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원더우먼은 어떻게 한 게이 소년의 삶을 구원했나

나는 5살 때 목에 아프간 코트를 둘러 묶고 집 차고 앞의 긴 차량 진입로를 달렸다. 내 시절의 슈퍼 히어로, 슈퍼맨처럼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파른 경사로를 달려 내려가며 나는 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나는 날지 못했을 뿐 아니라, 왼쪽 다리가 아프간 코트의 성긴 천에 걸려 머리부터 떨어졌다. 망신스러웠고, 아팠고 피가 났다. 슈퍼맨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걸로 끝났다.

7살 때 고통을 덜 주는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발견했다. 그녀의 이름은 다이아나 공주였다. 하찮은 필멸자인 우리들에겐 원더우먼으로 알려진 히어로다. 아름답고 자신감있고 운동실력이 엄청난 다른 여성들과 함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라는 곳에서 자란 여신이다. 피구가 살인 경기라고 생각했던 우리 학교의 남자 아이들과는 달리, 능력이 있지만 잔인하지는 않았다.

원더우먼은 내 전부가 되었다. 그녀에겐 악당들이 진실을 말하게 하는 황금 밧줄이 있었다. 총알도 튕겨내는, 파괴할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든 팔찌. 빛나는 황금 독수리 뷔스티에 탑과 부메랑으로 변하는 티아라. 8센티미터 힐을 신고 높은 빌딩에 뛰어오를 수도 있었다. 반면 슈퍼맨은 언제나 플랫슈즈를 신었다.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그녀의 힘만이 아니었다. 온화한 다이아나 프린스(영리한 작명이다)가 빙빙 돌면 얼터 에고로 변하는 것도 좋았다. 그녀는 몇 바퀴 돌기만 하면 빛이 번쩍이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리곤 세상을 구하러 떠났다. 나는 나도 변신할 수 있을 거라 믿고(어린아이만이 이런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돌기 연습을 백 번 정도는 했을 것이다.

하루는 학교에서 남자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한 명이 내게 총 쏘는 시늉을 하자, 나는 총알을 튕겨내는 원더우먼처럼 두 팔을 들어올렸다. 내가 뭘 했는지 아이들은 똑똑히 알았고, 그 날 하루 종일 나는 엄청나게 놀림받았다.

원더우먼이 되고 싶다는 내 판타지가 그 날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나는 위장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님 앞에서는 원더우먼을 좋아하는 티를 조금 덜 냈다. 빙빙 도는 연습을 하는 걸 아무도 볼 수 없도록 혼자 내 방에서 문을 닫고 했다. 슈퍼히어로 속옷을 고르라고 했을 때는 비록 마음속으로는 내 히로인의 황금 독수리가 달린 속셔츠를 갖고 싶었지만 스파이더맨을 골랐다.

내가 어린아이였던 1970년대에는 슈퍼맨이 되고 싶어하는 남자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신감이 충만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부모들은 “잘됐군.”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아들이 전형적인 남성형을 따르고 있는 것 같지 않아?”라고는 묻지 않았다. 원더우먼이 되고 싶어하는 남자 아이들은 괴상하고 조금은 관습을 거스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부모들은 서로에게 “쟤를 잘 살펴야겠어.”라고 속삭였다. “우리 아들이 남녀 역할 모델을 통해 자각의식과 자존감을 보여준다는 게 멋지지 않아?”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내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격려했지만, 내가 원더우먼을 좋아하는 게 그저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 이상이라는 걸 부모님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내가 너무나 원더우먼이 되고 싶어했던 것이 사실은 겁먹은 게이 소년이라는 비밀 정체성을 던져버리고, 아름다우며 강력하고 자신있는 사람으로 변신하고 싶어서였다는 것을. 내가 결코 될 수 없으리라 믿었던 모든 것이 다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나는 십대가 되어서도 내 비밀을 숨겼다. 나는 마치 다이아나 프린스처럼 언제나 위험을 경계했다. 게이라는 것이 극도로 터부시되는 가톨릭 남자학교에서 게이 소년이 겪을 수 있는 위험들을 경계했다.

나는 소녀들처럼 책을 가슴팍에 안고 다니면 안 된다는 걸 익혔다. 액션 히어로 벅 로저스가 이제까지 본 중 가장 섹시한 남성이라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걸 익혔다. 내게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는 영어 교사와 결혼하고 싶다는 사실을 숨겼다. 마음과 영혼이 얼마나 힘들다 해도 황금 독수리는 가려야만 했다.

내가 위장을 버리고 게이 남성으로서의 슈퍼파워를 발견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내가 30년 전 커밍아웃한 뒤로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대안적 섹슈얼리티뿐 아니라 대안적 젠더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이제 어린아이들은 신체 기관에 따라 슈퍼히어로를 고르지 않아도 된다. 잠재력과 힘에 대한 내면적 감각을 가져다 주고, 이 세상을 바라보고 또 교류하는 법을 알려주는 히어로를 고르면 된다.

작년 6월에 ‘얼터 Alter’ 코믹 북 시리즈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캐릭터 챌리스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인간으로 슈퍼히어로로 전환하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그녀는 자신의 전환을 받아들이며 남들의 전환도 돕는다. 챌리스는 어린이와 성인들에게 혁명적인 역할 모델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변신하고 진화하고, 성장하고 바뀐다. 하지만 이제 우린 비밀리에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내 아들이 내가 원더우먼을 발견했던 나이 정도가 되었을 때, 나는 아들에게 DVD로 원더우먼 에피소드 몇 편을 보여주었다. 아들은 ‘아빠에게 맞춰준다’는 식으로 즐겁게 보았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본 것이었고, 스토리라인이 너무나 느려서 놀랐다. 하지만 마법의 변신 장면이 처음으로 나오자, 나는 일어나서 두 팔을 벌리고 아들에게 슈퍼히어로가 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허핑턴포스트US의 How Wonder Woman Saved A Gay Boy’s Lif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문화 #영화 #드라마 #텔레비전 #원더우먼 #린다 카터 #동성애 #게이 #뉴스