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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에르도안의 '영구 집권'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 허완
  • 입력 2017.04.12 18:50
  • 수정 2017.04.12 18:53
Turkish President Tayyip Erdogan addresses his suppoerters during a rally for the upcoming referendum in Istanbul, Turkey, April 8, 2017. REUTERS/Murad Sezer
Turkish President Tayyip Erdogan addresses his suppoerters during a rally for the upcoming referendum in Istanbul, Turkey, April 8, 2017. REUTERS/Murad Sezer ⓒMurad Sezer / Reuters

터키가 오는 1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치른다. 이번 국민투표는 정치체제를 대통령제로 바꿀 뿐 아니라 향후 서방과 터키 간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터키 여론은 양분돼 있어 어느 쪽이 이길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 쪽이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게지치의 지난 7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은 53.3%로 46.7%의 반대를 앞섰다. 이보다 앞서 발표된 ORC 조사에선 찬성이 57.2%, 반대가 42.8%였다. 또 제나르(GENAR) 조사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55%, 45%였다.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 유럽외교협회(ECFR) 선임 연구원은 "투표는 어느쪽 결과든 나올 수 있다"며 찬반 여론이 팽팽한 만큼 승리하는 쪽은 "50%대 초반"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 진영은 개헌안이 통과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 공화국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881~1938, 아타튀르크는 '터키의 아버지'라는 뜻)가 확립한 정교분리(세속주의) 원칙이 허물 뿐 아니라 독재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2001년 이슬람에 뿌리를 둔 현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하기 전인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만연했던 정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안은 총리직을 폐지하는 대신에 대통령과 부통령에 권한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이다. 의회 의원 피선거권 연령은 25세에서 18세로 낮추며 의원수는 550명에서 600명으로 늘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수를 17명에서 15명으로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현행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은 5년으로 고쳐 대선과 동시에 열리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은 또 각료와 보좌진에 대해 임면권을 갖는다. 또 대통령의 정당 참여가 허용된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2019년 발효된다. 개헌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2029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전역을 누비며 열정적으로 투표 독려 운동을 벌여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대 투표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재미 이슬람학자 페토라흐 규렌 등과 같은 반정부 조직과 인물에 터키가 놀아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터키와 EU 간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안 지지 집회를 불허한 독일에 나치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유럽을 "부패한 대륙" "나치즘의 센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터키가 1960년대부터 추진해온 EU 가입 시도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형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EU는 사형제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에르도안은 이스탄불 시장을 거쳐 AKP를 창당했고 이후 세 차례 총선 승리를 거두면서 2003~2014년에 총리를 지냈다. 4연임을 제한한 당규에 막히자 대통령으로 시선을 돌렸고 2014년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됐다. 이후 터키를 대통령제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이스탄불은 더욱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로 변모했고 에르도안은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해 청렴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총리로 취임해서는 2001년 위기를 겪었던 터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의 통치 하에서 터키는 제조업 강국이자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에르도안의 지지에는 탈세속주의 정책도 한 몫했다.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국을 설립한 이후로 세속적 이슬람주의 분파가 국가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세속주의를 지켜나갈 것이라면서도 이슬람 가치가 보다 굳건하게 뿌리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경제 성장과 이슬람 색채가 강한 정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정치적 통찰력 등 개인적 자질과 맞물려 광범위한 지지의 배경이 된다. 하지만 집권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치적 수완은 반대 세력을 억압하는 데에서 노골화됐다. 지식인 층에서 그에게 "히틀러" "푸틴" 등의 수식어가 붙이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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