리더에 의해 달렸다고 연일 기사를 써댄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냉각을 시키기 위함이다. 내가 4차 산업혁명 논란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그 관심이 과도하고, 그 미래가 장밋빛 환상으로 지나치게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정치인들의 빈곤한 철학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선 그 하나하나를 보기로 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이렇게 떠들만한 것인가.

알려진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매우 최근에 만들어진 용어다. 불과 1년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이 이 용어를 사용하고, 곧 이어 그의 책 <제4차 산업혁명>이 출간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슈밥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 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이라고 한다. 그 혁명을 위한 핵심기술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의 정보통신기술, 로봇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기술적 변화가 소위 산업기술 기반의 혁명적 변화로까지 떠들 문제인지 의문이다. 그것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의 정보화 혁명과 첨단제조기술 발전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산업구조의 변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의구심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러미 리프킨 조차 제기 한 바 있다. 그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말에 대해 '현재 일어나는 변화는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참고로 리프킨은 몇 년 전 '3차 산업혁명'이란 책을 쓴 바 있다. 그는 여기에서 '인터넷과 재생 에너지 발달에 의해 수평적 권력구조로 재편되는 혁명'으로서의 3차 산업혁명을 말했다.)

지금 각국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국가적으로 대비한다고 연일 떠들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정보화 혁명과 고도 기술산업의 영향으로 인해 급속하게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각국이 대비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4차 산업혁명'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필요는 없다.

요는,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아직 정립도 안 된 용어라는 것이다. 정립도 안 된 용어를 대통령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유행처럼 사용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과학기술 대통령이라도 될 듯 나서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시류 영합적이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만의 하나,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어, 이것을 영 이상하게 밀고 나가면, 새로운 형태의 4대강 사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명박은 토건 사업으로 대한민국을 망가뜨렸지만 새 대통령은 우후죽순 벤처기업으로 산업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든 정보화 혁명이든 현재의 과학기술에 대통령 후보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좋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이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거기에만 올 인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이면엔 일자리 감소라는 고용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이런 산업을 육성하면 할수록 일자리는 없어져 결국 심각한 고용문제를 야기할지 모른다. 작년 다보스 포럼에서도 향후 5년간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거라고 내다보았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지배하는 스마트 팩토리의 모습을 그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로선 좋은 일자리라고 여겨지는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들만이 아니고 경찰관도, 각종 행정사무요원들도, 선생님들도 직장을 나와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불가피하게 양극화를 가져와 불평등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고기술-고임금과 저기술-저임금의 구조가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지금 세계적 추세라면, 정부가 앞장서지 않아도 자연스레 도래할 것이다. 대통령이 끌고 간다고 해서 빨리 오는 게 아니다.

정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그 빠른 도래를 위해 앞장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도래의 후과다. 대통령 후보들은 이 후과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셋째,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은 무조건 개발해 산업화하는 게 장땡이 아니다. 과학기술 중엔 인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있다. 어떤 것은 개발해 발전시켜야 하지만 그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목적이 인간의 행복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 있다면, 정치 지도자는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자동차는 과학기술자가 만들었지만 그것을 도로 위에서 달리게 한 것은 정치인들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현재의 정보화 기술, 인공지능이나 로봇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은 주지만 인류의 장래에 반드시 희망만을 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빠른 속도의 과학기술의 발전에 적절한 제동을 취할 필요도 있다. 그게 과학기술의 윤리 혹은 철학적 측면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다보스 포럼에 나가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이게 인류에게 희망만 주진 않는다. 이제 각국 정부는 과학기술의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통령 후보들은 이런 문제까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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